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마일드세븐 배신의 기억…"일본산 불매운동 25년 필패했다"

1992년 서울 잠실동 롯데백화점앞 광장에서 열린 일본제품 불매운동 집회 모습. 당시 이 백화점 10층에서 열린 '일본 니이가타 관광물산 전시회'를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 일본 상품 화형식을 한 뒤 시민들에게 관련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1992년 서울 잠실동 롯데백화점앞 광장에서 열린 일본제품 불매운동 집회 모습. 당시 이 백화점 10층에서 열린 '일본 니이가타 관광물산 전시회'를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 일본 상품 화형식을 한 뒤 시민들에게 관련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광복 50주년을 맞았던 1995년, 한국에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서울 종로구와 부산 용두산 공원 등지에서 일본 담배 마일드세븐 화형식 등이 진행됐다. 그러나 연말까지 집계된 마일드세븐 판매량은 ‘배신’이었다. 재정경제원이 96년 1월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5년도 국내 담배 판매량 중 수입 담배 톱은 마일드세븐으로, 시장 점유율은 전년도 3.5%에서 5.7%로 2.2%p 올랐다.  

한국 불매운동 실패사 쓴 사와다 가쓰미 기자 인터뷰
"한국은 성숙한 사회, 日제품 화형식 불매운동으론 안돼"

 
일본 마이니치신문 외신(국제)부장 사와다 가쓰미. 서울 특파원을 2번 역임한 지한파다. [본인 제공]

일본 마이니치신문 외신(국제)부장 사와다 가쓰미. 서울 특파원을 2번 역임한 지한파다. [본인 제공]

 
한국에 살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4번 경험했던 지한파 사와다 가쓰미(澤田克己) 마이니치(每日)신문 기자에게도 이런 일화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서울지국장을 지낸 뒤 현재 도쿄 본사에서 외신부장(국제부장)을 맡고 있는 그가 지난 8일 ‘한국의 불매운동은 25년간 불발의 역사였다’는 칼럼을 쓴 이유다. 칼럼은 사와다 부장 개인의 기억에 근거해 실패로 끝난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역사를 조목조목 조명했다. 한국에도 소개돼 “수치스럽고 황당하다” “한국을 무시하는 기사다” 등의 댓글이 달리며 반향을 불렀다.  
 
사와다 부장은 9일 통화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을 무시하기 위해 쓴 기사가 아니라, 단지 사실을 열거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움직임이 생각보다 실효도 없을뿐더러 일본에서 (반한감정을 조장해) 악영향만 불러일으키는 점이 아쉬워서 쓴 칼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1일 경제 보복 조치를 발표했을 당시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는 왜 바보 같은가’라는 글을 써서 화제가 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칼럼 내용을 소개한 한국어 기사에 “한국인 무시하는 기사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사실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난 사실을 쓴 것뿐이다. 한국인 지인들도 동감을 표했다.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적대감만 키우는 등 역효과만 내는 것이 안타까워서 썼다. 불매운동을 조장하는 건 무책임하다. 냉정한 태도가 필요하다.”  
 
지난 8일 서울 은평구의 한 식자재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은평구의 한 식자재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불매운동이 실패해 온 이유는 뭐라고 판단하나.  
“한국이 성숙한 시민사회이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는 여러모로 성숙했다. 정치적 동기를 가진 일부의 사람들이 일으키는 화형식 등의 불매운동은 이런 성숙한 사회에선 다수의 지지를 얻는 것이 어렵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21일 참의원 선거용이라는 시각엔 동의하나.  
“사실 그런 면이 있다고 보여지긴 한다. 대법원 판결이 지난해 10월에 나왔고 문재인 정부도 출범한 지 2년이 됐는데 그간 가만히 있다가 경제 조치를 참의원 선거를 약 3주 앞둔 시점에 한 것을 보면 그렇다. 이왕 기다린 일본 정부가 3주를 더 기다리지 못한 이유는 뭔가. 21일 이후에 했다면 선거용이라는 말을 들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가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할까.
“일본 내에서 현재 한국에 대한 파티그(fatigue, 피로감)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아베 정부 지지 여부를 떠나서, 적어도 40대 이상의 일본인들 사이에선 이런 파티그가 퍼져있다. 한국에 대해 ‘아키레타(あきれた, 질렸다)’는 감정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겐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가 환영받는다.”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일본 불매 운동 관련 사진. [사진 인스타그램]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일본 불매 운동 관련 사진. [사진 인스타그램]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일본 내에선 ‘대일 외교를 제대로 생각하는 기미가 안 보인다’는 인식이 있다. 한국 정부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해도, 일단 일본에선 그렇게 받아들여져 있다는 게 중요하다. 한국 정부가 놓친 중요한 포인트는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의 경중이 다르다는 점이다.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ㆍ일 청구권 협정)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게 일본의 인식이다. 위안부보다 강제징용 문제가 일본에겐 더욱 무게감이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둘 사이의 차이점을 정확히 인식하지 않고 대응한 것 같다.”  
 
지난달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 모습. [EPA]

지난달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 모습. [EPA]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사실 이번 수출규제 조치 등은 악수(惡手)라고 본다. 통상질서에도 반(反)하고, 결국 중국이 일본에게 했던 희토류 수출 규제 보복과 다를 게 무엇이 있나. 양국이 부디 외교적인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사와다 가쓰미는 누구=1999~2004년, 2011~2015년 마이니치 신문 서울특파원을 역임했다. 두번째 부임에선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장으로 선출됐다. 『탈일(脫日)하는 한국』『한국「반일」의 진상』 등 한국 관련 서적을 다수 집필한 지한파다. 외교부가 지난해 출범시킨 한ㆍ일 문화 인적교류 활성화 TF의 일본측 위원으로 위촉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도 만났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