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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라진 '혜자카드' 64종…카드사도 고객도 난감

기자
김용우 사진 김용우
[더,오래] 김용우의 갑을전쟁(12)
각종 부가서비스에 포인트와 캐시백, 공항 라운지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혜자카드'라 불리며 인기를 끈 신용카드. 그런데 카드사들이 올해부터 ' 혜자카드'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진 셔터스톡]

각종 부가서비스에 포인트와 캐시백, 공항 라운지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혜자카드'라 불리며 인기를 끈 신용카드. 그런데 카드사들이 올해부터 ' 혜자카드'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진 셔터스톡]

 
‘혜자카드’라고 아시나요. 각종 부가서비스에 포인트와 캐시백, 심지어 공항 라운지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혜택이 많은 카드를 일컫습니다. 배우 김혜자 씨의 이름을 딴 편의점 도시락이 가격에 비해 알차다는 데서 유래된 건데요.
 
그런데 정부의 영세 중소신용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 등의 영향으로 카드사의 재정 사정이 많이 어려워졌나 봅니다. 카드사들은 올해부터 혜자카드 발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올 상반기에 단종된 혜자카드 상품만 벌써 64종에 달한다고 합니다. 


부가서비스 의무유지 기간 3년  
 
그렇다면 이미 발급받은 카드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신용카드 하단에는 유효기간이 있는데 통상 5년입니다. 따라서 유효기간까지는 카드를 발급받을 때 약속한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을 거로 보입니다. 다만 카드사의 사정에 따라 혜택이 줄어들 수도 있는데요. 금융위원회가 정한 부가서비스 의무유지 기간이 지나면 카드사가 금융감독원의 약관변경 심사를 받아 혜택을 축소할 수 있도록 해놓은 장치 탓입니다.
 
현재 의무유지 기간인 신용카드 등의 신규 출시 이후 3년이 넘는 순간 카드사 측이 금융감독원 심사를 통해 혜택을 줄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00부가서비스가 변경 내지 중단된다’는 공지를 종종 볼 때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겠지요.
 
항공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고 라운지 이용이 가능한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A 씨. 발급 이후 카드사가 기준을 변경함에 따라 적립 마일리지가 줄어든 것을 알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카드사에 원래 약속했던 마일리지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카드사의 설명 의무 위반이 쟁점이었다. [사진 unsplash]

항공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고 라운지 이용이 가능한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A 씨. 발급 이후 카드사가 기준을 변경함에 따라 적립 마일리지가 줄어든 것을 알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카드사에 원래 약속했던 마일리지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카드사의 설명 의무 위반이 쟁점이었다. [사진 unsplash]

 
A씨가 2012년 10월에 가입한 카드 역시 혜자카드였습니다. 연회비 10만원만 내면 1500원당 2마일의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해주고 공항 라운지 이용 카드(PP 카드)까지 무료로 제공한다고 해 가입자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가입자가 한없이 늘다 보니 카드사가 항공사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나 봅니다.
 
카드사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2013년 9월부터 마일리지 혜택을 1500원당 2마일에서 1.8마일로 변경한다고 공지하고 A씨에게도 변경된 기준에 따라 마일리지를 제공했지요. 마일리지가 줄어든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2015년 4월 카드사를 상대로 카드 유효기간 말일까지 원래 약속한 1500원당 2마일리지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 모두 A의 손을 들어주며 카드사에 원래 약속했던 마일리지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는데요. 대법원 역시 최근인 지난 5월 30일 결국 A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76177).
 
사건의 쟁점은 ‘카드사가 A씨에게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는지 여부’였습니다. 카드사는 미리 약관으로 의무유지 기간이 지나면 통지를 하고 부가서비스 혜택을 축소할 수 있도록 정해놨지만, 신용카드에 가입할 때는 A씨에게 그 내용을 설명한 적이 없었던 겁니다. A씨는 이 부분이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는 ‘사업자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제3조 제3항 전문)’고 되어 있고, 마일리지 축소는 고객에게 중요한 사항인데 카드사로부터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중요한 내용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면 그 내용은 계약 내용에 포함될 수 없고 이를 근거로 혜택을 축소할 수 없다고 A씨는 항변했습니다.
 
카드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카드사의 주장은 일정 기간 부가서비스를 유지하고 미리 고지만 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므로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카드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카드사의 주장은 일정 기간 부가서비스를 유지하고 미리 고지만 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므로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카드사의 주장은 어땠을까요. 부가서비스 변경 약관은 법령에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것에 불과해 따로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해당 약관은 금융위원회가 정한 고시(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일 뿐이라는 얘기지요. 카드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카드사가 근거로 든 금융위원회 고시내용은 오히려 상위법 취지를 변질시켰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령은 함부로 ‘부가서비스를 부당하게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카드사의 주장은 오히려 일정 기간 부가서비스를 유지하고 미리 고지만 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므로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의미였지요.


마일리지 관련 줄소송 이어질 듯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마일리지를 받지 못한 수많은 고객의 줄소송이 예상되는데요. 카드사의 입장도 상당히 난감해 보입니다.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려면 금융감독원 약관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요.
 
앞의 사례에서처럼 최근 나온 대법원 판례 탓에 금융감독원이 카드사의 약관 심사를 상당히 엄격하게 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입니다. 금융감독원 입장에서도 쉽게 승인해줬다간 A씨 경우처럼 줄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겠지요.
 
고객 입장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닙니다. 유효기간까지는 혜자카드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겠지만 이후 혜자카드는 영영 사라질지 모릅니다. 연회비가 더 오르거나 무이자 할부 혜택을 받기 까다로워지는 등 그나마 유지되던 기존 카드의 혜택 역시 줄어들 여지가 큽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적정선에서 혜택을 조정하더라도 장기간 안정적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용우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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