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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특목고 대신 농어촌 자율학교로 눈 돌리는 맹모들

정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움직임에 학부모들이 대안 찾기에 나섰다. 농어촌 자율학교 공주한일고 학생들이 외국인과 화상토론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움직임에 학부모들이 대안 찾기에 나섰다. 농어촌 자율학교 공주한일고 학생들이 외국인과 화상토론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회사원 오혜연(47·서울 마포구)씨는 이번 ‘자사고 폐지’ 논란을 지켜보며 중2 아들의 고교 진학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오씨는 아들을 면학 분위기가 좋은 자사고 중 한 곳을 택해 진학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13곳에 대한 재지정평가를 발표하면서 무려 8곳을 탈락시키자 충격에 빠졌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에 자사고 9곳과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 10곳을 평가한다. 오씨는 “자사고는 물론 특목고에 가도 올해 같은 혼란이 반복될 게 뻔해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대신 오씨는 교육컨설턴트를 찾아 공주 한일고와 공주사대부고에 대한 진학 상담을 받았다. 충남에 위치한 이 학교들은 농어촌 자율학교로, 일반고로 분류되지만 자사고처럼 학교 운영에 자율성이 있다. 두 곳 외에 거창고·거창대성고·남해해성고(경남), 부산장안고·장안제일고(부산) 등 7개 학교가 농어촌 자율학교에 속한다.
 
부산장안고와 장안제일고는 부산지역 중학생을 대상으로, 다른 5개 학교는 전국에서 신입생을 선발한다. 중학교 내신 성적이 선발 기준이다. 주로 전과목 내신 A 등급인 학생들이 뽑힌다. 전교생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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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학생이 모여 경쟁하면서 실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자사고·특목고와 비슷하지만 학비는 일반고 수준이다. 오씨는 “새로운 학교를 알게 돼 숨통이 트인다”면서 “아이 성적이 아직 부족하지만 입시가 1년 이상 남은 만큼 열심히 준비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이 외고·자사고 폐지 수순에 들어가자 학부모들이 대안 찾기에 나섰다. 농어촌 자율학교를 포함해 자율형 공립고, 비평준화 지역의 일반고 등이 꼽힌다. 일반고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지 않은 채, 자사고·특목고를 억누르자 수월성교육의 수요가 다른 학교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2019년 서울대 합격 현황

2019년 서울대 합격 현황

교육컨설턴트 강명규 스터디홀릭 대표는 “2년 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외고·자사고를 ‘특권학교’라 부르며 폐지로 가닥을 잡자, 상위권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대체 어느 학교에 보내야 하냐’는 고민을 토로해왔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서울 학부모에게는 강남 일반고가 가장 좋지만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지 않냐”면서 “전국에서 학생을 끌어모아 수월성교육을 시키고 학비도 싼 지방 명문고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농어촌 자율학교의 대입 실적은 서울 강남 일반고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공주한일고는 서울대에 수시 11명, 정시 7명 등 18명을 합격시켰다. 공주 사대부고는 17명(수시 7명, 정시 10명), 거창고는 10명(수시 6명, 정시 4명) 순이다. 같은 시기 강남 일반고인 단대부고는 서울대에 19명, 숙명여고는 17명 보냈다.
 
사교육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시·도 교육청이 자사고·특목고를 평가하며 소송 등 갈등을 반복하면 자율학교 등으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창식 엠베스트 수석연구원은 “자율학교는 우수 학생 선발권을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상위권 대학 진학률도 높은데, 일반고로 분류돼 폐지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다”면서 “자사고·특목고 폐지 논란 가운데 동요되지 않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자사고나 특목고 못지 않게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도 풍부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준비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하기 이전에 수월성교육과 형평성교육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했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자사고 지정 취소가 이뤄지니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져 각자도생에 내몰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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