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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 규제는 협의 대상 아니다, 철회도 생각 안 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9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대해 철회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9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대해 철회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수출규제 철회와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9일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수출규제)는 수출 관리를 적절하게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일본 국내 운용(차원)의 조정”이라며 “협의 대상이 아니고, 철회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다만 한국의 수출 관리 당국이 이번 조정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구해 사무적 수준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밝힌 한·일 부처 간 양자협의 의제에 ‘수출규제 조치의 철회 협의’는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12일 오후 도쿄에서 일본 측과 양자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참석 대상과 다룰 내용 등은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도 기자회견에서 ‘추가 대응’ 여부를 묻는 질문에 “완전히 한국에 달려 있다”며 “확대할 가능성도 있고, 만약 (한국이) 수출 관리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상황을 조금 풀 수도 있다”고 했다. ‘다시 한국에 우대조치를 해 줄 가능성’을 묻자 “한국의 대응에 달렸다”고 재차 강조했다. ‘적절한 수출 관리’를 내세웠지만, 근저엔 ‘조치 철회를 원하면 징용 문제 등에서 한국이 양보하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런 속내를 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회견에서 “한국은 지금 (수출규제 조치 등의) 제재를 철회하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도, 그 전제가 되는 (징용 문제 해결에 관한) 이야기는 문 대통령의 입으로부터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도 기자들에게 “공은 한국 쪽에 던져졌다”며 “한국은 일본과의 신뢰관계를 다시 재구축하기 위한 확실한 행동을 취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총리실과 내각, 당이 일제히 나서 ‘징용 문제에 대한 양보 없이 보복 조치의 철회는 없다’고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일본 측 요구의 초점은 징용 문제에 맞춰져 있는데 한국 측 대응은 ‘수출규제’라는 경제적 보복 조치에 맞춰져 있어 한·일 간 출구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징용 문제와 관련된 일본 측 요구는 ▶일본 정부가 1965년 청구권 협정을 기초로 요청한 제3국 중심 중재위 설치에 응하거나 ▶더 진전된 징용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입장은 수출규제 발동 전과 같다. ‘민사소송 당사자인 징용 피해자들과 일본 기업들 간에 화해가 이뤄지기 전에 한국 정부가 함부로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들 간 화해 없이 중재위 설치에 동의할 수 없고,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하자’는 기존 제안에서 새롭게 추가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내에선 이 때문에 한·일 관계가 당분간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확대되고 있다. 또 일본의 중재위 설치 요구에 대한 한국 측 답변 기한인 이달 18일, 21일 일본의 참의원 선거, 8월 15일 광복절을 고려할 때 양국 관계의 변곡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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