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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적 목적으로 경제 보복” 한국 WTO 긴급 상정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국제규범 위반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본격적인 국제 여론전에 나섰다.
 
9일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한국 측 대표인 백지아 주제네바 대사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한 개 국가만을 대상으로 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함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8~9일 열린 상품·무역이사회에는 WTO 가입국 대표들이 상당수 참석했다. 의제 제기 기한은 당초 6월 27일이었지만, 정부는 일본 조치가 7월 1일에 발표돼 부득이했다는 점을 들어 긴급 의제로 막판 상정했다. WTO 상품·무역위원회에는 통상 공사급이 참석했지만 이번엔 백 대사가 대표로 나섰다.
 
백 대사는 “일본이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강조한 직후 이런 조치를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며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명해야 하며, 이를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품목의 수량 제한을 금지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11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혀 왔다.  
  
유명희 내주 방미 “애플·구글도 타격 불가피” 설득작전
 
유명희. [뉴시스]

유명희. [뉴시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이유로 ‘국제 평화와 안전유지 목적’을 들었다. 또 “한국의 수출 관리상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고, 그들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 7일 후지TV 토론회)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백 대사는 “일본이 주장한 ‘신뢰 훼손’과 ‘부적절한 상황’은 현 WTO 규정상 조치의 근거가 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조치는 우리 기업뿐 아니라 일본의 회사,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전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도 부정적 파급 효과가 있으며, 자유무역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본의 수출규제 대책을 묻는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여러 가지를 강구하고 있다. WTO 제소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 측에 ‘부적절한 사안’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며 “일본 측 조치의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대외에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음주 중 미국 워싱턴을 방문, 주요 통상 당국자를 만날 예정이다.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도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롤런드 드 마셀러스 미 국무부 국제금융개발국장과 회동한다. 한국 정부는 “한국 업체 피해가 확산할 경우 미국 업체의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적극 펼 것이라고 한다. 정재완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을 불사하는 데다 방위비를 아끼기 위해 한·미 동맹을 저울질할 정도로 자국 경제 살리기에 민감하다”며 “대미 외교에 이런 상황을 충분히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쇄 타격의 영향권에 있는 미국 회사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을 필두로 한 애플·퀄컴·인텔·HP·엔비디아 등 정보기술(IT) 업체다. 일본이 내린 수출 제한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를 사들이는 회사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는 D램·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각각 삼성이 70%, SK가 50% 이상 점유율을 지키는 ‘과점’ 상태다. 따라서 세계 공장 역할을 하는 삼성·SK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미국 IT 업체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펼 예정이다.
 
반도체보다 범위가 좁지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게 디스플레이다. 그중에서도 스마트폰·노트북 등에 쓰는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은 삼성이 90% 이상을 점유한다.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은 사실상 삼성이 독점하고 있다. 만약 일본의 이번 조치로 삼성디스플레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애플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애플뿐 아니라 화웨이·샤오미·오포 같은 중국 IT 업체도 영향권이다.
 
미국은 ‘주판알’ 퉁기기에 들어갔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톱2’인 삼성·SK가 타격을 입으면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반사이익’을 얻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IT 기업이 대거 포진한 나스닥 지수가 0.78% 하락한 지난 8일에도 마이크론 주가는 2.51% 올랐다. 특히 마이크론은 과거 일본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 공장을 인수해 쓰고 있어 일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반사이익을 따지던 미국이 (일본의 조치가) 자국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지혜 기자, 세종=김기환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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