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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하고 쌉쌀한 매력, 수제맥주 IPA의 탄생 비밀

기자
황지혜 사진 황지혜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20)
영국이 고향인 수제맥주 IPA는 19세기 영국에서 식민지 인도까지 맥주를 수출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설이 있다. 영국의 IPA는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 수제맥주 혁명을 이끌게 된다. [사진 pixabay]

영국이 고향인 수제맥주 IPA는 19세기 영국에서 식민지 인도까지 맥주를 수출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설이 있다. 영국의 IPA는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 수제맥주 혁명을 이끌게 된다. [사진 pixabay]

 
수제맥주의 대표 스타일인 IPA(India Pale Ale)의 고향은 영국이다. IPA는 19세기 영국에서 식민지 인도까지 맥주를 수출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설이 있다.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기 전 적도를 두 번 거쳐야 하는 혹독한 환경에서 맥주가 상하지 않도록 도수를 높이고 맥주 재료 중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홉을 많이 투입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영국에 원래 있던 맥주 중 오랜 운송 기간을 버틸 만한 도수가 높고 홉이 많이 들어간 맥주를 주로 인도에 수출하면서 IPA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탄생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는 정확지 않지만, IPA가 영국에서 인도로 보냈던 맥주로 일반 맥주보다 높은 도수(6~8도)와 홉에서 나오는 향과 쓴맛이 도드라지는 특징을 가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IPA라는 맥주 스타일이 영국에서 발원했다는 점이다. 페일 에일, 포터, 스타우트 등 많은 맥주 스타일 중 하나였던 영국의 IPA는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 수제맥주 혁명을 이끌게 된다. 그리고 미국식 IPA는 전 세계 수제맥주 시장을 선도하는 맥주 스타일로 자리매김한다.
 
샌디에이고 IPA의 시초이자 정석으로 불리는 스톤 IPA. 전 세계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스톤 IPA는 자몽, 오렌지와 같은 발랄한 풍미를 내세우면서도 뒷맛은 쌉쌀하고 무게감 있다. [사진 스톤브루잉]

샌디에이고 IPA의 시초이자 정석으로 불리는 스톤 IPA. 전 세계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스톤 IPA는 자몽, 오렌지와 같은 발랄한 풍미를 내세우면서도 뒷맛은 쌉쌀하고 무게감 있다. [사진 스톤브루잉]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앵커 브루어리에서는 1970년대 미국산 홉을 듬뿍 넣어 최초의 미국식 IPA를 만들었다. 영국 IPA를 모태로 했지만, 맥주 맛에 큰 영향을 주는 ‘조미료’라고 할 수 있는 홉을 다르게 쓰면서 완전히 다른 맥주를 만들어낸 것이다.
 
영국, 독일 등에서 전통적으로 재배해왔던 홉이 아니라 미국 서부지역에서 재배되는 열대과일, 솔향 등이 도드라지는 홉을 활용했다. 당시 대기업의 페일 라거를 주로 즐겨왔던 사람들에게 이 맥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미국산 홉의 향과 맛이 후각과 미각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이라는 한 나라에서도 서부와 동부에서 ‘같으면서도 다른’ IPA가 만들어지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는 미국 홉의 특성을 강조하는 서부 해안식(West Coast) IPA가 만들어졌다.
 
대표 맥주로 샌디에이고 IPA의 시초이자 정석으로 불리는 스톤 IPA가 있다. 스톤 IPA는 1997년 탄생 이후 지금까지도 전 세계 시장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몽, 오렌지와 같은 발랄한 풍미를 내세우면서도 쌉쌀하고 무게감 있게 마무리되는 뒷맛이 매력적이다.
 
미국 동부에서는 서부 IPA와 차별화되는 동부 해안(East Coast) IPA가 발달했다. 영국 IPA와 비슷하면서도 미국식으로 변주한 IPA가 만들어졌다. 서부 IPA보다 열대 과일의 풍미는 얌전하게 나타나고 캐러멜 등으로 표현되는 맥아 맛이 상대적으로 강조된 맛이다.
 
미국 동부 뉴욕에서 서부 로스앤젤레스까지의 비행시간과 뉴욕에서 런던까지의 비행시간이 같기 때문에 동부 IPA가 영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사진은 도그피시 헤드 브루어리 전경. [사진 황지혜]

미국 동부 뉴욕에서 서부 로스앤젤레스까지의 비행시간과 뉴욕에서 런던까지의 비행시간이 같기 때문에 동부 IPA가 영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사진은 도그피시 헤드 브루어리 전경. [사진 황지혜]

 
한 전문가는 미국 동부의 뉴욕에서 서부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까지의 비행시간과 뉴욕에서 런던까지의 비행시간이 같다며 동부 IPA가 영국의 영향을 받은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동부 해안 델라웨어주에 있는 도그피시 헤드나 뉴욕시의 브루클린 브루어리 등이 동부식 IPA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지역별 개성을 살려 발전한 IPA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만들어진 뉴잉글랜드(New England) IPA가 있다. 메인주, 뉴햄프셔주, 버몬트주, 매사추세츠주 등 6개 주에 걸친 뉴잉글랜드 지역은 영국 이민자들이 많이 자리 잡아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이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진 뉴잉글랜드 IPA는 오렌지 주스 같은 맛에 외관이 탁한 것이 특징이고 효모를 여과하지 않아 유통기한이 짧다. 대부분 맥주가 만들어지는 현지에서만 마실 수 있다는 것이 뉴잉글랜드 IPA에 희소성이라는 매력을 덧붙였다. 헤디 토퍼 양조장에서 유행을 선도했으며 이후 전 세계 많은 양조장이 뉴잉글랜드 IPA를 만들어냈다.
 
뉴잉글랜드 IPA 유행 후에는 세션 IPA, 블랙 IPA 등을 거쳐 브룻(Brut) IPA가 최첨단 유행 맥주로 등극했다. 브룻은 '단맛이 없는 샴페인‘이라는 뜻이다. 2017년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소셜 키친 앤 브루어리‘에서 양조할 때 효소를 넣어 맥주에 남아있는 단맛을 최소화한 IPA가 만들어졌다.
 
쌀과 옥수수 등을 첨가해 맥주의 색깔을 밝게 하고 바디감을 가볍게 만들며 일반적인 IPA보다 쓴맛이 덜하다. 뉴잉글랜드 IPA와 마찬가지로 브룻 IPA는 미국 양조장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들은 대부분 미국 수제맥주의 영향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맥주 스타일이 시차 없이 한국으로 들어와 대부분의 양조장에서 미국식 IPA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임금님표 브룻 IPA. [사진 핸드앤몰트 페이스북]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들은 대부분 미국 수제맥주의 영향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맥주 스타일이 시차 없이 한국으로 들어와 대부분의 양조장에서 미국식 IPA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임금님표 브룻 IPA. [사진 핸드앤몰트 페이스북]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들은 대부분 미국 수제맥주의 영향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맥주 스타일이 시차 없이 한국으로 들어온다. 거의 모든 양조장에서 미국식 IPA를 생산하고 뉴잉글랜드 IPA도 미스터리, 비어바나, 서울집시 등 많은 양조장에서 시도하고 있다. 브룻 IPA 역시 핸드앤몰트의 ‘임금님표 브룻 IPA’ 등이 나와 있다.
 
IPA는 영국에서 탄생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 시점에서 영국 IPA와 미국 IPA를 마셔보면 서로 같은 종류의 맥주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변주돼 재탄생한 IPA는 이제 전 세계 수제맥주 양조장에서 만들어진다. 영국은 물론이고 독일, 벨기에 등 맥주 종주국들도 어김없이 미국 스타일을 따라간다. 미국산 홉의 풍미가 강조된 이들 맥주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인기 홉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산 홉과 보리, 쌀 등을 활용한 수제맥주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운 맥주 스타일을 만들어낸 미국처럼, 우리도 세계인들을 매료시키는 맥주를 탄생시킬 수 있길 바라본다. 사진은 다양한 국산 IPA 맥주. [사진 비어바나 페이스북]

우리나라에서도 국산 홉과 보리, 쌀 등을 활용한 수제맥주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운 맥주 스타일을 만들어낸 미국처럼, 우리도 세계인들을 매료시키는 맥주를 탄생시킬 수 있길 바라본다. 사진은 다양한 국산 IPA 맥주. [사진 비어바나 페이스북]

 
한국에서도 국산 홉과 보리, 쌀 등을 활용한 맥주들이 시도되고 있다. 아직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시장을 창출하기보다 기존 맥주의 맛에 가까워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맥주의 종주국 유럽을 제치고 새로운 맥주 스타일을 만들어낸 미국처럼, 우리도 미국 맥주를 국산 재료로 변주해 세계인들을 매료시키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기를 바라본다.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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