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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까지 쉼없이 소각장 돌려도, 처리 못한 쓰레기 매일 149t

제주시 회천동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매립장에 처리되지 못한 압축 쓰레기 5만여t이 쌓여 있다. 천권필 기자

제주시 회천동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매립장에 처리되지 못한 압축 쓰레기 5만여t이 쌓여 있다. 천권필 기자

지난달 10일 오후 제주공항에서 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20㎞쯤 이동하자 제주시 회천동의 쓰레기 소각장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 솟은 굴뚝에선 쓰레기를 태운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제주시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는 도내 유일의 대형 소각장인 이곳에서 대부분 처리된다. 하지만 소각장은 이미 포화 상태가 된 지 오래다.
  

[청정 제주가 사라진다] <상> 감당 안 되는 쓰레기
생활쓰레기 44% 소각 못 하고 쌓여
관광객 급증했지만 인프라는 제자리
연말까지 15만t 쓰레기 쌓일 듯
“강력한 일회용품 감축 정책 필요”

오후 6시가 넘은 늦은 시각인데도 소각장 앞에는 쓰레기를 잔뜩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소각장 관계자는 “자정까지 풀가동해도 하루 반입량의 절반 정도밖에 처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소각장 옆에는 생활 쓰레기를 우선 처리하느라 미처 태우지 못한 폐목재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소각되지 못한 생활쓰레기는 압축 쓰레기 형태로 포장된다. 천권필 기자.

소각되지 못한 생활쓰레기는 압축 쓰레기 형태로 포장된다. 천권필 기자.

남은 생활 쓰레기는 소각장 옆 포장시설로 옮겨지고 있었다. 여기서는 쓰레기를 흰 비닐로 둘둘 말아 압축 포장했다. 넘쳐나는 압축 쓰레기는 소각장 앞 도로는 물론, 직원 테니스장까지 점령했다.
 
제주 북부환경관리센터 소각장 옆 테니스장에 처리되지 못한 압축 쓰레기가 쌓여 있다. 천권필 기자.

제주 북부환경관리센터 소각장 옆 테니스장에 처리되지 못한 압축 쓰레기가 쌓여 있다. 천권필 기자.

소각장을 벗어나 차로 조금 더 올라가자 거대한 쓰레기 산이 나타났다. 여기에도 흰 비닐로 포장된 0.9t짜리 압축 쓰레기 6만여 개가 쌓여 있었다. 수년 동안 방치된 탓에 비닐은 곳곳이 뜯어져 있고, 코를 찌르는 악취도 났다. 이날도 100개가량의 쓰레기 뭉치가 새로 쌓였다.
  
김승현 제주시 환경시설관리소 주무관은 “매일 소각장에 반입되는 생활 쓰레기는 230여t인데 처리할 수 있는 건 최대 134t에 불과하다”며 “도내에 대규모 소각장이 하나뿐이다 보니 쌓이는 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방치된 생활 쓰레기에선 악취·침출수
최근에는 노후화된 이 소각 시설이 일주일 동안 멈춰서는 바람에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한라산 인근의 서귀포시 남원 매립장에 가보니 ‘가연성 폐기물 반입 금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도 소각장으로 못 간 가연성 생활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쓰레기에서 나오는 악취가 코를 찔렀고, 바닥에는 침출수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제주시 남원 매립장에 생활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천권필 기자

제주시 남원 매립장에 생활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천권필 기자

동행한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한꺼번에 매립하다 보니 침출수가 고일뿐더러 여름이 돼 기온이 오르면서 악취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소각장으로 가야 할 생활 쓰레기가 계속 쌓이면 매립장 포화 시기도 훨씬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관광객…쓰레기 44% 처리 못 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제주도가 이처럼 '쓰레기 섬'으로 변한 건 쓰레기 발생량이 몇 년 전부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서귀포시를 포함해 도 전체에서 매일 발생하는 가연성 쓰레기는 3월 기준으로 하루 340t에 이른다. 이 중 제주·서귀포에서 소각 처리되는 건 191t뿐이고, 절반에 가까운 149t이 매일 쌓이고 있다.

 

도내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를 포함한 전체 생활 쓰레기도 2007년 하루 595t에서 지난해 1311t으로 늘었다. 1인당 폐기물량 역시 1.93㎏(2017년 기준)으로 전국 평균(1.01㎏)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제주를 찾는 외지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는 2008년 582만 명에서 지난해 1431만 명으로 10년 새 2.5배로 늘었다. 올해에도 4월까지 470만 명의 관광객들이 제주를 방문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48만 명보다 5.1%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의 여파로 발길이 끊겼던 중국인들이 다시 제주를 찾기 시작하면서 중국인 관광객 수가 배로 급증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들도 4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가량 늘었다.
 
필리핀으로 쓰레기 반출해 국제 망신 사기도 
필리핀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에 압수 보관 중인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이 중에는 제주도에서 반출한 쓰레기도 섞여 있다. [그린피스 제공]

필리핀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에 압수 보관 중인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이 중에는 제주도에서 반출한 쓰레기도 섞여 있다. [그린피스 제공]

사정이 이런데도 도내 쓰레기 처리 인프라는 주민과의 갈등 등으로 몇 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노후화된 기존 시설을 대체할 예정이었던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의 대형소각장은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올해 말이나 가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제주도 쓰레기를 외부로 반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운송비가 워낙 비싼 데다 쓰레기를 받아주는 곳도 많지 않다. 지난해에는 2만여t의 압축 쓰레기를 외부로 반출했지만, 일부가 필리핀까지 흘러 들어가 국제적인 망신을 사기도 했다. 지금도 필리핀에는 1880t의 제주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이로 인해 올해에는 단 1t의 쓰레기도 외부 반출을 못 하고 그대로 쌓아놓고 있는 형편이다.
  
박근수 제주도 생활환경과장은 “가연성 폐기물 반입량이 소각시설의 처리능력을 초과하고 있다"며 " 신규 소각장이 가동되는 올해 말까지 10만4500t의 압축 쓰레기와 4만9000t의 폐목재가 처리되지 못하고 쌓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내 환경 인프라를 확대하는 동시에 일회용품 규제 등 강력한 폐기물 감축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정도 팀장은 “제주도는 관광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일회용품 소비가 극심하고 그에 따른 생활 쓰레기 배출도 많다”며 “제주도특별법 개정 등을 통해 제주도가 직접 일회용품을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천권필 기자·최충일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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