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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말리는 금리전쟁서 나랏돈 120억 지킨 ‘외화 수문장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직원들 너머로 주가·환율 등 각종 실시간 경제 수치로 가득한 모니터가 보인다. [사진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직원들 너머로 주가·환율 등 각종 실시간 경제 수치로 가득한 모니터가 보인다. [사진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는 15억 달러(1조7700억원) 규모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역대 최저 수준 금리로 발행했다고 지난달 13일 밝혔다. 외평채는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조성하는 자금(외국환평형기금)을 마련하려고 발행하는 채권이다.’ <중앙일보 6월 13일 자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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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국제금융과 ‘난중일기’

성장률 하락, 무역분쟁 최악상황
10억 달러 외평채 팔러 미·영 출장
선진국식 ‘녹색채권’ 발행 승부수

눈치싸움 끝 0.03%P 싼 금리 관철
총액도 15억 달러로 증액 성공

더 낮은 금리로 파려는 정부와 더 높은 금리로 사려는 투자자가 겨룬 ‘채권 전쟁터’에서 정부가 크게 이겼다는 내용이다. 바꿔말해 나랏돈 120억원을 아낀 셈인데, 그 가치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승전고를 울린 주역(유병희 기재부 국제금융과장)의 ‘채권 전쟁 난중일기’를 들여다봤다.
 
◆전쟁을 준비하다=돌아가는 여건은 우리에게 불리하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0.4%. 미·중 무역 전쟁 협상마저 결렬됐다. 경제 상황이 나쁜 만큼 채권에 낮은 금리를 붙여 발행하기가 어렵다. ‘승부수’를 제안했다. “외평채 10억 달러 중 5억 달러를 녹색·지속가능 채권으로 발행하면 어떨까요.”
 
두 채권은 환경보호나 지속가능 성장에 쓰는 조건으로 발행한다. 선진국에선 활성화돼 있지만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건 처음이다. 최근 수요가 늘어난 분야를 개척해 투자를 유치하자는 논리를 폈다. ‘OK’ 사인이 떨어졌다.
 
◆전쟁하다=출장 일정은 늘 빡빡하다. 3박 5일 동안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을 돌아야 한다. 쉴 새 없이 투자자를 만나 영어로, 그것도 전문 용어를 써가며 금리 0.001%포인트를 낮추기 위해 뛴다.  칼만 안 들었다뿐이지, 조 단위 돈이 오가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끼니는 호텔 도시락으로 때우고, 밤을 새우기 일쑤다.
 
그런데 현지 분위기가 예상과 달랐다.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투자자가 드물었다. 미·중 무역분쟁도 부작용보다 한국에 돌아갈 ‘반사이익’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금리를 낮게 ‘베팅’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채권 발행 규모를 10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늘리고, 금리는 낮추기로 했다.
 
◆전쟁에서 이기다=채권 발행은 ‘눈치싸움’이다. 금리를 너무 많이 낮추면 투자자를 놓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조금 낮추면 채권을 더 좋은 조건에 팔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녹색·지속가능 채권 투자자들은 가격에 덜 민감하다. 장중에 금리를 한 번 더 낮춰 발행했다. 결과는 대승이었다. 예상 수요의 6배 규모 투자자가 몰렸다. 최근 3년간 발행한 외평채 평균 발행금리보다 금리를 0.03%포인트 낮췄다. 돈으로 따지면 120억원의 외화 차입 비용을 아꼈다. 파급 효과는 더 크다. 외평채 금리는 한국 기업이 외화채권을 발행할 때 ‘벤치마크’ 대상이다.
 
◆전쟁을 돌아보다=승전의 기쁨은 잠깐이다. 국제금융과는 국내 외환 대책의 ‘앵커(anchor·닻)’다. 외환 시장은 밤새 지구 건너편에서 일어난 뉴스에도 크게 출렁인다. 매일 새벽 뉴욕타임스(NYT)·블룸버그·니혼게이자이 같은 외신을 확인해 관계 부처로 전파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엔 일이 하나 더 늘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도 실시간 들여다본다. 한국의 대외 신뢰도를 관리한다는 사명감이 내가 일하는 원동력이다. 지난 6월처럼만 뛴다면 다시는 한국에 ‘외환위기’란 없을 것이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이 기사는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세금 아깝지 않게 뛰는 공무원·공기업 이야기를 전하는 [김기환의 나공] 시리즈입니다. 인터넷 (joongang.joins.com)에서 더 많은 콘텐트를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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