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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아기 숨지게 한 엄마···육아스트레스 받았다고 감형

위기의 가족 범죄<중> 
위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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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비정한 엄마였다. 홍모씨는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했다.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머리를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도 폭행은 계속됐고, 아이는 결국 두부 손상으로 사망했다. 숨진 아이를 여행가방에 넣어 은닉했던 홍씨는 결국 경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홍씨는 살인, 사체은닉, 아동학대 등 혐의로 양형기준상 최대 징역 42년을 선고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재판부는 “우울증 등으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홍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홍씨에게는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홍씨가 예상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은 홍씨의 불우했던 개인사와 육아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 등이 참작됐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한 유년시절을 겪었고, 육아·가사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여 참작할 사정이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영아 살해·유기 4년 새 87→142건
 
방어력이 취약한 아동, 영아 등이 가족 간 범죄의 사각지대에 몰리고 있다. 아이가 학대를 당하거나 목숨을 잃어도 가해자인 부모는 각종 이유로 일반 살인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영아살해’다. 형법 제251조는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또는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또는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영아를 살해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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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살해된 아이들의 존엄성이나 처지가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에 벼랑 끝에 몰린 여성의 사정을 고려하면 형사상 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만은 없다는 반론도 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아이가 겪어야 했던 끔찍한 고통이나 짓밟힌 아이의 미래 등이 판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며 “반면에 가해자의 입장은 다각도로 고려돼 감형이 이뤄져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사례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영아살해의 경우 미혼모 등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되지만 고아원에 보내거나 지원을 받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살인해도 감형을 받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김의지 법무법인 서담 변호사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미혼모가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거나 극단적 공포 상황에 놓였을 때 벌인 범죄에 대해서는 무조건 엄벌만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며 “특히 부모가 아이를 책임질 능력이 없는 미성년일 경우 형사상 책임을 온전히 묻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동이 사망에 이르더라도 무조건 영아살해나 살인죄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직접적이거나 계획적인 살인이 아닌 방치 등으로 아이가 사망하면 아동학대치사로 인정돼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의 처벌을 받기도 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최대 9년이던 아동학대치사죄 형량을 최대 10년으로 늘리고, 특별조정으로 15년까지 선고토록 했지만 여전히 아동 사망사건에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일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영아나 어린아이들은 의사표현을 뚜렷하게 하지 못하는 데다 학대 등을 당해도 주변에 알려지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살인이 벌어지면 아동 편에서 증언해 줄 목격자나 조력자 등이 없는 경우가 많고, 부모의 범행 이후 목숨을 건졌다고 해도 아이의 특성상 수사기관에서 제대로 된 진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이 있는 케이스가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한 중앙지법 판사는 “학대나 의도성 등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단순 방임, 방치만으로는 살인죄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최근 아동 사망 범죄에 대해선 양형 범위 내에서 엄벌하는 판결이 늘고는 있다”고 전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는 사이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한 살인이나 아동학대치사 등 범죄는 줄을 잇고 있다. 2017년 4월 딸 고준희양을 수차례 발로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고모(38)씨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5월에는 인천의 한 아파트에 생후 7개월 된 딸을 일주일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친부 A씨(21)와 친모 B씨(18)가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영아살해·유기 범죄는 2014년 87건에서 지난해 8월 기준 142건으로 크게 늘고 있다.
  
프랑스, 아이 때려 장애 생겨도 20년형
 
해외에서는 국내와 달리 아동이 피해자인 가족 간 범죄에 대해 ‘엄벌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국가가 많다.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2016년 생후 22개월 된 아이를 차 안에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남성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프랑스에서는 아동의 부모, 조부모 등 직계존속이나 친권자가 폭력을 행사해 15세 미만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징역 30년에 처하도록 한다. 또 아동에게 폭력 등을 행사해 장애를 입혀도 20년 징역의 중형에 처하도록 한다. 영국과 독일 역시 아동에게 상습적인 폭력, 괴롭힘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친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손국희·남궁민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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