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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포개시장 철폐 이끈 ‘동물농장 아저씨’…다음은 대구 칠성개시장?

동물자유연대 심인섭 부산지부 팀장. 사진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 심인섭 부산지부 팀장. 사진 동물자유연대

지난 1일 부산 북구에 있는 구포 개시장이 폐쇄됐다. 전국 최초로 자치단체와 상인의 합의로 도살은 물론 판매까지 중단했다. 6·25 전쟁 이후 구포 개시장이 들어선 지 60여년 만이다. 이곳 상인의 결단을 끌어내고 부산시가 합리적인 보상안을 제시할 수 있게 막후에서 노력한 사람이 있다. 바로 동물자유연대 심인섭(46) 부산지부 팀장이다.  
 

동물자유연대 심인섭 팀장, 2년간 상인과 협상
합법적으로 보상안 마련, 개시장 철폐 이끌어
심 팀장 “청와대에 동물보호 컨트롤 타워 둬야”

그의 별명은 ‘동물농장 아저씨’다. 방송 프로그램인 ‘동물농장’에 60여 차례 출연하면서 생겼다. 2013년부터 동물자유연대에서 활동하며 동물 구조와 동물 정책 제안 등을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구포 개시장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매년 복날이 되면 이곳을 찾아 개식용 반대 시위를 했다. 하지만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다 2017년 5월 ‘보상을 충분히 해주면 개장사 그만두겠다’는 개시장 상인회장의 말에 그는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했다. 
 
그는 곧바로 북구청을 찾아가 개시장 철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그해 8월 구포 개시장 도축장에서 탈출한 개를 잔인하게 끌고 가는 동영상이 공개되고, 9월에는 이웃이 키우던 개를 구포 개시장에서 죽이는 사건 등이 터지자 그제야 북구청에서 TF를 만들더라”고 전했다. 이때부터 심 팀장은 개시장 상인을 수시로 만나 보상안을 조율하는 동시에 부산시 공무원·시의원·국회의원 등을 만나 합법적으로 보상해주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심인섭 부산지부 팀장(왼쪽)이 지난 1일 오거돈 부산시장(오른쪽)에게 구포 개시장에서 구조된 동물의 사후 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심인섭 부산지부 팀장(왼쪽)이 지난 1일 오거돈 부산시장(오른쪽)에게 구포 개시장에서 구조된 동물의 사후 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개 도축이 이뤄지고 있는 곳의 상인과의 만남은 고역이었다. 그는 “평소 절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지만 수십차례 만나야 했다. 협상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기억했다.
 

상인회가 턱없이 많은 보상금을 요구하자 심 팀장은 대국민 모금 운동 방안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개시장 철폐가 가능하다는 선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심 팀장의 제안에 공무원들은 보상 근거 법안을 찾고, 부족한 부분은 조례를 만들어 보완했다.   
 
2년간의 협상 끝에 결국 지난달 구포 개시장 폐쇄합의를 끌어냈고, 지난 1일 폐쇄절차가 진행됐다. 그 순간 그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전통시장 내에 도축시설을 갖춘 개고기 취급 상점이 구포뿐만 아니라 대구 칠성시장과 경주 안강시장 등에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는 개 도살장은 철거했지만 고기는 유통되고 있다.  
 
부산시와 상인 합의안에 따르면 개시장 부지(3724㎡)에는 반려견 놀이터와 동물복지시설을 조성하고 주차장·주민 쉼터 등을 건립한다. 폐업하는 점포 주인에게는 이전할 다른 상가가 준공될 때까지 월 313만원씩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준공 다음 달부터 10년간 점포 임대료 대출 이자와 인테리어 비용 등 명목으로 월 30만원을 추가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 새 상가에 입점한 기존 상인에게는 5년 단위로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는 조건으로 최대 20년까지 임대를 보장하게 돼 있다.  
 
구포 개시장이 폐업하면서 구조된 개는 모두 86마리다. “구포 개시장에 있는 동물을 구조해 치료하고, 입양 보내는 일까지 끝내야 모든 일이 끝납니다.” 그는 요즘 개 입양을 위해 뛰고 있다.
지난 1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개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개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 팀장은 20대 때 우연히 동물원을 찾았다가 동물 학대 실상을 목격하고 동물복지 문제에 눈을 떴다. 처음에는 동물자유연대 후원회원에 가입했다가 2013년부터 동물 보호 활동가로 나섰다. 그는 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조해 좋은 가정에 입양 보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아내 역시 동물 입양 과정에서 만났다. 2017년 7월 입양시킬 고양이를 아내 집에 데리고 간 게 인연이 돼 1년 정도 연애하다 결혼했다. 그는 동물 보호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청와대에 만드는 게 꿈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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