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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4만원에 가져가요" 최악 불경기 서촌의 비명

서울 서촌 치킨집 앞 판매 중인 냉장고. 업종 변경하면서 헐값에 내놓았다. 김영주 기자

서울 서촌 치킨집 앞 판매 중인 냉장고. 업종 변경하면서 헐값에 내놓았다. 김영주 기자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서촌) 초입, 한 치킨집 앞엔 '4만원(1대)에 팝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냉장고 2대가 길거리에 나와 있었다. 매장은 공사 중이었다. 주인 권모(49)씨는 "장사가 안돼 치킨집을 접고 닭강정으로 리뉴얼 중"이라고 말했다.  
 

“최악 불경기” 유통현장 가보니
의류상가 “여긴 젊은이 안 오는 곳”
취재진에게 길 잃었나 되묻기도

대형마트 반값에 팔아도 손님 안 와
1분기 이어 2분기 실적도 부진 예상
“1인가구·밀레니얼 잡을 전략 필요”

이곳 전기구이 통닭 가격은 최근까지 1만2000원(851~950g 기준)이었다. 권씨가 치맥집을 연 2년 전엔 1만4000원이었지만, 장사가 안돼 석 달 전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최근 가격을 2만원(배달료 포함)까지 올라간 치킨 프랜차이즈와는 반대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2000원 내렸지만, 반응은 별로였다. 1만원, 8000원에 파는 집들이 많아 손님 입장에선 싸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닭강정으로 메뉴를 바꾼 이유는 점심 장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60여㎡ 매장도 둘도 쪼갰다. 3분의 2는 닭강정을 하고, 나머지 공간은 관광객 대상 찻집을 열었다. 권씨는 "경복궁역은 목이 좋은 곳이다. 하지만 저녁 치맥 장사만으로는 팔아도 남는 게 없다"며 "결국 영업시간을 늘리고 메뉴를 다양화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곳에서 13년간 장사를 해왔다. "앉아서 망하는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뭐라도 해보고 망하자는 생각에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여윳돈이 있어서는 아니다. "가게 리뉴얼에 1억원 정도 들었다. 7000만원은 새로 대출받았다"고 덧붙였다.  
 
동대문 "장사 안돼 임대료도 멈췄다" 
어디서도 장사가 잘 된다는 얘기를 듣기는 힘들었다. 한때 '다이내믹 코리아'의 상징이었던 동대문 도매상가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1~2층 의류·액세서리 도·소매점은 '개점휴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산했다. 한 상인은 두리번거리는 기자를 보고 "길을 잃은 건가" 묻기도 했다. 40년 동안 작은 슈퍼를 하는 최모(63)씨는 "여긴 젊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4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손님을 찾기 어려운 것은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최연수 기자

4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손님을 찾기 어려운 것은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최연수 기자

 
1층 남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68)씨는 "매출이 작년의 절반이다. 임대료도 계속 오르다가 작년에 150만원에 멈췄다"며 "상인 반발이 어마어마해 (상가 측에서도) 올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소상공인 정책 내놓는다고 하는데, 우리 같은 사람은 해당하는 게 없다"며 "손님들이 아예 지갑을 닫고 소비를 안 하다 보니 정부 정책도 먹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4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시장을 찾는 국내외 상인이 줄어 거래가 거의 없다. 최연수 기자

4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시장을 찾는 국내외 상인이 줄어 거래가 거의 없다. 최연수 기자

 
잡화 매장을 하는 박모(44)씨는 "중국 사람이 큰 손님인데 눈에 띄게 줄었다"며 "원래 여기는 24시간 문 열었는데 지금은 자정에 문 닫는다. 최저임금 오르면서 직원을 줄여 밤새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반값"에도 발길 끊긴 대형마트  
대형마트는 주말에도 북적대지 않는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역삼동 이마트 매장엔 주말을 맞아 할인 행사가 한창이었다. 육류 담당 직원이 "구이용 양념구이를 반값에 팝니다"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실제 구매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직원은 "작년엔 고기 할인행사를 하면 매대 앞에 줄을 섰는데, 이젠 그냥 지나쳐 간다"며 "평일엔 준비한 물량을 다 못 팔 때도 있다"고 했다. 
 
1층 화장지를 판매하는 한 협력업체 직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주말 오후 시간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점점 방문객이 줄어드는 게 보인다"며 "3년간 일하면서 이렇게 사람 없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위 대형마트 체인 이마트는 2분기 영업실적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최근 이마트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한 160억원으로 전망했다. 또 "영업적자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매출 부진과 함께 온라인에서의 가격 할인 전쟁을 벌이며 남는 게 더 없다. 여기에 142개 점포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높아지며 비용이 증가했다. 전문가는 이마트뿐만 아니라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도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새로운 것을 발굴해내야 산다" 
6일 서울 이마트 역삼점. 북적이는 주말 대형마트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곽재민 기자

6일 서울 이마트 역삼점. 북적이는 주말 대형마트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곽재민 기자

치맥집, 동대문 도·소매, 대형마트 할인 매대 모두 손님이 오지 않는다. '가격 할인'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극심한 소비 부진 탓에 먹혀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또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이커머스로 급격하게 이동하며 '쇼윈도(진열)'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주체의 심리적 위축으로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도 안 쓰는 상황"이라며 "잠재 수요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일본에서 시행한 '방문객 경제' 등 처방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방문객 경제란 '고향 한 번 더 가기'처럼 특정 지역을 방문한 이들에게 상품권 등 혜택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이다.    
서 교수는 "자영업이 너무 빨리 몰락하게 된 건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책임도 있기 때문에 이런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 "돈을 막 쓰면 안 되고 스마트하게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대형마트에 위기에 대해선 "1~2인 가구, 밀레니얼 세대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최근 문을 연 블루보틀엔 새벽부터 젊은 소비자들이 새벽부터 줄을 선다.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것을 발굴해내는 것이 살길"이라고 말했다. 
 
김영주·곽재민·최연수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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