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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식당 주인 중에 외식사업 초보자가 많은 이유

기자
이준혁 사진 이준혁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15)
세네갈과의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김정민에게 먼저 환하게 웃으며 다가가 위로하던 골키퍼 이광연의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사진은 2019 FIFA U-20 월드컵 한국 vs 세네갈 8강전에서 선방하는 이광연. [중앙포토]

세네갈과의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김정민에게 먼저 환하게 웃으며 다가가 위로하던 골키퍼 이광연의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사진은 2019 FIFA U-20 월드컵 한국 vs 세네갈 8강전에서 선방하는 이광연. [중앙포토]

 
지난 6월 16일 막을 내린 2019년 U20 월드컵에서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해 온 국민을 열광케 했다. 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 4강 이후 처음인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도 결과였지만, 정정용 감독과 선수들이 한 팀으로 똘똘 뭉쳐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쾌거를 일구어낸 과정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특히 8강전에서 세네갈과의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는 장면은 이번 월드컵의 압권이었다. 이강인의 천재성을 재발견한 소득도 컸지만 나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인상을 받았다. 하나는 세나갈 전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온 김정민 선수의 슛이 골포스트를 때리는 순간 절망하고 있는 그에게 환하게 웃으며 다가서며 연신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며 위로하던 이광연 골키퍼의 표정이었다.
 
어떻게 나이 스물의 약관에 그런 대범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그 절박한 순간에 실수한 동료를 온몸으로 위로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런 행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정용과 미야모토 무사시의 평정심
2019 FIFA U-20 월드컵 경기에서 선수들의 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힐 때도 미동조차 없을 만큼 평정심을 유지한 정정용 감독. 좌절하거나 열광하지 않고 차분히 자기 경기를 이끌어 최강의 팀을 만들었다. [중앙포토]

2019 FIFA U-20 월드컵 경기에서 선수들의 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힐 때도 미동조차 없을 만큼 평정심을 유지한 정정용 감독. 좌절하거나 열광하지 않고 차분히 자기 경기를 이끌어 최강의 팀을 만들었다. [중앙포토]

 
두 번째는 이번 대회까지 무명에 가까웠던 정정용 감독의 평정심이 돋보였다. 1번 키커 김정민의 슛이 골포스트를 맞추고 2번 키커 조영욱의 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힐 때도 그의 표정은 미동조차 없을 만큼 냉정했다. 보통의 감독이었다면 머리를 감싸고 절망 섞인 표정을 지었을 텐데 정 감독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그라운드만 쳐다보고 있었다.
 
또한 마지막 키커인 오세훈 선수의 슛이 골망을 가르며 4강 진출을 결정짓는 그 순간에도 빙그레 한번 웃고 나서 코치와 선수들을 껴안고 격려하며 기뻐했다. 결승전까지 오는 모든 경기에서 정 감독은 골을 먹을 때나 골을 넣을 때나 좌절하거나 열광하지 않고 차분히 자기 경기를 이끌어가고 있었고, 그러한 평정심이 한국 청소년 팀을 세계 최강의 팀으로 만들었지 않나 생각한다.
 
일본 전국시대 말기와 에도시대 초기 당대 최고의 검객이었던 사사키 코지로와 무명검객에 불과했던 미야모토 무사시가 시모노세키 남쪽 500m 바다에 떠 있는 조그마한 섬인 간류섬에서 벌였던 간류지마의 결투는 아직도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고쿠라성의 영주인 호소가와 가문의 검법 사범이자 자신도 수천 명의 사병을 거느린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인 사사키 코지로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무명검객 미야모토 무사시의 결투 신청은 그를 혼란 속에 빠뜨렸다. 고아에 가깝던 무사시는 독학으로 검술을 익혀 홋카이도부터 남쪽으로 남하하면서 이름깨나 날리던 무술 고수들을 한명 한명 쓰러뜨리고 내려오는 중이었고 마침내 일본 최고검객 사사키에게 결투장을 날린 것이었다.
 
당시에는 상대방이 신청한 결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모든 명예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사사키는 어쩔 수 없이 결투를 받아들였지만 너무나도 불안했다. 우선 무사시가 누구인지, 어떤 검법을 쓰는지 전혀 정보가 없었고, 한명의 부하도 거느리지 않은 채 혼자 일본을 떠돌아다니며 결투를 벌여 강호들의 목을 베고 다닌다는 전설만 풍문으로 들어오던 차였다.
 
마지못해 결투를 받아들였지만 만약 자신이 패한다면 그동안 쌓아올린 모든 부와 명예, 권력이 한꺼번에 날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한숨도 자지 못하고 밤새도록 서슬 퍼렇게 칼을 갈며 아침을 맞이했다.
 
일본 최고 검객 사사키와의 결투를 앞두고도 잃을 게 없었던 미야모토 무사시. 당대 최고 무사인 사사키를 쓰러뜨린다면 일약 최고 검객으로 우뚝 솟을 기회를 맞이하게 되는 것. 져도 좋다는 마음으로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결전의 아침을 맞이했다. [사진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일본 최고 검객 사사키와의 결투를 앞두고도 잃을 게 없었던 미야모토 무사시. 당대 최고 무사인 사사키를 쓰러뜨린다면 일약 최고 검객으로 우뚝 솟을 기회를 맞이하게 되는 것. 져도 좋다는 마음으로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결전의 아침을 맞이했다. [사진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반면 무사시는 잃을 게 없었다. 어차피 혼자였고 당대 최고 무사인 사사키 마저 쓰러뜨린다면 일약 일본 최고 검객으로 우뚝 솟을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져도 좋다는 마음으로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결투 장소인 간류지마섬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에 촛불을 켜고 앉아 밤새 목검을 갈면서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했다.
 
사사키는 종이마저 스치면 두동강이가 날만큼 칼날을 갈며 불안감에 밤을 새웠지만 무사시는 모든 것을 버리며 마음의 목검을 갈면서 아침을 맞이한 것이다.
 
수천 명의 사병을 뒤로 한 채 초조히 무사시를 기다리던 사사키 앞에 나타난 것은 목검을 들고 홀로 나룻배에서 내리는 무사시였고 이미 승부는 무사시의 것이었다. 결투를 겨루기도 전에 사사키는 이미 몸이 굳어버린 상태였고 세합도 겨루기 전에 무사시의 목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당대 최고의 검객으로 미야모토 무사시의 이름이 전 일본에 알려지는 순간에도 무사시는 기뻐하지도 환호하지도 않고 유유히 그가 타고 온 쪽배에 몸을 실고 떠오르는 태양속으로 사라졌다.
 
장황하게 지나간 일본 검객 얘기를 하는 건 평정심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함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기회도 오고 위기도 맞이한다. 그때마다 일희일비한다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없다. 미치도록 환호성 지르는 기쁜 날에도 세상 반대편에서 절망하고 있는 상대방이 있고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스런 순간에도 솟아날 방도는 있는 것이다.
 
바닥까지 내려갔으면 이제 바닥을 치고 올라오면 되는 것이고, 오늘의 기쁨에 취하여 방심한다면 내일은 불행이 두배로 덮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못 넘을 파도는 없고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은 빨리 온다고 하지 않던가.
 
장사도 마찬가지다. 오늘 손님이 조금 많다고 허둥대거나 대응을 잘 못해 찾아온 손님이 불평을 쏟아내며 떠나면 그들을 다시 찾게 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장사는 하루아침에 대박이 나지 않는다. 오픈 날을 받아 놓고 사돈의 팔촌까지 지인들을 초청하고 전단지를 수십 만장씩 주변에 뿌리기보다는 오늘 찾아온 한두 테이블의 손님을 최선을 다해 모시고 돌려보내는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음식업은 감성 산업의 결정체
음식업은 감성 산업의 결정체다. 성공에만 눈이 멀어 오픈 첫날부터 고객이 몰리기를 바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는 정글보다 더 살벌한 자영업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음식업은 감성 산업의 결정체다. 성공에만 눈이 멀어 오픈 첫날부터 고객이 몰리기를 바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는 정글보다 더 살벌한 자영업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오늘날 대박 식당을 보면 급할 것 없는 외식업 초보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보다 오늘 당장 어떡하면 더 맛있게 음식이 나갈 수 있을까만 고민하는 초보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더 잘 되는 까닭이다. 음식업은 감성 산업의 결정체다. 성공에만 눈이 멀어 오픈 첫날부터 고객이 미어터지기를 원한다면 그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조금 실수한다고 손님 앞에서 큰소리로 직원을 야단치고, 조금 손님이 없다고 전단지를 들려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고 조금 손님이 많다고 방심해 식재료 원가를 떨어뜨리거나 식삿값을 올려 이익을 더 취하려는 그런 마음으론 정글보다 더 살벌한 자영업 시장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시간을 다스려 나가듯, 완성도를 높여 가며 술향기가 깊으면 골목 끝에 있어도 손님은 찾아온다는 신념과 평정심을 가지고 장사든 사업이든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보는 사람은 고객이다. 작은 것에 기뻐하고 작은 것에 슬퍼하는 일희일비를 하면 종업원도 불안하고 고객도 멀리 떠난다. 과정이 좋으면 결과는 당연히 좋게 따라온다.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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