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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뇌출혈, 장어를 얻어먹고 하루키 흉내를 내기로 하다

중앙SUNDAY의 Y기자에게 칼럼 게재 권유를 받았을 때, 개인적인 상황이 복잡했다. 일단 뇌출혈 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던 때였는데, 사지는 비교적 멀쩡했지만 후두 마비가 완벽하게 풀리지 않아 말할 때마다 이래저래 불편한 것을 속으로 끙끙 앓고 있었다. 무엇보다 재발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던 때였다. 의사가 3개월 안에 반드시 재발할 듯이 말했기 때문이다(환자를 긴장시켜 극도로 조심하게 만드는 신공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말버릇처럼 이렇게 묻곤 했을 때의 정점이었던 시기다. “나, 말하는 거 이상하지 않아?” 
 

오동진의 라스트 필름 0. 프롤로그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영화 에세이)

아무튼 그 덕분에 Y기자에게 장어를 얻어 먹긴 했다. 물론 비용은 그 점심 자리에 같이 나왔던 J부장이 냈는데, 솔직히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그 집 장어는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았다(남산 동자동 어디 쯤이다). 이유는, 그 며칠 전에 영화 프로듀서인 이관수 씨(<주유소 습격사건>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 제작자)가 “뇌에는 장어가 좋다”며 파주 법흥리에서 대파 장어를 사줬는데(쓰러졌다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밥을 사준다, 혹은 먹자고 한다. 그리 잘 못 살지는 않은 모양이라는 착시 효과를 만들어 내는 순간들이다. 사실은 죽기 전에 한 번은 봐주겠다는 것 아닐까 싶지만), 거기 고기가 워낙 두툼하고 맛있었기 때문이다. J부장과 Y기자에게는 미안. 
어찌 됐든 그 과정에서 정리한 칼럼 제목이 ‘오동진의 라스트 필름’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라스트 미션>을 흉내 낸 것이기도 한데, 내 삶이 매우 유한(有限)해졌다는 생각을 담고 있는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 '하나레이 베이'

영화 '하나레이 베이'

거기에다 마침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장수 고양이의 비밀』을 읽던 시기여서 ‘그래 그럼, 이왕 글을 쓰려면 하루키 에세이처럼 쓰(고 죽)자’고 생각했다. 머리 속에 뱅뱅 도는 생각들을 여과없이 글로 흘려 보내는 방식으로. 
내 글에도 하루키의 책에서처럼 안자이 미즈마루 같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코믹한 삽화를 그려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임진순 작가를 생각했는데, 그에게는 미처 얘기하지 못한 채 이 글을 시작하게 되고 말았다. 임진순은 요즘 페이스북에 만난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글을 모아 『행복은 늘 내 곁에 있어』라는 책을 냈다. 그래서 내 에세이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고 하기에는 조금 바쁘게 사는 때 아닌가 싶어 망설였다. 게다가 그의 그림 값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임진순의 그림은 미즈마루 만큼 코믹하지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이게 좀 진짜 이유다. 
 
‘오동진의 라스트 필름’은 일단 글로만 시작될 것이다. 누가 삽화를 그려주면 좋긴 하겠지만 그건 중간쯤 그런 지원자가 나오면 그리 될 것이다. 인생이든 영화든, 너무 각을 맞춰서 시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단 준비가 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뇌출혈 발병 비포와 애프터이다.  
 
하루키 얘기가 나왔으니까 마침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하나레이 베이>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영화를 보고 “소설보다 훨씬 잘 만들었다”(하루키 글보다 낫다고? 그럴 수가 있는 건가?)고 하니까, 이 세상에서 영화와 책, 미술 작품을 가장 많이 보고 사는 여성 이화영 선생은 나하고는 생각이 다르다고 해 왔다. 나중에 그 얘기 좀 들어 봐야겠다. 다르면 또 뭐 어떻겠는가. 다른 게 좋지 않을까. 예전에는 다르다고 참 많이 싸우곤 했었다. 이것도 뇌출혈 비포 앤 애프터. 
영화 '존 윅 3 파라벨룸'

영화 '존 윅 3 파라벨룸'

영화 평론도 뇌출혈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조금 더 마일드 해지지 않을까 싶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엊그저께 본 할리우드 영화 <존 윅3>는, 으이그 참 짜증 일보 직전이었다. <존 윅> 시리즈는 1편이 제일 좋았다. 2편부터 과해지기 시작해서 정신을 차리지를 못한다. 영화나 감독이나 배우나, 조금 현실감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키아누 리브스는 살이 쪄서 몸이 둔한데 액션 난이도는 높다. 안쓰럽다. 리브스와 나는 나이가 같다. 56세. 그도 뇌출혈을 조심해야 할 때다. 같이 나온 할리 베리도 나이 탓인지 몸이 느리다. 둘 다 액션을 하기에는 늦은 나이다. 근데 꼭 그런 것이 아닌 일이 리암 니슨도 있고 댄젤 워싱턴도 있으니까. 이런 시리즈로는 <존 윅>보다는 <테이큰>이 낫고 <테이큰>보다는 <이퀼라이저>가 낫다, 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영화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

영화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

영화를 놓치지 말고 봐야겠다. 영화 볼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사 씨네 블루밍이 수입한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는 보기에 곤혹스러웠다. 그래서 아직 글을 쓰지 않았다. 남자가 여자를 너무 이용하고 유린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내용이다. 여자는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법이라지만 그건 육체적으로 좀 와일드하달까 뭐 그런 맛으로 하는 얘기다. 이 영화에서는 남자가 많이 야비하다. 이젠 사랑도 좀 부드럽고, 정상적이며, 행복하게 만드는 스토리로 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란 게 워낙 돌발적이라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래서 처절한 것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이라면,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가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슴 아픈 사랑은 하지 마시라. 내 딸에게는 더욱 더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러기에는 인생이 짧다. 근데 왜 영화는 맨날 지독한 사랑에 매료되는 것일까. 그걸 아직 모르는 걸 보니 나는 아직 영화도, 인생도 먼 인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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