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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 살해엔 입 닫고, 의붓아들엔 "억울"···이상한 고유정의 진술

고유정, "의붓아들 죽이지 않았다" 
의붓아들의 죽음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현남편(왼쪽)과 고유정. 프리랜서 장정필 [중앙포토]

의붓아들의 죽음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현남편(왼쪽)과 고유정. 프리랜서 장정필 [중앙포토]

5일 오후 제주교도소.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의붓아들은 결코 죽이지 않았다.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남편 살해와 관련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을 때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앞서 고유정은 계속된 검찰 추궁에도 “기억이 파편화됐다”며 진술자체를 거부해왔다. 이날 고유정은 경찰 앞에서 의붓아들 A군(5)의 사망 사건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연관성을 완강히 부인했다.
 

[사건추적]
고유정, 의붓아들 관련만 경찰 조사 응해
'철저한 유기'시신 행방과 범행과정 의문
범행마다 CCTV 포착…우발적 범행 주장
검찰, 범행동기는 ‘아들 성씨 집착’ 가닥

A군의 죽음을 수사 중인 충북 청주상당경찰은 이날 고유정을  8시간 동안 조사했다. 경찰은 앞서 형사과장과 프로파일러 등 수사관을 제주로 보내 지난 1일 10시간, 지난 4일 9시간가량 조사했다. 고유정은 3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지 않고 비교적 성실하게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은 5월 25일 제주도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지난 1일 재판에 넘겨졌다.
 
고유정이 강씨를 살해한 지 42일이 지났지만, 곳곳에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남아있다. 그동안 입을 닫았던 고유정이 A군 죽음을 놓고는 진술을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고유정은 전남편 살해 사건과 별개로 A군 사망과 관련해서 따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고유정의 현 남편 B씨(37)는 “아들을 죽인 것 같다”며 지난달 13일 고유정을 검찰에 고소했다.
 
A군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10분쯤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유정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청주로 온 지 이틀 만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5월 A군 부검결과 “질식에 의해 사망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내놨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유정과 현 남편 B씨는 각각 전남편과 전처 사이에서 낳은 5살 동갑내기 아들이 있었다. 그동안 고유정 부부는 청주에서 거주해왔으나 자녀들은 각각 제주도의 친정과 친가에서 조부모 등이 돌봐왔다.
고유정과 고유정 주변 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과 고유정 주변 관계도. [중앙포토]

 
친부·계모만 있던 집서 사망 미스터리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A군 사망과 관련한 정황은 크게 4가지다. 외부 침입 없이 부부와 A군 등 3명만 아파트 안에 있었다는 점, A군이 숨지기 전까지 같은 방에서 잠을 잔 사람이 친아버지 B씨라는 점, A군의 몸에 학대나 외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지난 5월 28일 B씨를 상대로 진행한 거짓말탐지 측정 결과가 ‘거짓’ 반응이 나온 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B씨는 “사건 당일 고유정이 준 음료수를 마신 뒤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는 “고유정이 카레에 약을 섞어 전 남편에게 먹였다는 검찰 발표가 나온 뒤 소름이 끼쳤다”며 “카레 안에 약물을 섞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숨진 아들과 나에게도 카레를 해줬다”라고 했다. 경찰은 6월 3일 B씨의 체모를 채취해 국과수 감정을 의뢰했으나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하는 데 사용한 졸피뎀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과)는 “A군 사망은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몸에 나타난 시반의 형태를 통해 사망 시간을 추정하고, 그 시간에 고유정과 남편 중 누가 깨어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5월 29일 인천의 한 가게에서 범행 도구를 사는 모습. 연합뉴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5월 29일 인천의 한 가게에서 범행 도구를 사는 모습. 연합뉴스

 
시신행방·유기과정 등 ‘오리무중’
검찰이 지난 1일 고유정을 기소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시신의 행방과 구체적 범행 과정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조사 결과 고유정은 경찰에 체포된 직후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이틀에 한 번꼴로 지어낼 정도로 수사에 혼선을 주려했다. 고유정은 지난달 1일 경찰에 긴급체포된 다음날 “시신이 든 봉투를 완도항 인근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이후 지난달 4일 구속된 후에는 “완도 인근 해변에 버렸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완도항에 이어 완도 해변 일대를 샅샅이 뒤졌으나 시신을 찾지 못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6일에는 고유정이 돌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르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후 고유정은 시신의 행방 등에 대해 현재까지도 입을 닫은 상태다. 이 때문에 “경찰이 고유정의 허위 진술을 믿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고유정이 철저한 시신 훼손·은닉을 통해 완전범죄를 노렸음에도 범죄의 흔적들을 곳곳에 남긴 점도 의심쩍은 대목이다. 시신이나 범행도구를 유기하는 모습이 주변 폐쇄회로TV(CCTV)에 상당부분 포착된 게 대표적이다. 고유정은 범행 이틀 뒤인 5월 27일 정오에 펜션을 퇴실하고 나오면서 시신이나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묵직한 물체를 4차례나 버리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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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혼선·우발범행 주장엔 적극적 
하루 뒤인 5월 28일 밤에는 완도행 여객선에 탑승해 가방에 담겨있던 시신을 5분 정도 버리는 모습도 여객선 CCTV에 모두 찍혔다. 검찰은 5월 29일과 30일 경기 김포의 아파트 단지에서 종량제봉투를 버린 장면이 담긴 CCTV 영상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신이 주장해온 우발적 범행을 입증하거나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고유정이 체포된 후에도 진술을 바꾸거나 거짓말을 하는 등의 시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정이 강씨를 살해할 때 사용한 졸피뎀을 담은 파우치 등이 놓인 펜션 내부를 일부러 사진으로 남긴 점도 의문이다. 사건 당일인 5월 25일 찍은 사진 속에는 파우치와 함께 저녁때 먹은 즉석밥과 카레 묻은 빈 그릇 등도 담겨 있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고유정이 미리 구매한 졸피뎀을 카레나 음료수 등에 넣어 먹게 한 뒤 강씨를 살해한 것으로 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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