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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은 참의원 선거용" 이 착각에 첫단추 잘못 뀄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30대 기업 총수와 CEO를 청와대로 초청해 긴급 간담회를 열고 최근 일본과의 경제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경제인들의 의견을 듣기에 앞서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30대 기업 총수와 CEO를 청와대로 초청해 긴급 간담회를 열고 최근 일본과의 경제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경제인들의 의견을 듣기에 앞서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기업 총수·최고경영자(CEO)의 ‘긴급’ 간담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전화 접촉, 청와대 안보실 김현종 2차장 미국 급파.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 한국을 향한 일본의 심상찮은 분위기에 대해 지난달까지만 해도 “21일로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용”이라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것과 180도 바뀐 대응이다.
 
지난해 10월 30일 “신일본제철은 징용피해자 1인당 1억 원을 배상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일본이 반도체 산업 부문 수출 규제를 통한 보복에 나서면서 사상 초유의 한·일 무역 전쟁이 발발했다. 일본이 오랫동안 조용히 칼을 갈다 휘둘렀다면, 한국 정부는 ‘설마’하다가 그 칼에 베이고서야 허둥대는 모양새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지난해 11월부터 대응 카드로 검토하던 것들이다. 한국은 ‘일본이 그렇게까지 하겠어’라는 희망적 사고가 지배했다”(서석숭 한일경제협회 부회장)는 말처럼, 그간 정부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낮춰봤다는 정황 증거는 여럿이다.
 
◇아베와의 8초 악수, 미국 활용도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28, 29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세계적인 외교 무대였다. 이때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8초짜리 악수만 했을 뿐 거의 말을 섞지 않았다. 안팎에선 “두 정상이 양국의 갈등을 완화할 만한 실마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에선 “일본의 참의원 선거 때까지는 회담이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나왔다. 일본 자민당이 우경화 바람을 타고 평화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의석수 3분의 2 이상을 노리는 상황에서 한국과 마주 앉을 리 없다는 정치적 해석이었다.
 
사전에 심각성을 인지했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통한 중재 시도도 가능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모두와 군사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최우방국이어서다. G20 종료 후인 30일 가진 한·미 정상회담은 그러나 오롯이 북한 문제에만 집중했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는 상징적 장면은 연출됐지만, 한·일 갈등에 대한 우려나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는 없었다.
 
◇사태 초기 침묵하다 “가만있지 않겠다”
 
청와대는 사태 초기만 해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튿날인 2일,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 발언 전체를 북·미 이슈에 할애했을 뿐 이번 사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무대응이지 무대책은 아니다. 말 한마디가 매우 조심스럽다”고만 했다. 총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멨고,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첫 번째 카드로 내놨다.
 
그러는 사이 4일부터 보복 조치가 시작됐고, 7일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급히 일본을 찾았다. 문 대통령의 첫 입장 발표는 8일이었는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문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높아졌다. 10일 기업인들과 긴급 간담회에서는 “(일본은) 더는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길 바란다”, “전례 없는 비상 상황” 같은 발언을 했다. 일각에선 하지만 문 대통령만이 아베 총리를 돌려세울 수 있는데,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 건 문제란 지적도 나왔다.
 
◇‘장기화’ 대비한다며 기업들을 전면에
 
문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는 동시에 언급되기 시작한 게 ‘장기화 대비’다. 30대 기업과의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민관 비상 대응체제를 갖춰 단기적 대책과 근본적 대책을 함께 세워야 한다”고 언급한 뒤부터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발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수시로 기업인들을 만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이 최고경영자들과 상시 소통체제를 꾸리고, 상황에 급박하면 매일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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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청와대가 대일본 메시지를 내면서 기업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기업도 반한(反韓) 정서의 영향권에 들 수 있어서다. 또, 현재로썬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데, 당장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오라 가라 하지 말고 기업이 SOS를 치면 도울 건 돕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당ㆍ정ㆍ청+기업+야당’ 대일(對日) 스크럼 필요한데
 
현재 한국 정부의 대응은 여당의 공격과 청와대ㆍ정부의 장기전 채비 및 물밑 접촉으로 갈무리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경제보복대책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킨 뒤 당내 강경파인 최재성 의원에게 위원장을 맡겼다. 11일 첫 회의에선 “정치적 목적 가진 경제보복”(이해찬 대표), “명백한 도발이고 일방적인 경제 침략”(최 의원)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일단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의 대일(對日)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여당이 '새로운 친일파'(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이라고 몰아세우면서 반발도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국내 정치용 이벤트에 기업인과 야당을 들러리 세울 때가 아니다”란 말 또한 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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