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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추모탑 내 디자인 표절”… 원작자 고소한 80세 노교수

이동일 부산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5·18민중항쟁 추모탑을 디자인한 나상옥 작가가 내 작품을 표절했다"며 나 작가를 검찰에 고소했다. 사진은 이 교수가 만든 투시도(왼쪽)와 5·18민중항쟁 추모탑 실제 모습. [사진 이동일 부산대 명예교수]

이동일 부산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5·18민중항쟁 추모탑을 디자인한 나상옥 작가가 내 작품을 표절했다"며 나 작가를 검찰에 고소했다. 사진은 이 교수가 만든 투시도(왼쪽)와 5·18민중항쟁 추모탑 실제 모습. [사진 이동일 부산대 명예교수]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중앙에는 40m 높이의 조형물이 서 있다. ‘5·18민중항쟁 추모탑’이다. 5·18 기념식이 매년 이 추모탑 앞에서 열린다.
 
추모탑은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5·18묘역 성역화 사업’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광주시는 그해 ‘5·18 추모탑 조형물’ 공모를 통해 조각가 나상옥씨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뒤 1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997년 5월 16일 추모탑을 세웠다.
 
20년 넘게 광주 민주화운동을 상징해 온 추모탑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부산대 미술학과 이동일(80) 명예교수가 지난달 10일 “5·18민중항쟁 추모탑을 디자인한 나상옥씨가 내 작품을 표절했다”며 나 작가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해서다. 검찰은 피고소인 나씨의 주소지 관할 광주 북부경찰서에 사건을 맡겼다.
 
이 교수는 “지난 1995년 7월 광주시가 주관한 ‘5·18 추모탑 조형물’ 공모에 내기 위해 부산의 건축설계사무소 Y소장에게 건넨 40m 탑 투시도(설계도)를 나씨가 모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시도는 물체를 눈에 보이는 형상 그대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그해 3월 공동 출품을 제안했던 Y소장은 7개월 뒤인 10월 “우리 안이 낙선됐다”며 이 교수에게 투시도가 그려진 패널을 돌려줬다고 한다.
 
이 교수는 고소장에서 “2009년 5월 방송을 통해 5·18 추모탑을 처음 본 순간 내가 만든 디자인과 똑같아 당시 공모에 냈던 디자인이 도용 또는 원용됐다고 의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Y소장이 이 교수 디자인을 공모에 내지 않고 나 작가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동일 부산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5·18민중항쟁 추모탑을 디자인한 나상옥 작가가 내 작품을 표절했다"며 나 작가를 검찰에 고소했다. 사진은 이 교수가 직접 그린 투시도 원안. [사진 이동일 부산대 명예교수]

이동일 부산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5·18민중항쟁 추모탑을 디자인한 나상옥 작가가 내 작품을 표절했다"며 나 작가를 검찰에 고소했다. 사진은 이 교수가 직접 그린 투시도 원안. [사진 이동일 부산대 명예교수]

 
이 교수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초기에는 이해하고 양보할 마음이 있었지만, TV 방송에서 작품(추모탑)을 여러 차례 보면서 맘이 달라졌다”며 “창작을 천직으로 아는 작가와 예술인들이 표절 사건으로 지식재산권이 침해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나 작가를) 고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표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예술계 정서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책임감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표절의 근거로 ▶기단부 상단 꼭지 부분 좌·우측이 예각으로 절단된 점 ▶기단부 중간 부분이 다이아몬드(◇) 형태인 점 ▶기단부 기둥을 이루는 상·하 직선이 다이아몬드 형태에서 만나 곡직부를 이루는 점 등을 들었다.
 
이 교수 주장에 대해 5·18 추모탑 원작자인 나 작가는 경찰에서 “표절하지 않았다”며 전면 부인했다. 이 교수의 투시도를 본 적이 없다는 취지다. 중앙일보는 나 작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찰은 이 교수와 나 작가를 불러 고소인·피고소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광주시에는 당시 공모에 제출된 자료를 요청했다. 경찰은 당시 심사위원들과 공모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고인석 광주 북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오래전 일인 데다 민감한 내용이어서 신중히 수사하고 있다”며 “고소인(이 교수)이 제출한 자료와 공모에 제출된 자료 등을 전문가들에게 보내 저작권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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