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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수출규제가 잘못이라고? 천만에" 똘똘 뭉치는 일본

#1. 일본 경제산업성은 무역 규제상의 우대 조치 대상인 ‘화이트 국가’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는 방안에 대해 여론조사(퍼블릭코멘트)를 실시 중이다. 인터넷상의 조사는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실시된다. 
  

경제산업성 앙케이트에 98%가 찬성
"고급 정론지 유료 독자도 찬성 입도적"
야당 대표도 "싸운다면 절대 지지마라"
경제단체 "안타깝지만 이번엔 한국 잘못"
장기전 돌입하는 일본,한국엔 불리한 조건


그런데 9일 TV 도쿄 보도에 따르면 첫 1주일 동안 올라온 6300건 중 이 조치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200여 건, 반대는 60건이었다. 무려 98%의 찬성이다. TV 도쿄는 "정책과 관련해 국민의 의견을 묻는 '퍼블릭코멘트'에 이렇게 많은 의견이 쇄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인터넷 조사가 실제 여론과 100% 일치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일본 내에선 그 압도적인 쏠림 현상 자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일 참의원 선거가 고시된 가운데 후쿠시마(福島)현 후쿠시마시에서 첫 유세에 나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일 참의원 선거가 고시된 가운데 후쿠시마(福島)현 후쿠시마시에서 첫 유세에 나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2. 일본에서 손꼽히는 고급 정론지의 논설위원은 "전자판 유료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70~80% 정도가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 더이상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입장에 동조하거나, "일본이 화가 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특히 많다고 한다. 
 
다른 유력 진보지의 논설위원도 "한ㆍ일 갈등 뉴스에 수요가 몰리는 등 진보적 독자들도 이번 조치엔 그다지 비판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월 4만원 안팎의 돈을 내고 신문 전자판을 구독하는 이들의 여론 역시 이렇게 흐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3.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한 흐름이다. TBS 계열의 뉴스네트워크 JNN이 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이번 조치가 ‘타당하다’는 응답이 58%, ‘타당하지 않다’는 24%였다. NHK 조사에서도 ‘이번 조치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45%인 반면 ‘부적절하다’는 9%에 불과했다.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37%였다.
 
한·일관계에 정통한 일본 소식통은 "징용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에 70% 안팎의 국민이 지지해온 결과와 비교하면 ‘타당’,‘적절’ 응답이 다소 낮지만,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반응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마키 유이치로 일본 국민민주당 대표 [다마키 대표 트위터 캡쳐]

다마키 유이치로 일본 국민민주당 대표 [다마키 대표 트위터 캡쳐]

 
#4. 참의원 선거(21일)를 코앞에 둔 야당도 이런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일 후지TV의 ‘당수 토론’에 출연한 대부분의 야당 대표들도 아베 총리의 이번 조치에 제대로 반기를 들지 못했다.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대표는 "일단 (싸움을)하기로 했으면, 또 WTO(세계무역기구에서)에서 다툰다면 절대로 지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현 수산물 금수 분쟁 때처럼 두 번 다시 져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동안 한국에 우호적이던 연립 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대표도 이날 만큼은 "신뢰관계가 손상됐다면 (한국에 대한) 우대 조치를 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청와대에서 야마구치 일본 공명당 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청와대에서 야마구치 일본 공명당 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5. 그동안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일본 경제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게이단렌(經團連)의 '넘버 2' 고가 노부유키(古賀信行ㆍ노무라홀딩스 회장) 심의위원회 의장은 9일 오사카에서 열린 회견에서 "한국과의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지만, 이번엔 한국이 너무 고집스럽다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의 정치적인 협상에 대해선 “정권과 정치권에 맡길 일”이라고 거리를 뒀다. 
 
양국 관계개선을 위해 아베 총리 등 정치권에 압박을 가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0일 "소니의 컴퓨터 사업 부문이 독립한 ‘VAIO’(바이오)는 한국 이외의 반도체 조달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일본 경제계는 한국과의 분쟁 장기화에 대비할 자세다.   
 
수출 규제 조치가 발표된 뒤 한국에선 그동안 “일본 국내에서 아베 총리의 조치가 비판받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실제로 처음엔 분위기가 그렇기도 했다. 아베 총리와 가까운 몇몇 매체를 빼곤 “자유무역에 앞장서온 일본이 취해선 안 될 조치”,“징용문제 때문에 한국과의 신뢰가 붕괴했다면서 '징용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란 비판적 주장이 강했다.
 
하지만 한국에 싸늘한 일반 국민의 여론이 확인되면서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논조는 일본 내에서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을 어떻게 믿느냐’는 아베 총리의 말이 오히려 더 힘을 얻고 국민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의 각 부문이 한목소리로 똘똘 뭉쳐가는 양상이다.
 
아베가 힘을 얻는 일본 앞에서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차분하게 노력해 나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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