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글로벌 채팅 앱’의 두 얼굴

 포털 사이트에 ‘영상채팅 앱’을 검색했더니, 관련된 14개의 앱이 나왔다. 나의 지인과 대화할 수 있는 앱은 물론이고 무작위로 전 세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앱들도 포함돼 있었다.
[영상채팅 앱 대세로 자리 잡은 `아자르`를 이용하는 회원들 모습. 아자르는 인기만큼 성범죄 등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IS포토]

[영상채팅 앱 대세로 자리 잡은 `아자르`를 이용하는 회원들 모습. 아자르는 인기만큼 성범죄 등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IS포토]

 그동안 채팅 앱들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것들이 일반적이었다. 자신을 보여 주는 수단은 ‘사진’ 혹은 서로를 확인하지 않고 그저 채팅으로만 대화를 주고받는 앱들도 상당했다.

 소위 잘나가는 소개팅 앱들만 봐도, 텍스트 위주의 채팅만 가능한 것들이 많다. 소개팅 앱 1위 ‘아만다’만 하더라도 사진으로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고 서로 마음이 맞으면 채팅을 할 수 있다. 

 ‘자기 표현 시대’에 걸맞게 요즘은 채팅 앱도 영상이 대세다. 그동안의 앱들과 비슷하게 얼굴을 보고 상대를 확인하고, 마음에 들면 대화를 이어 가는 식이다. 대표적인 영상채팅 앱 중 ‘아자르’는 영상으로 상대를 확인할 수 있고,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쓱 밀면(스와이프 하면) 상대가 순식간에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는 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채팅 앱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성과 교류’다. 한 소개팅 앱 조사 결과, 절반에 가까운 43%가 ‘소개팅 제안은 없고 부탁하기는 싫어서’ 앱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현실에서 연애 가능한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30%)’ 소개팅 앱을 사용했다는 응답자도 상당했다.
 
 
 “쉽게 대화할 수 있고, 부담감 느끼지 않아도 돼…”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채팅 앱을 사용하면 주선자와 관계를 신경 쓰지 않고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연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할 때’라는 말에 공감하는 분위기에, ‘채팅 앱’을 사용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게 됐다.

 한 글로벌 채팅 앱을 사용해 이탈리아 여성과 꾸준한 대화를 이어 가고 있다는 이모(31)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언제부터 앱을 사용했고 몇 명의 상대와 대화했나.
 “수개월쯤 된 것 같다. 세어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몇십 명은 되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이 이성이었고, 간혹 가다 동성도 있었다.”
 
  - 앱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외국에 좀 오랫동안 나갈 일이 생겨서 외국인과 대화하면서 영어를 좀 해 볼까 해서 시작했다. 하지만 하다 보니 대부분 상대방의 목적이 ‘연애’에 맞춰져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보다 감정 교류를 원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글로벌 채팅 앱이지만, 글로벌 소개팅 앱 같다고 해야 하나.”
 
  - 그럼에도 계속 앱을 사용한 이유가 있나. 
 “현재 이성 친구도 없고, 다른 나라에 있는 이성과 대화를 하는 것 자체에서 외로움이 좀 가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채팅을 통해서만 감정을 나누는 것 자체로도 연애 감정을 느낄 수 있구나 싶었다.”
 
 - 국내 소개팅 앱들도 많지 않나.
 “글로벌 앱이라는 게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이다 보니 만나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었다. 대화를 하다가도 마음에 안 들면 끝내면 그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앱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서로 마음에 들면 만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더라. 외모에 자신이 없는 편이라 만남까지 이어지는 게 쉽지 않았다.”
 
 - 앱을 사용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었나.
 “불편하다기보다는 외국인과 대화하고 싶어 처음에는 동성 친구를 찾았는데 이성과 대화할 수밖에 없었다. 동성 외국인과 대화하게 되면 동성애자가 대부분이었다. ‘펜팔’을 내세워 만들어진 채팅 앱이었지만, 그 자체가 목적으로 만들어진 앱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범죄’에 노출된 채팅 앱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개팅 앱’을 이용한 사람의 절반가량이 원치 않는 연락이나 음란한 대화 등의 피해를 겪었고, 외모·직업·학력 등의 프로필 정보를 속인 사용자도 약 40%나 됐다.

 각종 채팅 앱들은 ‘온라인 그루밍’의 수단으로 도마 위에 오르며 비난받고 있다. ‘온라인 그루밍’은 성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이메일, 데이트·채팅 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하는 범죄 수법으로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전조로 꼽힌다.

 과거 여성가족부가 성매매·가출 등 위기를 경험한 19세 미만 청소년 1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건 만남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주요 수단은 채팅 앱(37.4%) 랜덤채팅 앱(23.4%) 채팅 사이트(14%) 등이었다.

 글로벌 채팅 앱들의 경우도 이런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앱 특성상 ‘만남’의 성사가 어렵다고 해서 성범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포털 사이트에 ‘영상채팅 앱’을 검색하기만 해도 성폭력 범죄에 노출된 사례에 대해 조언을 얻는 글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채팅 특성상, 특정 신체 부위 등 원치 않는 이미지에 노출되기 쉽다.  

‘아자르’로 피해를 봤다는 한 이용자는 “영상채팅 앱을 이용하던 중에 갑자기 한 남성이 자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 줬고 앱에서는 캡처 기능이 없어서 공기계(휴대전화)로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뒀다. 이 사진을 증거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냐”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아자르는 2017년 구글 앱 마켓에서 비게임 매출 세계 9위를 차지한 글로벌 채팅 앱으로, 당시 매출 624억원에서 지난해 60% 이상 성장한 1000억원을 기록한 토종 스타트업이다. 현재 아자르는 영상채팅 상대가 유해한 콘텐트를 보이면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탈퇴 이후 다시 가입할 수 있어 동일한 상대와 재매칭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다.

 반대로 “짧은 생각으로 ‘신체 특정 부위’를 노출했는데, 상대가 신고를 하겠다며 돈을 요구한다”는 한 ‘아르고’ 영상채팅 앱 이용자 사례도 있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에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에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량 사용자에 대해 신고를 받아 운영에 반영하거나, 본인 인증 절차를 철저히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놓긴 하나 아무래도 개인 간 피해 사례는 완전히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tbc.co.kr

 
<소개팅 앱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
 
이유                                                                       비중
==============================================================
‘소개팅 제안은 없고 부탁하기는 싫어서’                     43%
‘현실에서 연애 가능한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       30%
‘진짜 소개팅이 될지 단순히 궁금해서’                         13%
‘더 좋은 조건의 이성을 만나고 싶어서’                        5%
기타                                                                      9%
==============================================================
* 소개팅 앱 이음, 이음오피스 이용 미혼 남녀 1142명 대상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