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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하반신 마비 변호사의 돌직구···"경찰서 2층 못간다" 헌법소원

“피해자와 함께 수사 기관에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조사실이 있는 2층에 올라갈 방법이 없더라. 장애인은 변호사 업무를 하지 말라는 건가.”
 
하반신 마비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박성민(34) 변호사(법무법인 평안)가 5일 오후 3시쯤 헌법재판소에 대법원장, 법무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 등을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변호사 업무를 할 자유를 침해한 만큼 헌법 위반이라는 취지다.
 
"구치소 등에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 없어"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박 변호사는 상당수 법원과 구치소, 검찰‧경찰청에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 같은 기본적인 시설이 설치돼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의사 출신 변호사이자 유튜브 '로이어프렌즈' 출연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날 제출한 청구서에 “변호사 업무가 이루어지는 곳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어 변호사 업무 수행에 직접적인 제한을 받고 있다”며 “헌법소원 청구 대상의 의무 불이행으로 직업 수행의 자유가 본질에서 침해됐다”고 적었다.
5일 오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박성민(34) 변호사. [독자 제공]

5일 오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박성민(34) 변호사. [독자 제공]

박 변호사는 최근 강간 사건의 피해 여성을 변호하면서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갔지만 조사실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경찰서에 엘리베이터나 리프트가 없어 조사실이 위치한 2층까지 올라갈 방법이 없어서다. 그는 복사실로 사용되는 1층의 공개된 방에서 피해자와 함께 조사받았다. 성범죄 피해 관련 진술은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경찰관들이 계속 드나들어 조사가 여러 차례 중단됐다고 한다. 그가 헌법소원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다.
 
직업선택자유, 평등권 등 헌법 가치 침해 인정될까
대한민국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헌법 제15조는 직업을 선택하는 결정의 자유뿐 아니라 선택한 직업을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까지 포함하는 조항이다”고 말했다. 그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2층 이상에서는 의뢰인과 함께 조사를 받거나 구치소에서 의뢰인을 접견하는 게 불가능해 헌법적 가치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는 기관들로 인해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행복추구권까지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비장애인 변호사들과 비교했을 때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시·공간적 제약이 많아 차별받고 있다는 의미다. 박 변호사는 또 이런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의뢰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 가진 변호사 없다 보니 이제야 공론화"
서울지방변호사협회(서울변회)는 지난달 회원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서울시내 법원‧검찰청에 장애인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있는지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서울변회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장 실사를 진행 중이다. 박 변호사를 비롯해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늘자 협회 차원에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2019년에 이런 논의가 되는 건 지금껏 장애를 가진 사람이 법조계로 진출하는 일이 그만큼 적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박 변호사는 의대 2학년 겨울방학 때 척추를 다치면서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됐다. 의대를 마치고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했다. 장애를 가지고 의사 업무를 수행할 자신이 없어서다. 그러나 그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로스쿨을 졸업한 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전문의 자격까지 취득했다. 의사와 법조인을 오가며 일하다 최근 변호사로 정착했다.
 
박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의료사고 피해자 등 억울한 사람을 돕는 일이 즐겁다”며 “헌법재판소에서 원하는 결과를 내려주면 변호사를 하고 있거나 목표로 하는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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