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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또 직접 통제나선 정부…잡으려는 게 집값인가 표인가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정부가 다시 집값과의 전쟁에 나섰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주 들어 반등하면서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오르던 것이 전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그러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또 다른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다. 정부가 땅값(감정평가 금액 또는 매입가격)과 표준건축비를 더해서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가격 통제’다.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앞선 숱한 실패 사례에도 강행
단기 효과 있어도 변동성 심해져
전문가들 “집값 결국 급등할 것”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이 대책을 지금 대체 왜’라고 되묻는다. 가격을 통제하려 했으나 끝내 통제하지 못한 과거가 생생해서다.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를 처음 도입한 것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다. 집값을 잡겠다며 꺼내 들었지만,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전세대란이 일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경기는 가라앉고, 미분양이 속출해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는 흐지부지됐다. 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 적용 요건이 강화됐고, 2014년 이후에는 적용 사례가 없다. 당시 경제 위기가 집값을 끌어내렸다는 게 중론이다. 상한제 덕이라는 일부 의견도 있다. 여하튼 저렴했던 분양가는 이후 시세를 따라 폭등했다.

 
‘가격 통제’의 더 가까운 역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보금자리주택이다. 당시 강남에서 가까운 곳에 싼 아파트를 공급해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선포하며 그린벨트를 대거 풀어 주택 공급에 나섰다. 그런데 강남 집값은 내리지 않았다. 보금자리주택 가격이 강남 집값을 쫓아 상승했을 뿐이다.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해 ‘반값 아파트’로 불렸던 서울 강남구 세곡지구 보금자리주택의 모습. 2015년부터 순차적으로 전매제한이 풀리자 집값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중앙포토]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해 ‘반값 아파트’로 불렸던 서울 강남구 세곡지구 보금자리주택의 모습. 2015년부터 순차적으로 전매제한이 풀리자 집값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중앙포토]

2009년 분양한 세곡푸르지오 전용 84㎡의 경우 당시 분양가가 시세의 절반 수준인 3억4200만원이었다. 하지만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이달 평균 시세가 11억원에 달한다.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6년의 전매제한 기간을 뒀지만, 풀리자마자 가격이 폭등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분양가 상한제는 최초 분양자만 엄청난 혜택을 받는 제도”라며 “특정계층에 자산 배분을 하는 것이 목표라면 정책의 효과를 보겠지만, 주택가격 안정화가 목표라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회사 사장은 “민간 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하면 민간용지에 대한 개발은 사실상 중단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은 건축비보다 땅값이 결정하는데 땅 소유주가 가격을 낮춰 내놓을 리 만무하고, 이익은 줄고 리스크가 커지는데 건설사들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며 “결국 집값을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수요라는 것을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집값을 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공급은 줄고 서울 내 선호도 높은 지역으로 수요가 쏠리면서다.  ‘주택 다양성을 해칠 것’이라는 또 다른 견해도 있다. 한 중소 부동산개발업체 대표는 “서울에 테라스가 있는 연립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세웠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도무지 수익성이 안 나 포기할 생각”이라며 “결국 저렴하고 비슷한, 용적률만 꽉 채운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잡아야 할 것은 가격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다. 수급이 안정화되면 가격이 널 뛸 염려가 없다. 집값만 누른다면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선 숱한 시행착오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뻔한 규제책을 꺼내 든 김 장관에게 시장은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잡고 싶은 것은 집값인가, 아니면 당장의 분양가 싼 아파트로 얻을 내년 총선용 표인가.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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