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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논설위원이 간다] 한국, 지구위협 소행성을 찾아내다

소행성의 두 얼굴 
#1. 지난달 22일 오후 9시 25분(현지시각) 푸에르토리코 남쪽의 카리브해. 포괄적핵실험금지협약기구(Comprehensive Nuclear-Test-Ban Treaty Organization, CTBTO)가 설치한 핵실험 감시망에 신호가 잡혔다. 엄청난 에너지의 음파였다. TNT 3~5kt이 한꺼번에 터진 듯한 에너지였다. 북한이 핵실험(6~7kt)을 할 때와 거의 맞먹는 규모다. 미국 기상위성에도 뭔가 폭발하는 장면이 잡혔다. 범인은 ‘2019 MO’라는 이름의 아주 작은 소행성이었다. 지구 대기에 부딪혀 터지면서 마치 핵실험을 한 듯한 에너지를 내뿜은 것이다.
 

지난달 천문연 연구진이 1개 발견
재앙 가능성 소행성 40개로 늘어
희토류 등 광물 자원 듬뿍 함유한
우주자원 개발 경쟁 대상이기도

#2. 지난해 4월 룩셈부르크에서 ‘소행성 과학과 우주 자원개발의 만남(ASIME)’이라는 학회가 열렸다. 1인당 소득 10만 달러가 넘는 세계 최고 부자 나라, 룩셈부르크 정부가 개최한 것이었다. 유럽우주국(ESA) 등 각국 정부 기구와 학계, 아이스페이스ㆍ솔시스마이닝 같은 민간 우주개발 업체 연구진들이 모였다. ‘지상에서 소행성의 물질 구성을 파악하는 방법’ ‘지구에 가까운 소행성 중에 물이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등을 발표했다. 하나같이 우주 개발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ASIME에 참가했던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54) 박사는 “우주 자원개발의 주도권을 쥐려는 게 행사를 주최한 룩셈부르크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위협이자 기회. 소행성은 그야말로 두 얼굴의 야누스다. 충돌 재앙을 부를 수 있는 존재인 동시에 자원의 보고이자 우주 개발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천체다.
 
 
 1988~2019년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 지도. 동그라미가 클수록 에너지가 크다. 빨간 원이 2013년 러시아에 떨어져 1500명이 부상한 소행성이다. [그래픽=NASA]

1988~2019년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 지도. 동그라미가 클수록 에너지가 크다. 빨간 원이 2013년 러시아에 떨어져 1500명이 부상한 소행성이다. [그래픽=NASA]

 
지구 충돌 위협
 
먼저 다가오는 것은 위협이다. 거대한 소행성이 충돌하는 바람에 공룡이 멸종했다는 건 진작 알려졌다. 그런데도 소행성의 위험은 최근까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상황이 바뀐 건 2013년이다. 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김명진(41) 박사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소행성이 떨어져 1500명 넘는 시민들이 다친 뒤부터 국제 사회가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소행성은 대기권에서 폭발해 운석 소나기를 뿌렸다. 폭발하면서 생긴 충격파는 주변 지역 건물 유리를 모조리 깨뜨렸다. 부상자 1500여 명은 대부분 유리 파편에 다쳤다. 지름 17m 정도로 추정되는 미니 소행성인데도 이 정도 피해를 줬다. 국제 사회가 눈을 번쩍 뜬 이유다. 그 뒤 미국을 중심으로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찾는 연구가 부쩍 활기를 띠었다. 충돌 위험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판단되면 해당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현재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 목록에 이름을 올린 천체는 모두 40개다. 지름이 140m를 넘고, 충돌 확률이 100억분의 1 이상인 소행성이다. 문홍규 박사는 “지름 140m 정도 소행성이 충돌하면 한반도보다 더 큰 영역이 초토화된다”고 설명했다. 지구위협 소행성 40개 가운데 하나(2018 PP29)는 천문연구원이 지난달 발견했다. 천문연구원이 남반구 세 곳에 설치한 천체 관측 네트워크 ‘KMTNet’를 통해 찾아냈다. 발견자인 천문연 정안영민(39) 박사는 “애초 관측할 때는 몰랐다가 영상을 다시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소행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 등을 관측·감시하는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 오른쪽 셋째가 지난달 위험 소행성 발견 연구를 지휘한 문홍규 박사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 등을 관측·감시하는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 오른쪽 셋째가 지난달 위험 소행성 발견 연구를 지휘한 문홍규 박사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 소행성은 지름이 160m가량이다. 지구 궤도와의 최근접 거리는 약 426만㎞로 지구~달 거리의 10배가 약간 넘는다. 보고 직후 국제천문연맹 소행성센터가 ‘지구위협 소행성’으로 공식 인정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 소행성이 2063년이나 2069년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충돌 확률은 28억분의 1. 로또 1등(약 814만 분의 1)에 당첨될 확률보다 훨씬 작지만, 만일의 경우 심각한 재앙을 일으킬 수 있어 감시 대상 소행성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이 하나를 찾아냈다고 하지만, 지구위협 소행성의 발견과 추적ㆍ감시는 미국이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천문연 조성기(52) 우주위험연구실장은 “미국은 소행성 관측 정보의 일부만을 세계와 공유한다”며 “소행성ㆍ인공위성 궤도 관련 정보를 쌓아 미래 우주교통관리 패권을 쥐는 게 미국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과학ㆍ경제적 기회
 
소행성은 감시뿐 아니라 탐사 대상이기도 하다. 탐사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순수 과학적인 목적이다. 태양계 초기의 모습을 알아내려는 의도다. 태양계가 생겨나고 얼마 뒤, 소행성들이 뭉쳐 행성이 됐다. 반대로 미처 행성이 되지 못한 소행성들은 태양계 초기 상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일종의 ‘우주 화석’인 셈이다. 태양계의 역사를 재구성하려는 과학자들이 소행성에 꽂힌 이유다.
 
소행성을 탐사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다. 소행성에는 희토류가 상당량 묻혀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한 중국이 미ㆍ중 무역 전쟁에서 무기로 쓰려는 바로 그 광물이다. 이를 소행성에서 가져올 수 있다면 세계 각국은 큰 시름을 하나 덜게 된다.
 
물 또한 관심사다. 생존에 필수이고, 물속의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쓸 수도 있어서다. 문제는 물이 워낙 무거워 지구에서부터 싣고 우주선을 띄우기 힘들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행성에서 물을 발견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해당 소행성에 중간 기착해 물을 실으면 된다. 소행성은 중력이 작아 짐을 잔뜩 싣고도 이륙하는 데 에너지가 별로 들지 않는다. 그래서 각국의 우주개발 기구ㆍ회사들은 물이 있는 소행성을 화성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로 활용할 수 없을지 연구하고 있다.
 
소행성을 과학ㆍ경제적 이유로 탐사하는 데는 일본이 가장 앞서 있다. 2005년 ‘하야부사 1호’가 소행성에서 시료를 채취해 2010년 지구로 돌아왔다. ‘하야부사 2호’는 지난해 다른 소행성에 착륙했다. 일본처럼 직접 탐사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지상 관측에서는 한국도 상당히 앞서 있다. 소행성을 정밀 관측해 구성 물질을 알아내고, 자전축의 방향과 자전 속도 등 직접 착륙 탐사에 필요한 정보를 뽑아내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각국이 공동 연구를 희망할 정도다. 한국이 한층 진전시켜야 할 과학 연구분야이기도 하다. 우주 자원개발은 거기에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 분명해서다. 소행성 관측 과학을 통해서라도 이 리그에 끼지 못하면 우주 자원 공동 점유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소행성 직접 탐사 또한 반드시 직접 밟아야 할 고지다. 한국 정부는 소행성 탐사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소행성에 갔다가 돌아오는 우주선을 2035년까지 쏘아 올린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불안하다. 툭하면 깎이고 밀리는 게 과학기술 예산이어서다. 과연 한국은 차질없이 2035년에 소행성에 우주선을 앉힐 수 있을까. 그래도 일본에 30년 뒤지는 판이다.
한국, 지구 같은 행성을 찾아내다
외계 행성과 지구위협 소행성을 찾아낸 KMTNet의 천체 망원경.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외계 행성과 지구위협 소행성을 찾아낸 KMTNet의 천체 망원경.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지구위협 소행성을 발견한 한국천문연구원의 KMTNet은 2015년 10월에 운영을 시작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ㆍ칠레ㆍ호주 3곳에서 남반구 하늘을 관측한다. 남극 상공에서 내려다본다면 거의 정삼각형 꼭짓점에 세 곳 천문대가 위치했다. 시차가 있어 세 곳 중 적어도 한 곳은 천체를 볼 수 있는 밤이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 전체로는 24시간 천체 관측이 가능하다.
 
애초 KMTNet은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이 아니라 태양계 밖의 행성을 찾아내려는 목표로 만들었다. 외계 생명 탐사의 하나다. ‘마이크로렌징(microlensing)’이란 현상을 이용해 행성을 찾아낸다. 행성으로 인해 별빛이 미묘하게 비틀리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2017년 이 방법으로 지구에서 1만3000광년 떨어진 거리에 존재하는, 지구 약 1.4배 무게의 행성을 찾아냈다. 중심 별로부터의 거리도 태양~지구와 거의 비슷했다. 이충욱(48) 박사는 “지구 표면에서 외계의 지구형 행성을 찾아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간 외계 행성은 케플러 망원경처럼 우주에 설치한 초거대 관측 장비로만 발견해 왔는데, 이런 기록을 한국이 깨뜨린 것이다. 이 박사는 “KMTNet으로 지금까지 30개 정도 행성을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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