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인터뷰②] "슬럼프 후 '기생충'" 박소담, 홀로 감내한 성장통


매 순간 '한 방'이 있는 박소담(27)이다.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을 통해 단박에 충무로가 주목하는 샛별로 떠오른 박소담은 이후 쉼없는 열일과 그 시간만큼의 휴식을 거쳐 '기생충(봉준호 감독)'으로 다시 존재감을 높였다. 언제나 잘했고, 또 잘 할 것이라는 신뢰를 짧은 시간 누구보다 탄탄하게 쌓을 수 있었던 박소담이다. 데뷔 초부터 눈에 띄었던 독보적인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탄탄대로 꽃길만 예약돼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활동이 주춤했던 지난 1여 년은 단순히 그냥 쉬고 싶어서가 아닌, 자연스레 찾아 온 슬럼프와 싸우며 홀로 감내해야만 했던 성장통의 시간이었다. 고뇌와 고민이 있었기에 '기생충'이라는 기회에도 당연하지 않은 감사함이 뒤따른다. 철부지 어린 스타, 거품 인기는 박소담 스스로 흘려 보냈다. 모든 선택엔 이유가 있고, 그래서 똑똑하다 평가 받는다. '배우 박소담'의 장기전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송강호와는 '사도' 인연이 있다.
"당시에도 현장에서 많이 챙겨 주셨다. '사도'는 송강호 선배님부터 김해숙·전혜진 선배님 등 특히 더 대선배님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난 예의없게 대들어야 했고, 건방지게 앉아서 눈을 똑바로 쳐다봐야 했다. 연기지만 긴장이 안 될 수 없었고, 대선배님들 앞에서 해야만 하는 연기라 더 긴장이 됐다. 근데 송강호 선배님께서 '잘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더 많이 만나자'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잊혀지지 않는다. 진짜 감사했다. 그런 선배님을 이번에 아버지로 만나게 됐다. 행복했고 또 편안했다."

-더 많은 호흡을 맞췄다.
"친 딸처럼 대해주셔서 '아버지'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넌 딱 기정이야. 기정이와 엄청 잘 어울려'라는 말도 해주시니까 없던 자신감이 막 생기는 기분이었다.(웃음) 배우 선배이면서 인생 선배를 만난 느낌이다. 사소한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런 부분에 있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네 생각이 옳다. 너와 또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응원도 받았다."

-'기생충'을 통해 배우로서 얻은 것도 많겠다.
"'작품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정말 중요하고 소중하구나'라는 것을 진심으로 크게 느꼈다. 연기에 대한 갈증도 많이 풀렸고, 개인적으로 좀 행복해졌다. '기생충'을 하면서 처음으로 현장의 전체 스태프들 얼굴을 기억하게 됐다. 예전에는 그럴 여력이 없었다. 영화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뒤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준비하고 애써 주신다는 것을 그땐 미처 몰랐다. 시스템 자체를 몰랐다는 말이 맞다. '연기만 똑바로 잘하자'는 생각에 함께 하는 분들에 대한 소중함을 몰랐다. '왜 내가 이걸 몰랐지?' 싶더라. 그 전까지는 오로지 앞만 보고 있었다면 지금은 아주 조금 시야가 열린 것 같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나.
"사실 '검은사제들' 이후 연기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쉼 없이 활동하면서 계속 노출이 되다 보니까 안 좋은 반응들도 생겼고 어디로 숨고 싶더라. 몇몇 분들은 걱정도 해주셨다. '소담씨 많이 나와서 좋은데, 금방 지쳐서 도망갈 것 같아요. 우리 오래 봐요.'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나 계속 달릴 수 있는데. 나 안 힘든데'라는 생각이 컸다. 근데 1년 쉬면서 '아, 내가 힘들었구나. 지쳤었구나' 깨닫게 됐다."
 
-자의적인 휴식이었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일을 엄청 할 땐 쉬게 되면 일을 못하는 것에 대한 조급함이 생길 줄 알았는데, 진짜 쉬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고 '쉬는 것도 잘 쉬어야 하는 구나' 생각하게 됐다. 그땐 회사도 없었다.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어떤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도 완벽하게 돼 있지 않았다. 그런 시간을 보내던 찰나 봉준호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시 연기가 하고 싶어지더라. 그 과정 없이 한창 달리던 중간에 감독님을 만났다면 이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 줄 모른 채 그저 잘하려고만 했을 것이다. 이번엔 최대한 즐기려고 했다. 선배님들도 나만 보면 '넌 왜 그렇게 신났니?'라고 하셨다.(웃음)"

-스스로 기정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기정이는 막내지만 막내답지는 않다. 감독님도 '기우와 기정은 오빠, 동생 사이지만 말하지 않으면 누가 오빠고 누나인지 긴가민가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어떻게 보면 기정이가 누나 같을 때가 더 많다. 그런 현실감과 당돌함은 나와 닮은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과대도 했고 기본적으로 뭔가 남들이 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는 성격은 못 된다. 나서서 하는 편이고 할 말도 다 한다. 그게 편하다.(웃음) 양가 통틀어 첫째고 맏이라 어렸을 때부터 친청 동생들에게 항상 내가 뭔가를 해줘야 했던 경험도 기정을 연기하는데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기정은 취업하지 못한게 아이러니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나도 그 생각을 했다. '대체 왜 취업을 못했지?'(웃음) 기정이는 공부도 많이 했을 것이고, 실력도 있는 아이다. 사전 정보와 지식은 너무 많은데 취업은 안 되는 친구라고 해야 할까? 나 역시 학교를 졸업하고 23살 때 한 달에 오디션을 17개 씩 볼 때가 있었다. 4년동안 휴학 한 번 하지 않고, 여행 한 번 가지 않았던 사람은 동기들 중에 나 밖에 없다. 그렇게 학교에서 열심히 배우고 나왔는데 오디션은 계속 떨어졌다. '왜 악착같이 살았지? 20대 초반에 휴학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그럴걸' 후회가 될 정도였다. 그 때 캐스팅 됐던 작품이 '사도'와 '경성학교'였다. '다시 정신차리고 열심히 하라는 뜻이구나' 마음을 다잡았던 기억이 난다. 기정을 연기하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답답하기도 했겠다.
"학교 안에만 있다 보니 너무 그것만 봤던 것 같다. 학교에서는 주인공도 하고 다 했는데 막상 현장에 나오니까 잘하는 분들은 너무 너무 많고, 더 큰 세상이 있더라.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기정이도 많은 면접들을 보면서 때론 주눅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가족 앞에서는 말하지도, 티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데뷔 후에 생긴 고민들도 있을 것 같다.
"학교 다니면서 연극을 할 땐 일상 연기가 재미있었고, 나름 잘 한다고도 생각했다. 근데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걸 현장에 나와서 알았다. 난 내가 지칠 것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왜 지치지?'라는 마음이었는데 부담감이나 어떤 책임감도 사람을 지치게 만들더라. '검은사제들'을 끝내고 '렛미인' 연극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외국 스태프들이 와서 치르는 공개 오디션이었다. 남자 10명, 여자 10명이 다 같이 들어가 오디션을 보는데 다들 '쟤 왜 왔지? 왜 우리랑 같이 오디션을 보는거지?' 하는 표정이었다. '이제는 오디션도 편하게 못 보는구나' 싶었고 '진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했다. 최종적으로 캐스팅이 돼 다행이었다. 그 연극을 하며 많이 치유 받았다." 

-'제2의 박소담'이라 불리는 배우들도 계속 등장했다.
"'내가 감히 그렇게 이름이 붙어도 되나' 싶은 마음은 지금도 변함 없다. 다만 한창 그런 수식어가 나올 땐 더 자신감이 없었고 자존감도 낮았다.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은데, 잘해내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근데 기대치는 점점 올라가니 어떤 답을 내릴 수도 없겠더라. 그때 엄마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왜 그러냐. 아빠가 반대하는데 바득바득 우겨서 배우를 했으면 즐거워야지. 네가 그런 모습을 보이며 엄마 아빠는 너무 힘들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는 말을 계속 해주셨다. 큰 힘이 됐다. '빨리 연기해 다시 박소담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

-지금은 아버지도 응원해 주시지 않나.
"창피할 정도로 좋아해 주신다.(웃음)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이 그런 것 같다. 밤을 새고 들어갈 때도 '네가 행복해 보여서 좋다'고 해주셔서 나도 행복했다."

-차기작은 '특송'이다.
"머리카락 색깔도 좀 파격적이다. 지금은 색이 빠지는걸 기다리고 있는 단계라 영화에서는 더 튀지 않을까 싶다. '기생충'과는 또 다른, 전작들과도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롭다. 신나게 촬영할 생각이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