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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사이 지갑서 3000원이 스르르

회원제 골프장에만 부과되는 준조세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기금 명목으로 라운드당 3000원을 걷는다. 사진은 경남 남해의 대중제 골프장인 사우스케이프 스파앤 스위트. [중앙포토]

회원제 골프장에만 부과되는 준조세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기금 명목으로 라운드당 3000원을 걷는다. 사진은 경남 남해의 대중제 골프장인 사우스케이프 스파앤 스위트. [중앙포토]

경남 남해의 사우스케이프 골프장. 가파른 절벽과 바다를 향해 돌출한 곶에 세워진 이곳은 한국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골프 코스로 평가받는다. 토요일 그린피가 34만~39만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비싸다. 이에 비해 경기 가평에 위치한 회원제 A 골프장은 예약사이트에 주말 그린피는 10만원 수준이다.
 
이 두 골프장 중 어느 곳이 사치재일까. 대부분은 사우스케이프를 꼽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규정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정부의 과세 기준에 의하면 회원제 골프장은 무조건 사치재이고 대중제는 체육시설로 분류돼 있다. 사우스케이프는 대중제 골프장이어서 사치재가 아닌데 회원제인 A 골프장은 사치재란 이야기다.
 
2019년 현재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하는 이는 그린피 이외에도 개별 소비세 1만2000원에 농어촌특별세 3600원, 교육세 3600원을 내야 한다. 이 돈에 부가가치세 10%를 추가하면 2만4120원이다. 회원제 골프장에선 준조세인 국민체육진흥기금 3000원도 내야 한다. 세금을 합치면 골퍼 한 명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그린피 이외에도 2만7120원이다.
 
세금은 그렇다 치고,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준조세까지 내야 하는 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정부는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한 골퍼 1인당 국민체육진흥기금 명목으로 3000원씩 총 399억원을 걷어갔다. 골프장에서 주는 영수증에는 상세 내역이 적혀 있지는 않아 골퍼들은 이 내용을 잘 모른다.
 
한국골프문화재단(회장 최문휴)은 지난 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골프장 입장료에 대한 국민체육진흥기금 부과의 형평성 논쟁’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은 체육진흥기금은 시대착오적이며 부당한 준조세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체육진흥기금은 88올림픽을 위해 만든 것이다. 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자며 체육시설 이용자에게 부과했다. 목적이 완수됐고, 대부분의 체육시설 입장료에 부담금을 2000년 폐지했는데 유일하게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에만 남았다. 고소득 계층이 주로 이용한다는 게 이유였다.
 
경마·경륜 등 사행산업 입장료에 붙은 부과금도 폐지했다. 명분은 경마·경륜은 서민이 즐기는 종목이고 골프는 부자가 하는 스포츠란 이유다. 그러나 박용수 전 국회 문광위 전문위원은 “사행산업과 스포츠를 동일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적 근거도 문제가 있다. 부담금관리 기본법에는 부담금의 부과 및 징수 주체, 설치목적, 부과요건, 산정기준, 산정방법, 부과 요율 등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고 기술돼 있다. 김완용 숭의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국민체육진흥법은 산정기준, 산정방법, 부과 요율 관련 규정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부담금 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부담금 기간은 10년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런데 골프장 부담금은 명확한 기한을 명시하지 않았다. 2006년 친환경 대중골프장 조성사업을 목표로 승인했는데 이미 10년이 넘게 흘렀다. 김완용 교수는 “부과금이 골프장에만 적용되는 것도 적절하지 않고, 골프장 중 회원제에만 적용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회원은 물론 비회원도 준조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회원제 골프장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골프장에 대한 부과금의 법적 토대가 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3년 골프장 국민체육진흥기금을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골퍼들이 부담해야 할 준조세를 없앤 것이다. 그러나 골프장 측에서는 골프장 이용요금을 내리지 않고 이를 골프장 수입으로 처리해 버렸다. 부과금이 1년 만에 부활하는 계기가 됐다. 김국종 3M 골프경영연구소장은 “골퍼들이 부담해야 할 준조세가 사라진다면 그만큼 골퍼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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