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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예고된 日 '경제 몽니'에 허둥지둥한 정부…커지는 책임론

“일본의 경제 제재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해 필요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일 오후 4시에 처음 나온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이날 오전 10시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제조에 쓰는 세 가지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한 데 대해서다. 공식 입장 발표 직후 "좀 더 구체적인 대응책은 없느냐"는 언론 질의가 빗발쳤지만, 정부는 입을 닫았다.
 
이날 정부 대응은 일본과 ‘전면전’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대에 못 미쳤다. 먼저 한국의 “깊은 유감”에 일본이 꿈쩍이나 할까 싶다. 상대방을 겨냥한 칼날도 솜으로 감싼 듯 부드럽게 표현하는 게 외교 수사(修辭)라지만, 상대방이 '칼'인지 '솜'인지 알도록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한ㆍ일 양국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위안부 피해자 합의 문제 등을 두고 서로 “깊은 유감”을 주거니 받거니 해 왔다. 이날 정부의 유감 표명은 외교 문제에 머물러온 한ㆍ일 관계가 경제 이슈로 비화한 상황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간 수사였다.
 
특히 정부가 대응책으로 꺼내 든 'WTO 제소' 카드는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2~3년 이상 걸린다. 법리적으로도 한국이 반드시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이 안보상 전략 물자에 대한 수출 제한이라고 주장하거나, ‘불공정한 차별’이 아니라 기존 한국에 줬던 특혜를 거둬들인 조치라고 반박할 경우 한국의 승산 가능성이 높은 것만은 아니라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일 “일본 측 조치는 WTO 규칙에 맞다”며 즉각 대응했다. 게다가 일본은 최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와 관련한 WTO 국제 분쟁에서 한국에 패소한 뒤 칼을 갈아왔다.
 
안이한 대응이란 비판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할 수 있는 대응이 마땅치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 배상 판결이 나온 건 지난해 10월이다. 일본이 강경 대응을 예고한 뒤 8개월 동안 정부가 뭘 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일본 언론이 이번 보복 조치를 예고한 뒤에도 정부는 “일요일이어서 확인이 쉽지 않다” “공식 통보받은 바 없다”며 허둥지둥했다.

 
이번에 직격탄을 맞을 산업계에서는 일본과의 관계 악화가 경제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꾸준히 우려와 경고 신호를 보내왔다. 그간 상황을 안이하게 보아왔던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다.
 
외교 갈등에 따른 경제 보복 조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주말엔 중국 베이징시가 철거반 300여명을 동원해 삼성ㆍ현대차 등 120여개 한국 기업의 시내 옥외광고판을 뜯어내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025년까지 광고 계약을 맺었는데 사전 통보나 보상 대책에 대한 통지도 없이 철거했다. 베이징시는 ‘환경 정비’를 이유로 들었지만 ‘사드 보복’ 사태부터 이어온 중국의 한국 기업 길들이기 수순이라는 걸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모든 걸 해줄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정부가 제때 할 일을 제대로 못 해 기업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는 기업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나.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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