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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니에게 ‘주먹’, 김정은에겐 ‘미소’…트럼프의 재선 셈법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미국과 맞서고 있는 3개국 정상. 왼쪽부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중앙포토]

미국과 맞서고 있는 3개국 정상. 왼쪽부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중앙포토]

“이란은 세계 ‘넘버 원’ 테러 지원국이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는 형편없는 결과물이다.” “우리는 중남미의 부패한 사회주의 정권과 싸우고 있다.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지지한다.”
 

시리아로 가던 이란 유조선 억류
미·유럽-이란 갈등 갈수록 악화

북한과는 조만간 핵 협상 재개
비핵화 해법 차이 극복할지 관심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 눈엣가시
러시아, 마두로 지지해 쉽지 않아

지난달 18일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재선 출정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히 두 나라를 지목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만큼 이란 핵문제와 베네수엘라 사태는 북한 핵문제와 더불어 재선 행보를 본격화한 트럼프 대통령의 3대 외교 과제로 꼽힌다.
 
이들 세 나라는 근본적으로 대미 적성국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한다.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의 강력한 우방인 이스라엘의 안전에 해가 되는 나라다. 베네수엘라는 미국 앞마당에 있는 눈엣가시로, 그동안 중남미에서 쿠바와 함께 반미 노선에 앞장선 사회주의 국가다. 트럼프 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이유다. 북핵도 직접적인 위협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중국 억지 전략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AP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외교 성과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결과를 통해 외교 역량을 검증받고 지지층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세 나라의 문제 중 어느 하나도 해결이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회가 날 때마다 ‘서두르지 않겠다(no rush)’고 말하는 것도 이를 의식한 자기방어라는 분석도 나온다.
 
①긴장 최고조 치닫는 미국 vs 이란=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을 가장 거슬리게 하는 나라는 이란이다. 트럼프는 최근 잇따라 이란에 경고를 보냈다. 지난 1일 “이란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 데 이어 지난 3일엔 트위터에 “그 위협들을 조심하라, 이란”이란 글을 올렸다.
 
이란의 대응은 강경하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3일 “7일부터 2015년 국제사회와 맺은 핵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핵 합의에 따라 정한 우라늄 농축 상한선인 3.76%를 준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고농축 우라늄(HEU)을 통해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더 나아가 “유럽이 당초 합의한 정상적인 교역 및 금융 거래를 재개하지 않는다면 아라크 중수로도 핵 합의 이전 상태로 되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4일엔 영국령인 지브롤터 당국이 이란산 원유를 싣고 시리아로 향하던 유조선 ‘그레이스1’을 억류했다. 유럽연합(EU)의 시리아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사회는 이란을 둘러싼 긴장 고조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군사적 압박을 내세워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미국과 강경 대응을 천명한 이란과의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이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이슈를 재선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이 문제가 해결될지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②핵협상 재개 추진하는 북·미=반면 북·미 관계는 급격히 개선됐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조만간 북핵 협상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엔 ‘미소’를, 이란엔 ‘주먹’을 내보이는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재선을 위한 이전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꼽는 전문가들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치적을 부각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전임 정부와의 비교를 통한 홍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문제에 대해선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거의 방치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이란과는 핵 합의를 맺는 등 적극적인 협상을 했다.
 
트럼프의 행보는 정반대다. 김 위원장에겐 연신 신뢰를 강조하며 유연한 제스처를 보이는 반면 이란에 대해선 기존 핵 합의를 탈퇴하는 등 강경한 자세다. 하지만 북핵 문제도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의견 차 때문이다. 미국은 선 핵 포기를, 북한은 동시적·단계적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③해결 기미 안 보이는 베네수엘라 사태=미 재무부는 지난달 28일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인 니콜라스 에르네스토 마두로 게라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 그가 소유한 미국 내 자산에 대한 동결 조치다. 베네수엘라를 지원하는 쿠바에 대해서도 단체여행 금지 제재를 가했다. 이에 마두로 대통령 측은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미국이 개입한 쿠데타를 적발해 무산시켰다”고 비난하며 맞서고 있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지난해 대선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며 현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의 베네수엘라 지원이 계속되는 한 마두로 정부가 쉽게 붕괴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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