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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Why] 김상조도 입 다물게 했다···'디테일 군기반장' 이낙연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여의도 정가에서 ‘신사’로 통한다.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이런 인식을 굳혀 놓았다. 원래 국회 대정부질문은 야당 의원들이 국무총리 이하 정부 각료를 불러내 혼내는 자리다. 자연 질문하는 야당 의원들은 공세적이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나서기 일쑤다. 역대 국무총리 가운데는 덩달아 ‘버럭’해버린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그는 야당 의원들이 세게 나오더라도 언제나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답변하곤 한다. 그는 “거칠게 표현하는 게 꼭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의 (답변) 방식은 제가 오랫동안 그려왔던 ‘정치언어’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게 이 총리 스타일의 전부는 아니다. 야당 의원을 상대할 때는 정중하고 부드럽게 답변하되 촌철살인으로 상대방의 말문을 차단하는 쪽이지만 정부 안에선 정반대다.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국무회의나 목요일의 현안조정회의(각 부처 장관 출석) 때 어설프게 보고했다가 싫은 소리를 들은 장관이 여럿이다. 한마디로 깐깐하고 유능해서 ‘힘든 상사’ 스타일에 가깝다. 때론 “이걸 보고라고 하는 겁니까”라는 식으로 엄하게 군기를 잡는다고 한다.  
 
이 총리는 급기야 취임한 지 20일밖에 안 되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이낙연 국무총리. [연합뉴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이낙연 국무총리. [연합뉴스]

군기 잡는 이유  ① ‘원 보이스’ 필요한 시기, 중구난방 메시지 차단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였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 “김상조 실장은 일본의 핵심 소재 3개 품목 가운데 경제 보복이 있을 때 100개의 롱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가장 아픈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품목이다(라고 했는데) 총리는 그 롱리스트를 알고 있는가.“  
 
▶이낙연 국무총리=”어떤 것을 김 실장이 얘기했는지 알고 있지만, 정책실장으로서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구나 이렇게 판단했다.“
 
‘롱 리스트’는 일본의 규제 조치에 오를 수 있는 부품 리스트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김 실장은 지난 3일 기자들에게 “일본에서만 수입할 수 있는 소재나 부품을 골라내니 ‘롱 리스트’가 나왔다. 우리 리스트의 1, 2, 3번째에 해당하는 품목이 (이번) 규제 품목이었다. 가장 아프다고 느낄 1~3번을 짚은 것”이라고도 했다.  김 실장은 위험 관리를 충실히 하면서 대응했다는 차원에서 한 말이었지만 정부가 통상 보복을 예상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자 이 총리가 뒤늦게나마 입단속에 나선 양상이다.

 
이 총리의 경고는 효과가 있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실장은 이낙연 총리의 “말이 많다”는 지적에 관해 “어려운 한·일 관계 문제 속에서 정부가 차분하고 신중하게 대응하라는 취지의 말씀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정 운영의 중심인 국무총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주의 촉구의 말이다. 저를 포함한 모든 정부 관계자가 유념하고 잘 따르도록 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스태프인 청와대 참모, 그것도 정책실장을 공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김 실장이 처음 싫은 소리를 들은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5월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5월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임 김수현 정책실장도 우회적으로나마 쓴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총리는 지난 15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 나왔다. 토론회 며칠 전 김수현 실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정·청 회의에서 마이크가 켜진 걸 모르고 “공무원 사회가 4년 차 같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이 총리는 “공무원 사회가 ‘1년 차 사회’, ‘2년 차 사회’가 따로 있고, ‘4년 차 사회’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며 “공무원 사회는 늘 공무원 사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 차 발언은) 공직사회의 정확한 상태를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김 실장은) 아마 청와대가 걱정하는 문제에 대해 (공직사회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함이 있었을 것”이라며 “정치인(이 원내대표)이 먼저 말씀하시니 (김 실장이) 맞춰주느라, 일종의 ‘과잉서비스’를 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군기 잡는 이유 ②  디테일 중시, 완벽주의자
 
이 총리의 군기 잡기는 특정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지난 3월 국정현안점검조정 회의에선 전체 공직자를 대상으로 따끔한 충고를 했다. 당시 정부는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상 저감 조치를 발령한 상태였다. 이 총리는 “일부 공직자가 차량 2부제 등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정한 대책도 따르지 않는 공직자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도록 제도화했으면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런 이 총리의 업무 스타일에 관한 문답이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패널리스트들의 직설적인 질문에 이 총리는 비교적 소상히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패널리스트=“총리가 참모들을 너무 들들 볶는다, 그래서 총리실 실장급들이 보고를 안 들어가려고 해서 국장들이 들어간다는 얘기가 나온다. 장관들 중에도 상당히 힘들다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우선 총리실에서 국장들은 보고에 들어오지 않는다. 전제부터 사실과 다른 것 같고요. 힘들 거다. 왜냐하면 저는 디테일을 매우 중요시하는 편이다. 제가 지방행정(전남지사)을 맡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많이 봐 왔다. 그래서 정책의 실행력,  현장에서 제대로 수용될 것인가를 매우 중요시한다. 그 점에서 굉장히 힘들 거다. 그러나 일정 부분은 감내해주셔야 한다. 제가 인격적으로 잘 수양 된 사람은 못 된다. 국무회의나 다른 회의에서도 어떤 문제에 관한 설명이 미진할 경우 추가로 계속 묻는 버릇은 있다. 하지만 사람 때문이겠나. 일부러 누구를 골탕 먹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패널리스트=“조금 약을 올려 드리겠다. 디테일을 중시하는 건 좋은데 심하게 말하면 약간 좁쌀 아니냐, 지금 차기 대선 얘기가 나오는데 디테일 외에 비전이 있어야 하지 않나.”
 
▶이낙연 국무총리=“(질문에)굉장히 위험한 덫을 놓은 것 같다. 대권 주자가 아니더라도 디테일 하나만 가지곤 안된다. 지향성도, 가치도 있어야겠죠. 거기에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이 디테일이다. 다른 정치인보다 제가 디테일을 좀 더 중요시한다 정도로 이해해달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지지율 1~2위에 올라있는 이 총리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여권의 유용한 카드 중 하나다. ‘이낙연 활용법’을 고심할 정도로 그의 총선 출마는 기정사실화한 사안이다. 여권 일각에선 이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는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총리는 결벽증이 있을 정도의 완벽주의자라 물러나기 전까지 오히려 고삐를 더 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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