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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기심 탓 ‘블랙 스완’ 같은 신종 감염병 계속 될 것

[J닥터 열전]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한때 전 세계 사람들은 흑조(黑鳥·black swan)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1697년 네덜란드의 한 생태학자가 호주에서 발견하고 나서야 사실로 받아들였다. 경험이 없으니 믿지 않은 것이다. 신종 유행 감염병이 ‘블랙 스완’과 닮았다. 발생하기 전에는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위기의식이 생기기 어렵다. 이런 태연과 방심은 감염병이 번지는 불씨가 된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경각심을 불어넣어 대응체계를 꾸리는 일. 감염병 전문가에게 주어진 길이다. 김우주(59)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 길을 30년간 걸었다. 이 중 20년을 국가 감염병 위기 때마다 핵심 자문위원으로 최전선에 섰다. 2003년 사스(SARS), 2004년 조류인플루엔자,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H1N1, 이하 신종플루) 등 감염병 유행 시 정부 정책을 자문했다. 늘 정부가 먼저 그를 찾았다. 김 교수도 “준공무원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국내 인플루엔자 연구 외길 30년
빅데이터 구축하고 백신도 첫 개발

신종플루·메르스 유행 1년 전 예고
“위기 조성” 양치기 소년 취급받아

“대부분 바이러스는 박멸 불가능
신종 감염병 왜 생겼는지 살펴야”

감염병 위기 때마다 정부 정책 자문
 
김우주 교수가 병원 의학도서관에서 감염병의 세계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중요한 결정에 대한 지혜를 책에서 얻는다. [전민규 기자]

김우주 교수가 병원 의학도서관에서 감염병의 세계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중요한 결정에 대한 지혜를 책에서 얻는다. [전민규 기자]

첫걸음은 1999년 국립보건원 호흡기바이러스과장을 맡으면서부터다. 당시는 홍콩에서 조류인플루엔자에 18명이 감염돼 6명이 사망(1997년)한 직후다. ‘팬더믹(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등급)에 대비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도 있었다. 전국적인 인플루엔자 감시체계가 필요했다. 국내엔 대응체계와 데이터가 전무했다. 김 교수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그는 “국내 인플루엔자에 관한 알파와 오메가를 연구해 지도를 채워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발생 현황, 유행 바이러스 종류 및 백신과의 일치 여부, 주요 위험군, 항바이러스제 내성 등 데이터와 기준을 구축했다. 지금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내릴 수 있는 것도 그때 만든 시스템 덕분이다.
 
그에게 연구·치료의 대상은 때론 바이러스나 환자가 아니라 사회 혹은 시스템이었다. 이를 절감한 것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때다. 메르스 사태가 발발한 2015년 5월. 그는 언론과 방송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이다. 민관합동 메르스 대책위원장, 메르스 즉각대응팀장, 메르스 대응 국무총리특별보좌관을 맡았다. 당시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기도 했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그에게 쏠렸다. 하지만 1년 전엔 달랐다. 그는 앞서 메르스 대유행을 예고했다. 2014년 6월 질병관리본부 포럼에서 “메르스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다”며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 격리 치료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세계적으로 815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이 중 313명이 사망한 때였다. 하지만 정부는 느슨했다. 이듬해 3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그 유명한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일자리 창출을) 한번 해보라. 다 중동 갔다고 할 만큼”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김 교수는 아차 싶었다. “뉴스를 접하고 ‘그럼 메르스는 어떻게 하라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달 수백 명이 중동 건설 현장에서 입국하던 터라 누군가는 감염돼 올 것이라 예상했어요.”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경각심 대신 공포심이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번져나갔다.
 
그는 때로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는다. 신종플루(2009년 5월)가 터지기 전에도 그랬다. 조류인플루엔자 위기 후 김 교수는 늘 “팬더믹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되돌아온 것은 조치가 아닌 비아냥이었다. 그는 2008년이 되자 “(팬더믹은) 오지도 않는데 자꾸 위기감만 조성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재난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 팬더믹이 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백신이다. 김 교수는 인구 대비 20%에 해당하는 1000만 명분의 백신 및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제약사로부터) 돈 먹었냐”는 소리가 돌아왔다. 결국 이듬해 신종플루가 발생하고 백신 부족사태가 벌어졌다. 사태가 진정될 수 있었던 건 마침 그가 녹십자와 협력해 완료한 임상연구 끝에 허가된 국내 최초 계절 인플루엔자백신 덕분이었다. 김 교수는 “운 좋게 신종플루가 터진 뒤 2개월 만에 계절 인플루엔자백신 허가가 났다”며 “플랫폼이 생겼으니 항원만 바꿔주면 됐다”고 설명했다. 그해 11월부터 감염자 수가 확 줄었다.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때인 만큼 ‘백신 주권’을 확립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신종플루와 메르스는 지나갔지만 김 교수는 “신종 감염병은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인간의 이기심과 문명의 발전 때문”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예상 밖의 답이다. 자연에 평화롭게 있던 바이러스를 인간이 개척하는 과정에서 접촉해 감염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람이 박쥐가 사는 동굴 등 생태계를 파괴하고 낙타 고기를 먹고 열대우림의 원숭이를 사냥하고 여행하면서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으로 전파됐다”며 “이 과정은 상당히 인위적이고 사람의 과욕이 빚은 비극”이라고 했다.
  
“과학만능주의가 반인류적인 일 초래”
 
감염병 전문가라면 당연히 박멸과 퇴치를 목표로 할 것 같다. 하지만 김 교수는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사실상 박멸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의학적인 접근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 대신 ‘공존’을 얘기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동물과 사람이) 서로 크게 해하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지냈어야 했다”며 “왜 신종 감염병이 생겼는지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 만능주의에 대한 경계심도 풀어놨다. 양면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과학은 삶을 편하고 윤택하게 하지만 공해, 교통사고, 원자폭탄, 테러 병원체, 항생제 내성균, 원내감염 등 과학기술의 발전 자체로 초래된 어두운 이면이 있다”며 “과학 만능 사회로 가다 보면 반인류적인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철학은 그가 말한 감염병 발생과정과 맞닿아 있다.
 
시시때때로 변이를 일으켜 진화하는 바이러스에서 적응력과 불확실성을 배운다는 김 교수. 그는 어쩌면 사회와 인류가 맞아야 할 백신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류장훈 기자 ryu.janghoon@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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