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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 힘들다" 숨진 일병, 軍이 유서·유품 다 가져갔다

휴가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육군 23사단 소속 A일병(21)의 휴대전화 '유서'등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모든 증거를 군이 경찰에서 가져가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A일병이 소속된 부대는 북한 목선 입항 당시 경계를 담당했다.
 
지난달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삼척항 내항까지 진입해 선원들이 배를 정박시키고, 해경에 의해 예인되는 과정이 담긴 폐쇄회로(CC)TV. 사진은 삼척항 부두에 접근하는 북한 목선(붉은색 표시). [삼척항 인근 CCTV 영상=연합뉴스]

지난달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삼척항 내항까지 진입해 선원들이 배를 정박시키고, 해경에 의해 예인되는 과정이 담긴 폐쇄회로(CC)TV. 사진은 삼척항 부두에 접근하는 북한 목선(붉은색 표시). [삼척항 인근 CCTV 영상=연합뉴스]

 
휴대폰 유서에 "군대 생활 적응 힘들다" 
9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A일병은 전날 오후 8시58분쯤 서울 원효대교에서 한강으로 투신한 뒤 사망했다. A일병의 휴대폰 메모장에선 ‘유서’라는 제목의 글이 발견됐다. 3페이지 분량의 메모에는 “부모를 떠나 군대 생활을 하는 데 적응하기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 목선 경계 실패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가혹 행위 등의 내용도 적혀 있지 않았으며, 군 생활 자체가 힘들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재 A일병의 휴대전화와 옷가지 등 관련 물품을 군에 이첩하고 현장에서 철수한 상태다. 당일 고인의 행적이나 유족 조사도 경찰 단계에선 이뤄지지 않은 채 경위 파악은 군 당국이 맡게 됐다.
 
경찰 조사 않은 채 유서 등 軍이 수거 
A일병의 시신도 현재 국군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초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 등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여의도 성모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당사자가 사망한 상태였으나 최대한의 조치를 취했다”며 “현재 해당 병사에 대한 장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개인정보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군에 사건을 이첩한 이유는 군인에 대한 수사권을 군 수사기관이 가지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역 병사가 사망하는 등의 사고를 접수할시 관련된 모든 자료와 시신을 군에 인계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당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사건이 공소권 없음 처리돼 경찰이 더 이상 수사를 붙들고 있을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소권 없음은 피의자 사망 등으로 소송조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재판에 넘기지 않고 검사가 사건을 종결시키는 처분을 말한다.
 
軍 "목선 입항 당시 비번…사건과 관련 없다" 
군 당국은 A일병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A일병은 지난달 15일 북한 소형 목선이 강원 삼척항에 입항할 당시 경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받는 육군 23사단 소속 초소의 상황병이었다. 이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A일병이 북한 소형 목선 상황과 관련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압박을 받아 투신했다’는 내용이 떠돌기도 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A일병은 북한 소형목선 상황과 직접 관련이 없고 조사 대상도 아니었으며, 조사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A일병은 입항 당시 시간대(오전)가 아닌 오후 근무자여서 책임이 없고, 합동 조사단이 해당 초소에 대해 조사를 벌였던 지난달 24일엔 휴가 중이었다는 설명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A일병은 지난달 22~28일까지 연가 및 위로 휴가를 사용했다. 
그는 지난 1일부터 휴가를 나온 상태였으며 사고 다음날인 9일 부대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박사라ㆍ권유진 기자 park.sara@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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