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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후 월 100만원 고정수입? 노후비 6억 확보한 셈입니다

기자
박영재 사진 박영재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49)
최 씨(55)의 아버지는 몇 십 년간 경찰로 근무하다 명예퇴직했다. 퇴직한 아버지 곁으로 수많은 유혹이 접근했다. 아버지는 결국 퇴직금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했고, 점차 집안 갈등이 심해졌다. [자료 연합뉴스, pixabay, 제작 조혜미]

최 씨(55)의 아버지는 몇 십 년간 경찰로 근무하다 명예퇴직했다. 퇴직한 아버지 곁으로 수많은 유혹이 접근했다. 아버지는 결국 퇴직금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했고, 점차 집안 갈등이 심해졌다. [자료 연합뉴스, pixabay, 제작 조혜미]

 
최호섭(55) 씨는 노후와 관련된 화제가 나오면 아버지와 장인을 떠올린다. 너무나 상반된 상황이어서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최 씨의 아버지는 경찰 공무원이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1980년대 중반 경찰관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프로그램이 시행됐다. 최 씨 아버지는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이때 퇴직금을 연금 전환하지 않고 일시금으로 받았다.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주변 사람들이 최 씨의 아버지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친하지도 않은 아버지의 후배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형님! 제가 하는 사업 괜찮은 거 잘 아시죠. 제가 사업을 확장하려 하는데, 형님께서 퇴직금을 제게 투자하시고, 사장하세요. 실무는 제가 맡겠습니다."
 
아버지는 솔깃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반대했다. "아니, 평생을 경찰관 생활만 하시던 분이 뭘 안다고 사업을 하십니까?" "무슨 소리야, 나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 나도 사장 한번 해 볼 거야!" 어머니가 그렇게 반대하는데, 아버지는 일을 벌였다. 후배 사업에 창고가 필요해, 퇴직금으로 창고부지로 사용할 고향 근처 땅을 매입했다. 집안 갈등은 점점 심해졌다
땅 매각 직후 10배 폭등, 화병 걸려 
다행히 아버지와 후배의 사업 제휴는 결렬돼, 모르는 곳에 투자해 퇴직금을 탕진하는 일은 막았다. 그러나 퇴직금이 땅에 묶여버렸다. 최 씨의 아버지는 3개월 만에 본전에 그 땅을 처분했다. 그해 최 씨는 추석에 성묘를 갔다. 이때 만난 당숙이 최 씨의 아버지에게 "형님, 참 잘하셨네요"라고 비꼬면서 아버지가 팔아치운 그 땅이 매각 직후 개발 붐이 일어 그 일대가 10배나 폭등했다고 알려줬다.
 
최 씨 아버지는 그때 쇼크로 쓰러졌고 3년 후 돌아가셨는데, 그때 나이가 50대 중반이었다. 물론 그 일이 100% 원인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그 해프닝이 없더라면 환갑은 맞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최 씨는 장인이 가장 이상적인 은퇴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최 씨의 장인은 지금 79세인데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다.
 
오랫동안 한 공장 기관실에서 보일러 관리업무를 하다 20년 전에 정년을 맞았다. 회사 측에선 최 씨의 장인만큼 그 공장을 잘 아는 사람도 없는 데다 실력도 좋고 성실해 정년퇴직 후에도 비정규직으로 매년 계약을 갱신하며 보일러 관리업무를 맡기고 있다. 한 가지 단점은 기계가 약간만 문제가 있으면 집에서 쉬다가도 출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최 씨의 장인은 "최 서방, 내가 없으면 우리 회사가 안 돌아가!" 하면서 기꺼이 출근한다.
 
장인은 최 씨의 아버지와 다르게 퇴직 후에도 꾸준히 일했고, 취미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장인어른은 회사 동호회 사람들과 물고기도 낚으며 인간관계까지 유지했다. 사진은 부산 남항대교 아래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강태공들의 모습. [중앙포토]

장인은 최 씨의 아버지와 다르게 퇴직 후에도 꾸준히 일했고, 취미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장인어른은 회사 동호회 사람들과 물고기도 낚으며 인간관계까지 유지했다. 사진은 부산 남항대교 아래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강태공들의 모습. [중앙포토]

 
급여는 정년퇴직 전보다 적지만 노년의 수익치곤 작다고 할 수 없다. 적은 금액이지만 국민연금도 나오니 삶이 안정적이다. 최 씨의 장인은 낚시를 좋아하는데 회사 낚시회 회원이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좋아하는 낚시를 즐기면서 인간관계도 이어가고 있어 정서적으로도 안정적이다. 최 씨는 장인이 지금 하는 일에서 손을 놓게 되면 생활의 패턴이 무너지고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걱정한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접근하는 가운데 은퇴 후 지내는 기간이 무척 길어졌다. 오히려 30여년간 영위했던 직장생활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과거에는 퇴직과 은퇴의 구분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쉬느냐, 그렇지 않으냐'로 구분했는데, 이제 이 구분은 의미가 없다. 은퇴 후에 의미 있는 삶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든 일을 계속 영위해야 한다. 이제는 은퇴 후에 일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 모두 '평생 현역'을 각오해야 한다.
 
은퇴 후 일은 우리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준다. 정년퇴직 후에 월 100만원을 주는 일자리 제안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만일 독자들이라면 이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물론 판단은 본인이 해야겠지만 100만원의 의미를 살펴보자.
 
지금 시중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에 못 미친다. 만일 2% 금융상품을 선택했다고 가정하고 1억원을 예치했다면, 1년 후 예상되는 이자는 200만원이다. 6억원을 예치해야만 연 1200만원, 월 100만원꼴이다. 이 금액에 15.4%의 이자소득세는 반영하지 않았다. 만일 은퇴 후에 월 100만원의 고정적인 수입이 있다면 이는 현재의 금융 상황에서 적어도 6억원 이상의 노후자금을 추가로 확보한 것과 마찬가지다.
 
은퇴 후에도 일자리 가져야
퇴직 후에 겪는 가장 큰 변화는 관계의 단절이다. 가족 안에서도 단절되고, 사회에서도 단절된다. 핸드폰에 수많은 연락처가 있지만, 편하게 만나고 연을 이어갈 관계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료 pixabay, 제작 조혜미]

퇴직 후에 겪는 가장 큰 변화는 관계의 단절이다. 가족 안에서도 단절되고, 사회에서도 단절된다. 핸드폰에 수많은 연락처가 있지만, 편하게 만나고 연을 이어갈 관계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료 pixabay, 제작 조혜미]

 
은퇴 후 일은 우리에게 사회적 관계의 기반을 제공한다. 퇴직 후에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바로 휴대폰에서 나타난다. 매일 불같이 울리던 휴대폰 벨소리가 퇴직 후 3개월만 지나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다. 아마도 우리의 휴대폰에는 몇백 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 70% 이상은 현직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퇴직하면 더는 이들과 통화할 이유가 없어진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는데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다.
 
단절된 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회복해야 하는데, 이에는 개인별로 차이가 크다. 일을 통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동료가 생기게 된다. 은퇴 후 일은 나에게 역할을 부여한다. 우리 반퇴세대는 평생을 일만 하던 사람들이다. 일 말고는 아는 것이 없다.
 
퇴직 후에 많은 반퇴세대가 일이 없어지면서 사회에서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잉여 인간이 된 듯한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에 시달리기도 한다. 일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게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역 시절에 했던 멋진 일, 폼나는 일만을 찾아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은퇴 후 일은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가장 좋은 일은 퇴직 후 전에 하던 일을 다른 직장에서 계속하는 이직이다. 하지만 중장년 반퇴자에게 이직의 기회는 쉽지 않다. 관련된 일이거나 새로운 일을 찾는 전직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다. 또 급여가 적지만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재능기부를 바탕으로 한 일자리를 경험할 기회도 많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 그동안 몰랐던 세계를 경험할 수도 있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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