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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된 한신, 왜 유방 앞에서 "다다익선" 외쳤나

기자
김준태 사진 김준태
[더,오래] 김준태의 자강불식(12)
중국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이자 한나라 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한 한신(韓信). [사진 중국학 위키백과]

중국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이자 한나라 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한 한신(韓信). [사진 중국학 위키백과]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의 사자성어 ‘다다익선(多多益善)’. 이 말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중국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이자 한나라 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한 한신(韓信)이다. “그대는 군사를 얼마까지 거느릴 수 있소?”라는 유방의 질문에 한신이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하고 대답한 데서 유래했다.
 
그런데 이 대화가 이뤄진 시점이 눈길을 끈다. 한신이 모반을 계획하고 있다가 발각돼 유방에게 체포된 직후이기 때문이다. 유방은 그렇게 잘난 사람이 왜 자신에게 붙잡혔느냐며 놀렸고 한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저보다 병사를 잘 거느리지 못하지만 대신 장수를 잘 거느리십니다. 더욱이 폐하께서는 하늘의 보우를 받고 계시니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유방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재주에 대한 자긍심이 엿보인다. 자신이 진 것은 자신의 힘이 부족해서가 하니라 하늘의 도움을 얻지 못해서라는 것이다.
 
드높은 자긍심이 화 불러
 
유방(劉邦)은 진(秦) 말기의 대혼란에 거병하여 항우(項羽)와의 초한대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한(漢)나라를 건국했다. 소하(萧何)는 중국 진 말기부터 한나라 초기까지 유방을 중국의 패자로 만든 정치가이다. 유방(왼쪽)과 소하(오른쪽). [사진 중국학 위키백과]

유방(劉邦)은 진(秦) 말기의 대혼란에 거병하여 항우(項羽)와의 초한대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한(漢)나라를 건국했다. 소하(萧何)는 중국 진 말기부터 한나라 초기까지 유방을 중국의 패자로 만든 정치가이다. 유방(왼쪽)과 소하(오른쪽). [사진 중국학 위키백과]

 
이처럼 드높았던 한신의 자긍심은 결국 화를 불러일으킨다. 유방은 한신의 작위를 왕에서 후작으로 강등시키는 것으로 그의 죄를 용서했는데 한신은 이를 고마워하기는커녕 원망하는 마음을 가졌다. 지위가 격하되면서 평소 자신이 얕잡아보던 이들과 같은 반열에 서게 된 것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유방의 동서로 큰 공로를 세운 번쾌에 대해서조차 “내가 살아서 번쾌와 동렬에 서다니” 하며 못마땅해했을 정도다. 이에 한신은 다시금 역모를 꾀했고 이것이 사전에 누설되면서 처형된다. (한신이 정말로 모반을 획책했느냐 아니면 그의 능력을 두려워한 황실이 한신을 토사구팽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한나라 건국 3걸 중 소하와 장량은 현명한 처신으로 천수를 누렸음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한신이 조금만 겸손했더라면 어땠을까? 타고난 성품이 오만했으니 소용이 없었을까? 아니다. 젊었을 때만 해도 한신은 굽힐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물론 자존심은 셌다. 온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어머니의 무덤을 쓴 것, 돈 한 푼이 없어 밥을 얻어먹는 주제에 은혜를 갚겠노라 큰소리친 것 등은 그의 자존심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인내할 줄도 알았다. “네가 용기가 있으면 나를 찌르고 용기가 없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지나가라”며 자신을 모욕하는 동네 건달 앞에서 아무 말 없이 가랑이 밑을 기어간 것이다. 이후 동네 사람들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내가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칼을 휘둘렀다면 살인범이 되어 감옥에 갇혔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쓰일 그릇이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이후에도 그의 삶은 무시당하는 것의 연속이었다. 항량, 뒤이어 항우의 휘하에 들어갔지만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저 키가 크고 허우대가 좋았기 때문에 집극랑(일종의 의장병)같은 미관말직이 주어졌을 뿐 그의 능력을 알아주는 이는 없었다. 이는 유방의 밑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중용되기는커녕 사소한 이유로 처형당할 위기에 놓이기까지 한다. 답답하고 절망적인 시간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한나라의 천하 제패에 공 세워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며 포기하지 않은 한신은 마침내 소하의 눈에 든다. 일약 대장군에 오른 한신은 연전연승을 거두며 한나라가 천하를 제패하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하게 된다. [사진 중국학 위키백과]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며 포기하지 않은 한신은 마침내 소하의 눈에 든다. 일약 대장군에 오른 한신은 연전연승을 거두며 한나라가 천하를 제패하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하게 된다. [사진 중국학 위키백과]

 
그러나 한신은 포기하지 않았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시켰고 자신의 재능을 알아줄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소하의 눈에 든 한신은 소하의 강력한 추천에 힘입어 일약 대장군에 오른다. 이후 연전연승을 거두며 한나라가 천하를 제패하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하게 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그의 자존심과 오만함이 점점 강해졌다는 것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인내하며 미래를 기약했던 젊은 날과 달리 제 뜻대로 뭐든 할 수 있을 거라 자만하면서 그는 몰락하게 된다. 만약 그가 젊었을 때처럼 인내했더라면 그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김준태 동양철학자·역사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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