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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사린가스·VX…혐한 부추기는 일본 언론 ‘아무말 대잔치’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우리는 근거 없는 지적을 ‘트집’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일부 언론사가 연이어 한국 트집 잡기에 나서 가뜩이나 경색한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냉정하게 해법을 찾아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언론이 감정 소모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민영방송 후지TV는 지난 10일 “한국 정부가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할 때 쓴 VX 신경가스 원료와 핵무기 개발에 쓰는 불화수소를 밀수출했다”며 “한국이 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전략물자를 밀수출한 사례가 4년간 156건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후지TV가 ‘단독 입수’한 것처럼 보도한 근거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5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다. 한국 정부가 밀수출을 미리 적발해 막거나, 나중에 회수한 건을 ‘투명하게’ 국제사회에 공개한 내용이다. 보도의 ‘주어(한국 정부)’와 ‘동사(밀수출)’가 틀린 셈이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적발 건수가 많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한다면 (적발 건수가 가장 많은) 미국의 제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영방송 NHK는 9일 “한국 기업이 일본에 ‘사린가스’ 같은 화학무기 제조에 전용할 수 있는 에칭가스 납품을 재촉하는 등 안보상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수입하는 에칭가스는 ‘고순도(99.999%)’다. 화학무기는 ‘저순도(순도 97% 안팎)’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운 데다, 수출입 통관도 까다로운 고순도 에칭가스를 화학무기를 만드는 데 쓸 이유가 없다.
 
게다가 사린가스가 어떤 독성물질인가. 1995년 도쿄 지하철역에서 일어난 옴 진리교 테러에 등장해 일본인에겐 ‘트라우마’로 남았다. 일본 언론이 국내 여론전에 활용하려고 사린가스까지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극우 성향 산케이 신문은 더 거침없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8일 사설에선 “아베 총리는 외교적인 배려보다 유족(전범)을 배려하는 게 우선”이라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재개하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일본 매체의 ‘트집 잡기’식 보도를 아베 총리나 일본 고위 관료들이 그대로 반복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에도 국적이 있다. 그러나 각자 국익을 추구하더라도, 사실(팩트)에 기초한 보도로 양국이 서로에게 도움되는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 ‘가짜뉴스’로 혐한 감정을 부추겨선 양심 있는 일본인은 물론 국제사회 신뢰도 얻을 수 없다. 이건 괜한 트집이 아니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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