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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머리 괴물아기 태어났다" 조선 선비 일기에 담긴 괴현상

토종 좀비 ‘재차의’(왼쪽)와 서양의 반인반수 괴물 ‘판’에 해당되는 한국형 ‘녹족부인’. 곽재식 SF작가가 『한국 괴물 백과』에서 취합 정리했다. [중앙포토, 사진 워크룸프레스]

토종 좀비 ‘재차의’(왼쪽)와 서양의 반인반수 괴물 ‘판’에 해당되는 한국형 ‘녹족부인’. 곽재식 SF작가가 『한국 괴물 백과』에서 취합 정리했다. [중앙포토, 사진 워크룸프레스]

'용의 머리와 이리(늑대)의 몸을 가진 괴물 아기의 탄생-.' 1904년 8월 한 선비의 일기에 적힌 내용이다. 함양박씨 문중의 선비 박주대는 문중 일기인 『저상일월(渚上日月)』에서 괴물 아기에 대해 적었다. 
 

한국국학진흥원 웹진(담)서 조선시대 일기 소개
함양박씨 문중 일기(저상일월)에 괴물아기 등장
'얼굴이 여섯인 물고기 잡혔다'는 내용도(고대일록)

'생김은 흡사 괴물 같고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는 아기가 태어났는데, 용의 머리와 이리의 몸을 가졌다'고 했다. 괴물 아기는 어머니를 물어 죽이려고 했다고 한다. 위협을 느낀 괴물 아기 아버지는 아기를 강물에 던졌다. 하지만 아기는 부모보다 먼저 집에 돌아와 있었다고 한다. 아기는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안동에 있는데, 아직 그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어요"라고 했다고 일기에 쓰여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모습. [중앙포토]

한국국학진흥원 모습. [중앙포토]

박주대는 '경북 의성에서 이런 괴물 아기의 이야기가 전해졌고, 나라가 흉흉하니 요사스런 소문이 난다'라고도 일기에 적었다. 저상일월은 함양박씨 문중의 한문초서 일기다. 1834년(순조 34)부터 시작돼 구한 말을 지나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까지 기록돼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3일 자체 웹진 『담(談)』을 통해 이런 조선시대 선비들의 일기에 쓰인 괴이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선비 류의목의 일기 『하와일록(河窩日錄)』의 1801년 7월 29일 자엔 '금산군에서 사람 모양 박이 열렸다'고 쓰여 있다. 이런 내용이다. '금산군에서 어떤 사람이 박씨를 심었는데, 줄기와 가지는 무성했지만 열매를 맺지 못했다. 그러다 늦게 한 개의 박이 열렸는데, 그 모양이 흡사 사람 형상과 똑같았다. 눈은 완연히 사람 눈과 같았고, 입은 부처와 같고, 낭심까지 있었다.' 류의목은 이런 괴이한 이야기를 자신의 집에 온 친척을 통해 전해 들었다고 일기에 썼다. 
 
'얼굴이 여섯인 물고기가 잡혔다'는 내용이 쓰인 일기도 있다. 선비 정경운의 『고대일록(孤臺日錄)』에서다. 1606년 6월 20일, '황해도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잡혔는데, 몸에는 얼굴이 여섯 개 있고 눈은 마치 소의 눈과 같고, 길이가 10척쯤 되니-.'라고 일기에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선비 일기에 담긴 괴이한 이야기를 소재로 그린 삽화.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조선시대 선비 일기에 담긴 괴이한 이야기를 소재로 그린 삽화.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선비 권문해는 『초간일기』에 대낮의 귀신불에 대해 썼고, 이시선은 『유가야산기』를 통해 가야산에서 신비한 불상 이야기를 들었다고 적었다. 김광계는 『매원일기』에 '학질 귀신에게 걸리다'는 괴이한 이야기를 담았다. 
 
설화라 부를만한 신기한 이야기도 발견됐다. 대표적인 것이 김종직의 『유두류록』에 담긴 내용이다. 청량산에 올랐던 이야기를 쓰면서, 김종직은 '독녀바위에 전해지는 설화인데, 도를 닦던 여인이 득도해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웹진 담 조경란 편집장은 "강에 버림받아도 땅에 묻혀도 다시 살아 돌아온 괴물아기처럼, 이런 괴이한 이야기들이 '괴물에서 세상을 구하는 영웅으로 변신하는 한국형 히어로물'의 창작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국학진흥원에는 50만여점의 다양한 역사적 자료가 보관돼 있다. 서애 유성룡(1542~1607)이 임진왜란 당시 상황을 기록한 국보 제132호 『징비록(懲毖錄)』, 조선시대에 1만여명의 유생이 연명해 올린 집단 소인 만인소(萬人疏)도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자료다. 조선 시대 문중일기도 여러 점이 보관돼 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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