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영하 70도 '대한파' 불러온다···북극 녹여버린 온난화의 역설

영화, 과학은 안다 
서울과 경기, 강원 지역에 올해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진 5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설치된 그늘막에서 시민들이 뜨거운 햇살을 피하고 있다. 2019.7.5/뉴스1

서울과 경기, 강원 지역에 올해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진 5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설치된 그늘막에서 시민들이 뜨거운 햇살을 피하고 있다. 2019.7.5/뉴스1

 덥다. 6일 서울 낮 최고 기온 36.1도. 기상청에 따르면 7월 초 기온으로는 8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세먼지가 덜한 탓인지 한낮의 땡볕은 따갑기까지 하다. 지난해가 1994년에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는데, 올 여름도 만만찮을 거라는 섣부른 전망이 나온다.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했던가. 맞다. 지구 온난화는 계속 진행 중이다. 특히 우리가 사는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지구 평균의 2배에 해당할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 지난해 3월 세상을 떠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인류가 지구 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이 코앞에 있다. 이렇게 온실가스를 막지 못해 지구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언젠가 지구는 황산 비가 내리는 섭씨 460도 고온의 금성처럼 변할 수 있다”경고한 바 있다.
 
2004년 개봉한 미국 과학소설(SF) 영화 투모로우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인류 위기를 그렸다. 영화는 남극 라르센 B 빙붕 위에서 기후변화 연구를 위해 얼음기둥 시추 작업을 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드릴 작업에 집중하던 한 연구원 주변 설원이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지기 시작한다. 빙붕의 두께는 수백m, 데니스 퀘이드가 열연한 주인공 잭 홀 박사는 빙붕의 낭떠러지로 추락할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다.
 
장면이 바뀌고 홀 박사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지구온난화 관련 유엔 콘퍼런스에 참석한다. 그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 앞에서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엄청난 한파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위‘지구 온난화의 역설’이다. 지구 온난화로 남ㆍ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그로 인해 홍수 등 기상이변과 함께 특정 위도 이상을 순식간에 얼려버리는 빙하기가 온다는 논리다. 하지만, 콘퍼런스에 참석한 미국 부통령 등 세계 지도자들은 홀 박사의 경고를 무시한다.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온다. 며칠 지나지 않아 세계 곳곳에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뉴욕은 순식간에 거대 해일 속에 잠겨버린다. 이후 곧바로 찾아온 영화 60~70도의 대한파는 모든 것을 얼려버린다.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인근 도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인근 도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영화 투모로우의 상상은 과장되긴 하나, 그 방향은 틀리지 않다. 실제로 최근 들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 곳곳이 겨울이면 예전보다 훨씬 더 추워지는‘온난화의 역설’을 경험하고 있다. 기상청은 북극 지방 주변에는 찬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흐르고 있는데, 지구 온난화로 북극기온이 올라가고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제트기류가 느슨해져 북극의 찬공기를 막지 못해 겨울 이상한파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북극 바다의 얼음은 30년 전과 비교하면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지난 25년 동안 남극에서 3조t의 얼음이 녹아내려 해수면이 7.6㎜ 상승했다. 그런데 이중 40%인 1조2000억t이 최근 5년 안에 녹아내렸다. 남극 얼음이 다 녹으면 해수면은 84m가량 높아진다. 영화 투모로우 속 맨해튼이 바닷물에 잠기는 게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2013년 미국지리학회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방하가 녹을 경우 서울과 도쿄ㆍ상하이ㆍ뉴욕ㆍ런던 등이 물에 잠기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특히 국토의 4분의1이 해수면보다 낮은 나라 네덜란드는 국가 전체가 지도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원래부터 바다에 떠 있는 북극 바다얼음은 녹더라도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린란드나 남극대륙 위에 올라앉아 있다가 바다로 떠내려오는 빙붕ㆍ빙하와는 다르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물 위에서 썰매를 타는 모습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물 위에서 썰매를 타는 모습

 
지구 온난화는 인류가 자초하고 있는 재앙이다. 하지만 아직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시한 많은 세력이‘지구 온난화는 환경론자들의 허구’라고 주장한다. 마치 영화 투모로우 속 미국 부통령처럼, 진짜 위기에 휩싸인 뒤에야, “내가 틀렸다”며 후회할까.  
 
사실, 인류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45억 년 지구의 나이 속에 인류가 살아온 시간은 1만 년에 불과하다. 지구가 탄생한 시각을 0시라고 가정하면, 인류가 처음 등장한 것은 자정 직전인 오후 11시58분 43초라고 한다. 기나긴 세월 동안 수많은 생물이 멸종하고, 태어나고, 또 사라졌다. 어쩌면 인류 또한 그렇게 잠깐 살다 지층 속으로 사라지는 존재 중 하나일 뿐. 아, 앞서 멸종한 생물과 차이점이 하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멸종의 원인이 스스로에게 있는 유일한 존재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