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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제재와 한국 보복 연결···아베의 전례없는 중상모략"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도쿄 인근의 후나바시에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AP=연합]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도쿄 인근의 후나바시에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AP=연합]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대북 제재와 연관 지으면서 양자 관계를 넘어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코너로 몰려는 일본의 전략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은 지난 1일 경제 보복 조치를 발표하며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가 목적이라고 명시했다. 이때부터 일본은 이미 다음 카드로 한국의 제재 위반 소지를 띄울 계획이었다고 한다. 특히 아베 총리와 자민당 간부가 화학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일본의 전략 물자가 한국을 통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공공연히 언급한 것과 관련, 익명을 요구한 국제법 전문가는 “이는 국제법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중상모략”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 하늘길과 육로가 막힌 상황에서 이는 한국이 해상로를 통해 북한에 화학무기의 재료를 반출했다는 것처럼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뿐 아니라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재래식 무기와 이중용도품목 및 기술 수출통제에 관한) 바세나르 체제 등 국제규범을 한두개 어긴 게 아니라는 뜻이 된다.  
 
하지만 외교 당국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제재 위반과 관련해 한국을 조사중인 사안이 없다. 유엔 회원국은 제재 위반 사실이 포착되면 안보리에 이를 알리고 조사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일본은 물론 어느 나라도 한국에 대해 그런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한국에 대한 수출 통제 이유로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 발생’을 들면서도 사례는 들지 않았다. 일본 측은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하면 회원국은 이에 따라 국내 법률체제를 정비하고, 제재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국내법에 의해 처벌한다. 독자제재도 국내법에 준한다. 
이는 일반 범죄에 대한 형사 소추 절차와 똑같다. 정부 관계자는 “제재 위반으로 기소할 때도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혐의 입증과 증거 확보가 필수이기 때문에 제재 이행에 강경한 미국조차도 한 건을 잡아내는 데도 몇 년에 걸쳐 수사하며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이 합당한 시간을 갖고 권위 있는 기관을 통해 한국의 제재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는 증거는 없다.
 
설령 제재 위반 사실이 있어도 정부를 상대로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다. 기소의 대상은 제재 위반 행위를 저지른 단체나 개인이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가 이를 교사했거나 묵인했다는 명확한 입증 없이는 자국민이나 자국 기업의 제재 위반 책임을 정부에 묻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이번 조치도 명목상으로는 전략물자를 수입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책임을 한국 정부에 돌리겠다는 의도는 숨기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바세나르 체제 상의 무역관리를 확실히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힘들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관계기관 회의에서 지적했듯이 바세나르 체제 기본지침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선량한 의도의 민간거래를 저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을 겨냥, 바세나르 체제를 위반한 것은 오히려 일본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한국이 국가 사이의 청구권 협정을 어기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명확한데, 무역관리 규정도 제대로 안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아베 총리 발언은 논리적 비약일 뿐 아니라 적반하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역시 국가 간 신뢰를 저버린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호주가 일본의 고래잡이는 불법이라고 제소한 데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14년 “일본은 연구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남극해에서 포경을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호주 정부는 이를 근거로 2015년 고래잡이를 하다 적발된 일본 기업에 벌금 100만 달러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 기업은 벌금을 내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한술 더 떠 지난해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하고 상업 포경 재개를 선언했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적 지위와도 직결될 수 있는 중대한 의혹을 제기한 만큼 정부는 일본에 명확한 근거를 요구하고, 반박할 것은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법적으로 통용되는 입증책임의 원칙에 따라 주장을 한 쪽에서 그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일본이 수출통제제도를 바꿀 만큼 중대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면 이런 식의 주장을 하는 것 역시 곤란하다는 점을 정부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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