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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어려운말, 잘난체" 기생충 평 논란···심각한 韓문해력

심각한 한국인 문해력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수험생 멘붕…!” “1도 모르겠다.” “국어 맞나요?”
 

[장은수의 퍼스펙티브] 문해력 떨어질수록 실업자 전락 위험 높다
한국인 나이 들수록 문해력 하락
소득 줄며 건강 나빠질 확률 커
평생 학습·독서로 지식 갱신해야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표현이다. 낯선 개념이 연속해서 등장하는 언어영역 출제 지문을 읽고 어른들은 ‘이해 불능’의 비명을 토한다. 올해도 다르지 않을 가망성이 높다. 어른들보다 낫지만, 수험생이라고 풀어내기 쉽진 않다. 하지만 이 시험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분명하다. 고급 지식과 정보가 담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즉 문해력(文解力·literacy)이다.
 
평소 지적 호기심을 품고 교과와 관련한 다양한 책을 읽어왔다면, 다져진 논리와 축적된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읽어낼 수 있다. 어른이든 아이든 이 정도 글을 이해 못 한다면, 평소 독서를 즐길 충분한 여유가 없는 현실 탓일 것이다. 많은 이가 학교 정상화의 조건으로 독서 중심 교육을 주장하는 이유는, 수능 때문이 아니라 문해력이야말로 현대인에게 필요한 필수 능력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기생충’ 한 줄 평을 두고 벌어진 ‘명징과 직조’ 사태를 보면, 수능시험이 좋은 취지만큼 성과를 가져오진 못한 것도 같다. “언어영역 1등급인데 이런 말 처음 들어봐요.” “어려운 말 써서 꼭 잘난 체해야 하나요.” 오가는 말을 듣다 보니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오래전 『반지의 제왕』을 펴냈을 때 “사위가 어두워졌다”는 표현 탓에 독자들한테 받았던 항의가 떠올랐다. “사위란 말 첨 들어봐요.” “고어(古語)인가요. 소설에 왜 어려운 말 쓰나요.” 반지성적 태도이고, 항변의 이유도 비슷하다. 문해력에 관한 한 인간은 잘 바뀌지 않는다.
  
인간이 갖춰야 할 핵심 능력
 
매일 디지털 기기를 통해 생성되는 정보량이 2조 기가바이트. 미국 도서관 전체 소장 도서에 담긴 정보량의 100만 배가량 된다. 우리는 정보와 함께 일어나고, 정보와 함께 일하고, 정보와 함께 잠든다. 정보의 자극에 끝없이 노출되고 즉각적 반응을 강요당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식사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심지어 연인과 만날 때조차 우리는 검색을 통해 내려받은 정보를 통해 일정을 짜고 행동에 나선다. 우리는 정보와 연속적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읽는 존재’다. 문자·카톡·피드·문서·기사·매뉴얼·책 등의 텍스트 정보든, 음성·음악 등의 소리 정보든, 그림·사진 등의 이미지 정보든, 방송·영화 등의 동영상 정보든, 모든 정보를 결국에는 ‘읽어’ 들여 이해하려 한다. 숫자 문해력, 통계 문해력, 미디어 문해력, 이미지 문해력, 게임 문해력, 건강 문해력 등 갖가지 문해력이 범람하는 중이다. 전통적으로 문해력은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문자 해득 능력을 뜻했다.
 
그러나 오늘날 문해력은 이를 넘어 정보화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 역량의 핵심 자질이 되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교육의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면서 기초문해력·역량·인성 등 세 그룹으로 나누어 ‘21세기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 능력 16가지’를 발표했다. 문해력은 일상 과제에 핵심 기량을 적용하는 능력으로 문해력, 수리력, 과학 문해력, ICT 문해력, 경제 문해력, 문화·생활정치 문해력을 포괄한다.
 
역량은 복잡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비판적 사고 및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소통력, 협동력으로 나뉜다. 인성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으로, 호기심, 주도성, 끈기, 적응력, 리더십, 사회적·문화적 각성이 해당된다. ‘기초’가 붙은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문해력’이 기반을 이루어야 역량도, 인성도 키울 수 있다.
 
문해력은 데이터·통계 등 각종 숫자를 이해하고, 나날이 갱신되는 과학·기술·경제 등의 지식을 수용하며, 시민으로서 문화 활동 및 공공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올바로 파악하는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이다. 가정·직장·사회 등 일상영역에서 갖가지 형태로 쏟아지는 정보들을 수용해, 그 진실성이나 중요성 등을 파악하고, 자기 삶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문자 해득으로 오해할 우려를 막으려고 ‘문식성’(文識性)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뒷걸음치는 한국인
 
그러나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오늘날 한국사회는 문해력과 관련한 일련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만 15세 이상 학생 대상) 성적을 보면, 한국 학생들의 문해력은 여전히 전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핀란드 등 비슷한 수준의 나라에 비해 공부 시간이 두 배에 달하는 등 학습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10년 동안 꾸준히 성적이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2006년엔 전체 참여국 중 1위였으나, 2009년에는 2~4위, 2012년에는 3~5위, 2015년에는 4~9위로 추락했다. 수업이 힘들 정도로 학생들의 독해력 저하를 호소하는 교사들 하소연이 넘쳐날 정도이니 당연한 일이다. 국가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방치하는 사이, 인적 역량의 기초가 무너지는 중이다.
 
문해력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16~65세 성인 대상)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문해력(상위 11.8%)을 갖춘 사람은 문맹을 갓 면한 정도인 사람(최하위 3.3%)보다 평균 시급이 60% 이상 높고, 문해력 낮은 사람은 실업자 될 확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 문해력과 좋은 일자리 사이에 강한 상관성이 있는 것이다. 또 문해력 높은 사람은 더 건강하고, 더 신뢰도가 높으며, 정치에 관심이 더 많고, 자원봉사 등 지역사회 활동에 더 자주 참여한다. 2016년 유네스코의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문해력은 건강과 복지를 증진하고, 고용 기회를 향상시키며, 지역사회를 발전시킨다.”
 
그런데 PIAAC(2013)에서 드러난 한국의 성인 문해력은 학생보다 더 심각하다. 성인 전체의 평균 문해력은 11위, 조사 대상 국가 중 평균 수준이니 괜찮은 편이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다. 16~24세 청년들은 PISA와 비슷한 세계 4위다. 25세를 기점으로 내리막을 타는데, 35~44세엔 평균 아래로 내려가고, 45세 이후엔 하위권으로 떨어지며, 55~65세의 경우엔 최하위에 해당한다. 질 낮은 대학 교육 탓에 학력과 직업 사이의 미스매치도 흔하다.
 
단축된 근대화로 인한 교육률의 급격한 변화 등을 고려해도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민주주의는 말과 글로 하는 것인 만큼, 문해력이 떨어지면 사회를 민주적으로 이끌 수 없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복잡한 문제를 협력해서 해결하는 능력이나 빨라진 세상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감성도 함께 떨어진다. 시쳇말로 ‘꼰대’ 되기 십상이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중·노년층이 사회를 주도하면 “내가 해봐서 아는데…” 같은 낡아빠진 경험에 붙잡혀 사회 전체가 변화 부적응에 빠지기 쉽다.
  
문해력의 ‘마태 효과’
 
청소년기에 일정한 문해력을 갖추었다 해서 평생 유지되지 않는다. 단순히 글자를 읽는 수준은 어릴 때 학습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이나 직업 등에 알맞게 필요한 정보의 양과 질을 확충하는 일이나 시대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학교 공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에 나온 이후에도 꾸준한 학습과 독서를 통해 자기 지식을 갱신하지 않으면, 문해력은 서서히 바닥까지 떨어진다.
 
문해력은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마태 효과’(Mathew Effect)가 적용되는 영역이다. 문해력이 없는 사람은 질 좋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그보다 높은 수준의 정보를 얻지 못한다. 문해력을 갖춘 사람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살게 된다. 직업의 격차, 소득의 격차, 생활의 격차가 이로부터 나타난다. 세계은행의 한 보고서에서 “평생학습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고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청년층의 지속적 문해력 저하와 중·노년층의 ‘깜깜이 인생’을 국가적으로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전 사회적인 학습 혁신이 필요하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리셋 코리아 문화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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