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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박힌' 병장 안 찾아도 돼···軍 스마트폰 사용 100일의 변화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의 한 생활관에서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쓰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의 한 생활관에서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쓰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복무하는 상병 A씨의 막내 후임병, 이른바 ‘신참 쫄병’은 중요 업무를 하나 맡아왔다고 한다.

 
전역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어딘가에 ‘짱박힌’ 채 지휘관의 눈길을 피하고 있는 선임병들을 찾아다니며 그날의 식사 메뉴를 알려주는 게 막내 후임병의 역할이다. 또 휴일 체육 활동을 위해 병사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도 그가 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병영 내 병사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되면서 이런 모습과 역할이 거의 다 사라졌다고 한다. A씨는 “후임을 알리미처럼 쓰던 ‘인간 연락망’ 관행이 거의 사라졌다”며 “이제 전달 사항은 분대장이 단체 문자를 보내면 되고 숨어 있는 선임 병사에게도 전화하면 된다”고 전했다.

 
지난 4일 휴가를 맞아 집에 가기 위해 서울 용산역에 왔다는 병장 B씨는 중앙일보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사지방(사이버 지식방) 가려면 번호표 뽑고 갔는데 이제 텅텅 빈다”며 달라진 병영의 모습을 알려줬다. B씨는 “일과 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거나 게임을 한다”며 “내무실에서 거의 모든 병사가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고 묘사했다.

 
병사들이 일과 후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된 뒤 한산해진 일반전화 부스. [사진공동취재단]

병사들이 일과 후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된 뒤 한산해진 일반전화 부스. [사진공동취재단]

전국 부대에서 일반 병사도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해진 지 100여 일(4월1일 허용)이 지났다. 제도 시행 당시 국방부는 “장병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하고 사회와의 소통, 자기 계발 기회 확대, 건전한 여가선용 등을 위한 것”이라고 목적을 설명했다.
 
병사들이 스마트폰을 언제나 갖고 다닐 수 있는 건 아니다. 병사들은 평일 오후 6시~10시, 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 개인 스마트폰을 쓰고 자기 전 반납해야 한다. 사용 가능 공간은 내무반ㆍ화장실 등 생활 공간이고 지휘통제실ㆍ행정반ㆍ통신실 등에서는 쓸 수 없는 게 원칙이다.  

 
병사들은 만족하는 분위기다.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다는 C병장은 가장 큰 변화로 고립감 해소를 꼽았다. 그는“아무래도 선후임 간 문제는 한정된 공간에서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와 연락하면서 스트레스 해소 창구가 생기니까 부대원끼리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5월 아들이 입대했다는 고은희(62)씨는 “아들 연락을 놓쳐서 통화를 못 하면 ‘급한 일이 있나’라는 마음에 초조했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휴가 나온 아들이 독일어와 일본어 강의를 신청했다”며 “스마트폰으로 계획을 세워서 자기 계발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장병 가족 이모(52)씨는 “아들과 매일 통화하고 문자 보내는 건 아니지만, 그저 ‘연락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걱정을 크게 덜었다”고 말했다.

 
오후 일과를 마친 병사들이 당직사관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받고 있다. [뉴스1]

오후 일과를 마친 병사들이 당직사관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받고 있다. [뉴스1]

다만 체육활동 시간은 줄었다는 말이 나온다. 병장 B씨는 “과거 휴일 아침 일과는 무조건 축구였는데 지금은 부대원들과 단체 운동 한번 하려면 연락을 다 돌리고 부탁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올해 말 제대한다는 상병 D씨 역시 “체력단련실에서 좋은 기구 쓰려면 기다려야 했는데 요새는 여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만난 병사들은 휴일이면 병사들이 다 같이 모여 드라마 재방송을 보거나 음악방송을 시청하는 장면도 많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편지를 쓰는 모습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병사들이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방부도 이 점을 신경 쓰고 있다.  

 
국방부는 방송통신위원회와 5월 업무협약을 맺고 ‘인터넷 및 스마트폰 과다 의존 예방, 인터넷 윤리 및 사이버 폭력 예방 등을 위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맡을 군 전담 교관도 양성할 예정이다. 육군은 <스마트폰을 통한 소통ㆍ학습ㆍ창조적 휴식은 ‘3득’이고, 도박ㆍ음란ㆍ보안위반은 ‘3독’>이라는 뜻의 ‘3득3독’ 캠페인도 하고 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기획팀장은 “시험 운용 기간(지난해 4월~올해 3월) 동안 일부 사람들이 우려한 비밀 유출 같은 보안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부대 활기 감소, 체육 활동저하와 같은 문제 해결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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