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정태수, 150쪽 유고 남겼다…한보사태 비밀 풀릴지 주목

 2018년 12월 치러진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장례식으로 추정되는 사진.[사진 서울중앙지검]

2018년 12월 치러진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장례식으로 추정되는 사진.[사진 서울중앙지검]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약 150쪽 분량의 자필 유고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1일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고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한보사태’의 주역 정 전 회장의 흔적이 A4 용지 약 150장 분량의 글로만 남게 됐다.
 
정태수, 10여년간 자필로 과거 반추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예세민)는 정 전 회장의 4남인 정한근(54)씨로부터 해당 유고를 임의제출 받아 분석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은 2007년 말레이시아로 도피한 직후부터 자신의 생애를 기록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유고의 내용을 토대로 그가 2015년까지 해외에서 도망을 다니면서도 직접 이를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2015년은 정 전 회장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때다.
 
정 전 회장은 자서전을 써주는 작가 A씨에게 해당 내용을 맡기고 본인의 자서전을 써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고 한다. 검찰은 정씨로부터 이 같은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정 전 회장이 남긴 유고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그가 과거 자기 생애와 관련한 이야기를 적었다”며 “도피 이후가 아닌 사업하던 시절 등 옛날이야기를 자필로 썼다”고 설명했다. 정 전 회장이 한보그룹을 세운 이후부터 부도가 나기까지의 과정을 자서전 형식의 글을 쓰면서 돌아봤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의 유고에 도피 이전까지의 생애가 기록된 만큼 이를 토대로 해외 은닉 재산을 찾기 위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유족으로부터 제출받은 증거물은 필요한 조사가 끝나면 유족들에게 돌려주지만 검찰은 아직 이를 가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고를 가지고 조사할 내용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유골함으로 추정되는 사진.오른쪽은 정 전 회장의 사망확인서.[사진 서울중앙지검]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유골함으로 추정되는 사진.오른쪽은 정 전 회장의 사망확인서.[사진 서울중앙지검]

역술인 말 듣고 50대에 늦깎이 사업 시작
1923년생인 정 전 회장은 공무원 출신으로 뒤늦게 사업을 시작했음에도 한보그룹을 재계 14위까지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는 “사업을 하라”는 역술인의 말을 듣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정 전 회장은 국세청 세무공무원으로 20여년간 근무하면서 사 모은 전국 각지의 땅을 밑천으로 50대 늦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다. 1974년 한보상사를 설립한 정 전 회장은 회사 설립 2년 만에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때 정 전 회장이 세운 4424가구 대단지 아파트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다. 은마아파트 건설로 큰 부를 쌓은 그는 1980년 한보철강까지 세우며 한보그룹을 대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사업을 끝없이 확장하며 승승장구하던 정 전 회장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 위기의 발단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이른바 ‘한보사태’로 내리막길을 걷는다.
 
유고에 한보사태 내막 담겼을 듯
한보사태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정 전 회장과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현철씨는 구속됐지만 당시 검찰이 대통령의 아들까지 개입한 대형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교체되는 파란이 일었다. 정 전 회장이 남긴 150여쪽 분량 유고에 관심이 쏠리는 건 한보사태의 내막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997년 4월 28일 한보사건 재판에 참석하는 정태수 전 회장. [중앙포토]

1997년 4월 28일 한보사건 재판에 참석하는 정태수 전 회장. [중앙포토]

한편 정 전 회장은 2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한때 세금체납액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이 2007년 해외 도피 11년 만에 정 전 회장이 사망했다고 결론 내면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미납 세금을 환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검찰은 그의 4남인 정씨가 에콰도르에서 유전개발 사업을 진행한 행적 등을 근거로 은닉해놓은 자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