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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아베의 전쟁 "고노 외상도 신문 보고 알았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 이틀 뒤인 지난 3일 도쿄의 한 식당에서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중의원 의원(10선,전 관방장관)이 참석한 모임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3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해온 한국인 지인들도 있었다. 가와무라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와 같은 야마구치(山口)현 출신으로 일ㆍ한친선협회(한·일친선협회의 일본측 파트너) 회장이다. 일ㆍ한의원연맹(한·일 의원연맹의 파트너)의 간사장이기도 하다.
 

소식통, "고노 외상도 발표 시기, 내용 정확히 몰랐다"
"조기에 칼을 다시 칼집에 집어넣을 가능성 낮아" 우세
"한국에 준 '+1' 특혜들 0으로 돌리는 작업 계속할 것"
참의원 선거 뒤 아베 방미설, 미 모호한 입장 취하면 장기전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가와무라는 모임 내내 한국 수출규제 문제를 한마디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석자들이 놀랐을 정도였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양국 관계를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지난 4일 라디오에 출연한 한ㆍ일 의원연맹 회장 강창일 의원이 “지한파 의원을 비롯해 일본 의원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고 했던 바로 그 당혹스런 분위기가 가와무라에게서도 감지됐다.     
 
충격을 받은 건 지한파 의원들뿐만이 아니었다.

6월30일자 산케이 신문이 관련 내용을 보도할 때까지 아베 총리는 일 외무성에도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했던 고노 다로 일본 외상.[중앙포토]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했던 고노 다로 일본 외상.[중앙포토]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고노 다로(河野太郞)외상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아시아대양주 국장 등 외무성 핵심 라인들도 정확한 D데이(7월1일)와 구체적인 조치까지는 몰랐던 것 같다"며 "주일대사관도 그렇게 파악했고, 청와대에도 그렇게 보고됐다"고 했다.  
 
◇브레이크 걸 사람 없어, "아베,한국 대응 보면서 2탄,3탄 쏠 것" 
총리 관저 사정에 밝은 일본 소식통은 "아베 총리는 경제산업성 출신인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정무비서관을 비롯한 총리 관저의 참모들, 자민당내 측근 의원 등 철저히 이너서클과만 정보를 공유했다”며 “참의원 선거(7월21일) 이후 일본이 어떻게 나올지도 이들만 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로선 위안부 합의 파기 논란과 징용판결, 레이더 조준 논란들을 거치며 ‘참다 참다’칼을 뽑아들었기 때문에 이른 시기에 이를 다시 칼집에 집어넣을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공은 한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아베 총리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살피면서 2탄,3탄,4탄을 시리즈로 던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 언론에선 "일본이 65년 청구권협정에 기초해 한국측에 요청한 ‘제3국 중심의 중재위 설치’의 답변 시한인 18일이 당장의 고비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브레이크를 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ㆍ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장 현재로선 양국 의원들 레벨에선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내외와 친분이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막후 역할이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일본측 회장(우측 두번째)과 가와무라 다케오 간사장(우측 세번째)등 일본의원단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일본측 회장(우측 두번째)과 가와무라 다케오 간사장(우측 세번째)등 일본의원단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다음카드 뭘까. "한국에 줬던 +1을 0으로 돌리는 방식될 것"

 
마이니치 신문은 "아베 총리까지 참석한 관계부처 협의과정에서 일부는 ‘처음부터 반도체 부품 규제를 하는 건 좋지 않다’고 했지만, 경제산업성등이 ‘첫 단계에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강경론이 다수를 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설마했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제1탄으로 뽑아든 만큼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송금제한이나 관세 인상 등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 고 했다. 
 
마이니치 신문 등은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으로부터의 농산물수입 규제’등도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이와관련, 총리관저 내부 사정에 밝은 일 소식통은 "수출 절차상의 우대 조치, 외환관리법상 ‘화이트(백색) 국가’로서의 특혜를 다시 빼앗은 이번 조치처럼 기존에 한국에 부여했던 ‘+(플러스)1’을 ‘0’으로 돌리는 방식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에 '-(마이너스)1'의 불이익을 주기 보다 기존의 특혜성ㆍ우대성 배려의 철회, 비자 심사 강화 등 준법을 명분으로 한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도 7일 후지TV에서 "국가사이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특별한 대응(우대조치)을 해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베, 참의원 선거 뒤 방미설도 돌아
향후 아베 총리의 행보에서 주요한 변수 중 하나는 미국이다.
 
한일 외교가에선 "참의원 선거 직후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자리에서 한ㆍ일관계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 트럼프 행정부 설득 작전까지 가세하면 수년 전 위안부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했던 때와 같은 '워싱턴 내 한일전'이 펼쳐질 공산도 있다. 미국이 애매한 입장을 취할 경우 사태는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될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특별 세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특별 세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내 여론도 또하나의 변수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번 조치에 비판적이지만, 정작 야당의 칼날은 무디다. “한번 싸움을 시작했으면 지난번(후쿠시마현 수산물 분쟁)처럼 지면 안된다”(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주문까지 나오고 상황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참의원 선거 때까지는 누구도 제동을 걸기 힘들겠지만, 선거가 끝난 뒤 일본기업에 대한 부메랑 피해가 커진다면 일 정치권에서도 ‘아베의 강공책을 그대로 두면 안된다’는 견제 흐름이 형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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