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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투석 가던 70대 부부, 빨간 점멸등 무시한 트럭에 참변

9일 오전 6시 44분쯤 전북 정읍시 칠보면 한 교차로에서 트럭끼리 충돌한 현장.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진 정읍경찰서]

9일 오전 6시 44분쯤 전북 정읍시 칠보면 한 교차로에서 트럭끼리 충돌한 현장.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진 정읍경찰서]

9일 오후 전북 정읍시 칠보면 한 교차로. 시커먼 기름과 붉은 핏자국으로 도로 곳곳이 얼룩덜룩했다. 모래가 뿌려져 있고, 조각조각 깨진 자동차 유리도 보였다.  
 

[르포] 전북 정읍 교차로 사고 현장 가보니
트럭끼리 충돌…도로 곳곳 기름·핏자국
노부부 '신장 투석' 병원 가던 길에 참변
경찰 "적색 점멸등 앞 안 멈추면 신호위반"

이날 오전 6시 44분쯤 이 교차로에서는 A씨(72)가 몰던 1t 트럭이 B씨(48)가 운전하던 3.5t 트럭 옆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1t 트럭에 타고 있던 A씨와 A씨 부인(64), 마을 주민 C씨(73·여) 등 3명이 숨졌다. A씨 부부 트럭은 칠보면 방향, B씨 트럭은 산외면 방향으로 달리다가 충돌했다.  
 
정읍소방서에 따르면 119구급대 도착 당시 A씨 트럭은 앞 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A씨는 트럭 밖으로 튕겨 나왔다고 한다. 함께 타고 있던 A씨 부인과 C씨는 차 문이 우그러져 트럭 안에 갇혔다. 구조대는 유압장치를 이용해 차 문을 열고 두 사람을 구조했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이미 의식이 없거나 심정지 상태였다는 게 정읍소방서 측 설명이다.  

 
A씨 등은 정읍과 전주 지역 병원 3곳에 옮겨졌으나 모두 사망했다. 사인은 두부 손상 및 다발성 골절에 의한 쇼크사였다. 상대 트럭 운전자 B씨는 골반 골절 등 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점멸등이 켜진 교차로에서 A씨 트럭이 B씨 트럭과 충돌해 발생했다. 해당 교차로는 교통량이 별로 없는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점멸등으로 신호 체계가 바뀐다고 한다.  
 
9일 오전 6시 44분쯤 전북 정읍시 칠보면 한 교차로에서 트럭끼리 충돌한 현장.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진 정읍경찰서]

9일 오전 6시 44분쯤 전북 정읍시 칠보면 한 교차로에서 트럭끼리 충돌한 현장.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진 정읍경찰서]

정읍경찰서 교통조사팀 관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치사)로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B씨는 적색 점멸등 앞에서는 일시 정지 후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트럭을 몰아 A씨 등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다. A씨도 황색 점멸등 신호를 어기고 달렸지만, 경찰은 B씨에게 사고 책임이 있는 것으로 봤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 만난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상 황색 점멸등 앞에서도 서행해야 하지만, 적색 점멸등 앞에서는 무조건 차를 멈춰야 하고, 안 멈추면 신호 위반"이라고 했다. 경찰은 B씨 트럭에 있던 블랙박스를 확보해 과속 여부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가 난 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60㎞이지만, 양쪽 트럭 모두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제한 속도를 넘긴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산내면에 사는 A씨 부부는 이날 시내에 있는 병원(내과)에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A씨 아내가 신장 투석을 받는 날이었다. C씨도 신장 투석을 이유로 A씨 트럭을 얻어 탔다가 목숨을 잃었다. A씨 부부와 C씨 마을은 3㎞가량 떨어져 있지만, 서로 이웃처럼 지냈다고 한다. 
 
9일 낮 전북 정읍시 칠보면 한 교차로. 기름과 핏자국으로 도로가 얼룩덜룩하다. 이날 오전 이곳에서 달리던 트럭끼리 충돌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정읍=김준희 기자

9일 낮 전북 정읍시 칠보면 한 교차로. 기름과 핏자국으로 도로가 얼룩덜룩하다. 이날 오전 이곳에서 달리던 트럭끼리 충돌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정읍=김준희 기자

A씨 부부 사고 소식에 마을 전체는 초상집 분위기다. 마을 이장(78)은 "아줌마(A씨 부인)가 수십년간 몸이 아팠다. 3~4년 전부터 일주일에 두세 번 신장 투석을 했는데 아저씨(A씨)가 매번 트럭을 운전해 병원을 오갔다"고 했다. 그는 "아저씨는 거동이 불편한 부인 옆에서 늘 부축하고 다녔다. 본인은 평소 게이트볼을 치러 다닐 정도로 건강했는데 갑자기 떠나 허망하다"고 했다. 다른 주민(60대 남성)은 "(A씨) 부부 금실이 좋았다. 고추·콩 농사를 짓는데, 부인 병원비를 대느라 밭도 많이 팔아먹었다"고 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A씨 부부와 C씨 자녀들은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 처벌 위기에 몰린 B씨는 경찰에서 본인을 전기 작업 등을 하는 일용직 노동자라고 밝혔다. B씨는 아침 일찍 고소작업차(높은 곳에서 작업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차)를 몰고 일터에 가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정읍경찰서 관계자는 "적색 점멸등은 일시 정지, 황색 점멸등은 서행해야 하는데 양쪽 운전자 모두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 같다"며 "교차로에서 한쪽만 (신호 체계를) 잘 지켰어도 사고가 안 났을 텐데 안타깝다"고 했다.
 
9일 오전 6시 44분쯤 전북 정읍시 칠보면 한 교차로에서 트럭끼리 충돌한 현장.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진 정읍경찰서]

9일 오전 6시 44분쯤 전북 정읍시 칠보면 한 교차로에서 트럭끼리 충돌한 현장.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진 정읍경찰서]

정읍=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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