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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의사 되겠다'가 아닌 '아픈 사람 돕겠다'라야 급변하는 미래 준비하죠

'마켓디자이너스'의 CCO가 된 후 언론 인터뷰를 하는 최경희씨.

'마켓디자이너스'의 CCO가 된 후 언론 인터뷰를 하는 최경희씨.

“알파고를 보고 충격 받았어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최경희(41) 마켓디자이너스 CCO(최고문화책임자)는 '미래형 인재가 되는 법'에 대해 "과거 부모세대가 겪었던 시절의 경험과 성공 방법은 이젠 별로 쓸모없으며 오히려 자녀의 앞날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마켓디자이너스'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경영 컨설팅 회사인데요. 경희씨는 2016년 에듀테크(Edutech·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교육산업) 회사 '튜터링'을 공동창업했고, 지난해 튜터링이 마켓디자이너스와 합병(두 개 이상의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 했어요. 현재 스타트업 기업문화를 연구하며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경희씨는 앞서 교육 콘텐트 기업과 취업포털에서 일했고, 서울시 일자리 실무위원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교육의 미래와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해 들어봤어요.  
 
대기업에서 점점 작은 기업으로 옮겨
고교 시절 이과반이던 경희씨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화실을 들락거렸습니다. 대학 입시에서는 공과대학 재료공학부를 선택했지만 전공이 맞지 않아 소위 ‘반수’를 했죠. 이과에서 문과로 바꾸고 다시 입시에 도전, 1998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어요.
 
경희씨의 아버지는 20년을 앞서 가신 분이었죠. 어른이 된 삼 남매에게 ‘각자 원하는 나라를 고르면 1년 동안 체류 비용을 지원해주겠다. 대신 결혼할 때 재정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과감한 제안을 하셨어요. 장녀인 경희씨는 2000년 한 해 동안 ‘영국에서 1년 살기’를 실행했고 여동생은 일본, 남동생은 스페인에서 1년씩 살았죠. 최근에서야 트렌드가 된, 한 달 이상 해외 도시에서 살아보기를 일찌감치 실행한 셈이에요.
 
경희씨는 2015년 7월 스타트업 창업에 합류하기 전 스웨덴의 쿵스라덴에서 열리는 ‘피엘라벤 110 ㎞ 트래킹’에 4박 5일 동안 참가했다.

경희씨는 2015년 7월 스타트업 창업에 합류하기 전 스웨덴의 쿵스라덴에서 열리는 ‘피엘라벤 110 ㎞ 트래킹’에 4박 5일 동안 참가했다.

“영국에서 산 1년 동안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다양성이란 무엇인지, 내가 그동안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는지 등을 알게 됐죠. 이때의 경험 덕분인지 이후에도 겁이 없고 다소 무모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도전적인 성향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교육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는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논술 과외를 하며 대학원에 진학했고 논술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집 근처 언론사 부설 교육 기관의 논술센터에 갔다가 얼떨결에 취업을 제안받았어요.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초·중·고 학생들은 물론 교사·학부모를 위한 교재와 교육 콘텐트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었죠.
 
이후 대형 취업포털 회사로 자리를 옮겨 대학생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기획과 영업을 배웠습니다. 주로 대학생들을 위한 취업·리더십·진로 관련 콘텐트를 기획했어요. 이후엔 교육컨설팅 기업의 초기 멤버로 합류해 해외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대학이나 기업에 도입하는 일을 담당했고요.
 
“제 경력을 돌아보면 대기업에서부터 점점 작은 기업으로 옮겨왔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저는 얕지만 여러 분야를 두루 공부했던 것 같아요. 산업의 변화,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의 변화를 남보다 조금 앞서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튜터링’ 창업 후인 2016년 첫 투자사인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회사 소개를 하던 날 찍은 사진.

‘튜터링’ 창업 후인 2016년 첫 투자사인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회사 소개를 하던 날 찍은 사진.

누군가를 도우려는 오지랖과 호기심으로 무장
그즈음 해외에서는 ‘아이폰’으로 상징되는 산업분야의 혁신이 시작됐고 국내에도 조금씩 스타트업 열풍이 불어왔죠. 경희씨는 회사를 나온 이후 짬짬이 강의를 하며 미래 준비를 시작했어요. 2015년 9월 핀란드 스타트업 축제인 '슬러쉬(Slush)'에 참가해 ★미네르바스쿨 유럽지역 총괄자 등 세계 창업계의 혁신적인 리더들을 만났고, 그해 말 에듀테크 스타트업 튜터링의 창업 과정에 합류해 2016년 공동창업했죠. 2년 반 동안 초기 창업자의 고통스러운 성장 과정을 거치며 고군분투했습니다. 2018년 9월 튜터링이 마켓디자이너스와 합병하면서 경희씨는 100여 명의 직원이 있는 회사의 인사담당자이자 최고문화책임자(CCO)가 됐어요.
 
그가 늘 미래를 한 발씩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또 변화의 물결 속으로 자신을 내몰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오지랖, 그리고 호기심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만나면 내가 그 사람에게 정보를 주기도 하지만 그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또 호기심이 있으면 스스로 찾아서 책을 읽고 더 깊이 알기 위해 이런저런 세미나나 교육을 들으러 가기도 하면서 공부를 하게 되죠.”
 
취업과 창업의 세계를 넘나들며 일의 과거와 현재를 오래 관찰해왔던 경희씨는 '일'이란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어야 하고 또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반드시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경희라는 사람의 일에 대한 지향점은 ‘다른 사람을 성장시키고 좀 더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지금의 제가 입은 옷은 HR 담당자, 스타트업 기업에서는 창업자였던 것이죠. 직업은 그때 하고 있는 일의 색깔이나 입는 옷이라고 보면 되는데 옷이나 색깔은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것입니다.”
 
위워크 선릉점에서 일하던 당시 ‘여성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위워크 선릉점에서 일하던 당시 ‘여성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학부모가 청소년 자녀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질문으로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니?’ 또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같은 것을 꼽았어요. 이러한 질문에 대해 '명사형 대답'을 유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죠.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의 꿈을 ‘의사가 되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과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라고 정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아픈 사람을 도우려면 약을 만들 수도 있고 환자를 위한 건강식을 만들 수도 있고 아름답고 편리한 환자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을 미리 정해 버리면 급변하는 미래를 준비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직업을 정하는 것보다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인데요. 10년 혹은 5년 후 직업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그때 가서 직업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죠.
 
“최근 저희 회사에 19세 개발자가 입사했습니다.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이 친구는 고3 여름방학 때 본인이 검색해서 우리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어요. 영어를 잘 못 하는데도 온라인으로 전 세계 개발자들과 함께 공부하더군요. 영어를 못해서 힘들지 않냐 물었더니 번역기가 있는데 무슨 문제냐고 반문했죠. 이 친구들은 이미 자신의 관심 분야와 맞는 사람들과 그룹을 짜서 어떻게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청소년 자녀에게 온라인 세계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과 협업하고 의사소통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부모님도 해본 적 없어서 알려주기 어렵죠. 경희씨는 부모들이 수십 년 전 학습하고 성장했던 방식을 자녀세대에게 똑같이 적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그리고 10대 청소년들에게는 '20대 이상이 되면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와 따로 살 것'을 조언했어요.
 
2018년 10월 스타트업들의 대표 단체인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최경희씨.

2018년 10월 스타트업들의 대표 단체인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최경희씨.

“부모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서 나 스스로의 삶으로 새롭게 세팅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기 삶에 핑계를 댈 수 없어요. 그러려면 반드시 혼자 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제가 하는 많은 생각의 틀은 부모님이 주셨겠지만 그 안에 무엇을 채워 넣느냐는 오로지 제 삶의 경험이 돼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교육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그에게 물어봤습니다.
 
“미네르바스쿨의 설립자는 ‘만약에 영국 옥스퍼드대학이나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오늘날 학교를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까’라는 화두를 던집니다. 미래 아이들이 꼭 배워야 할 커리큘럼을 우리가 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에 뭘 더하려고 하지 말고 완전히 새로운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네르바스쿨: ‘캠퍼스 없는 혁신대학’으로 2014년 개교했다. 미래 대학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교육기관이다. 재학생은 2018년 기준 470명이며, 샌프란시스코(미국)·베를린(독일)·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서울(한국)·하이데라바드(인도)·런던(영국)·타이베이(대만) 등 세계 7개 도시에 기숙사가 있다. 학생들은 4년간 기숙사가 있는 도시들을 돌며 현지 문화와 산업을 배운다. 미네르바스쿨 CEO 벤 넬슨은 HP에 인수된 스냅피시라는 IT 기업을 설립한 벤처기업가이기도 하다.
 
글=김은혜 꿈트리 에디터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하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dreamtree.or.kr)’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되겠다(what to be)는 결과 지향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how to live)는 과정 중심의 진로 개척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틀에 박힌 진로가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진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성공 여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길’을 점검해 보시기 희망합니다. 꿈트리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소년중앙과 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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