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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협상 중 일부 제재 완화 가능' 전략 변화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재는 유지된다. 하지만 협상하는 동안 어느 시점에 일은 일어날 수 있다. (At some point during the negotiations things can happen)”

미국 전문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30일 판문점 회담 결과 가운데 주목한 건 이 대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즉석 회견에서 마지막 발언으로 “제재는 유지되겠지만 나는 일정 시점에 그것들을 해제하길 고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는 기존 발언보다는 표현이 다소 유연해졌다.
 

[美 전문가 8인이 본 6 ·30 북 ·미 판문점 회담]
수미 테리 "영변+α에 따라 중간단계 합의 가능"
리비어 "미국 유권자에 북핵 잘 된다 환상 줘"
빅터 차 "북한 땅 밟는 최대 협상칩 쉽게 포기"
"문 대통령 중재자역 복귀" vs. "영향력 없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30일(현지시간) 중앙일보 긴급 설문에서 “판문점 회담에서 가장 주목할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협상 과정에서 일부 제재완화가 가능하다고 내비친 점”이라며 “김 위원장이 일부 제재 완화의 대가로 충분한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 핵시설과 같은 다른 무언가를 협상 테이블에 제공할 수 있다면 중간단계의 합의(Interim deal)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는 “트럼프는 동시에 ‘속도가 목표가 아니다’라면서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시험만 없다면 내년 대선까지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북한이 실무 협상에서 시간을 끌면서 핵ㆍ미사일 보유고를 늘릴 여지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동은 트럼프-김정은 브로맨스가 통한다는 걸 보여줬고 북핵 국면을 지난해 싱가포르 합의 직후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은 분위기로 되돌렸다"고도 평가했다.
 
켄 가우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공개된 회동에선 ‘비핵화’란 단어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하노이에서 비핵화 선행(upfront) 방식이 통하지 않으면서 좀 더 유연한 접근을 포함한 대북 전략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향후 실무협상에서 일부 제재 완화를 포함한 단계적, 상호적 과정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면 어느 정도 비핵화 진전을 이룰 수 있겠지만, 완전한 비핵화 선행을 계속 고집한다면 대화는 지연되고 결국 무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회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는 “TV 드라마나 흥미있는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상당한 재미거리는 됐겠지만 비핵화에 진지한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 실질적 알맹이나 진전없는 이벤트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트럼프의 목표는 미 유권자들에게 실패하고 있는 외교 정책 어젠다 중 최소한 한 가지는 잘 되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실무협상을 재개할 유일한 방법이 김정은을 직접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이었고, 이는 김정은에게 상당한 정통성과 체면을 살려주는 행동이었다”고 덧붙였다.
 
북한 노동신문이 1일 보도한 지난달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회담 모습. 왼쪽은 리용호 외무상,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53분간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제재는 유지되지만 협상도중 일정 시점에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이 1일 보도한 지난달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회담 모습. 왼쪽은 리용호 외무상,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53분간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제재는 유지되지만 협상도중 일정 시점에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뉴시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겸 조지타운대 교수도 “트럼프는 정말 비핵화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관심이 있었다면 미국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으며 지도자에게 정통성을 부여하는 가장 큰 협상 칩을 왜 포기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차 교수는 “그는 언론의 시선을 끌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것 같고, 김정은도 자신처럼 돈이나 호텔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들은 핵무기란 국가적 성과를 포기할 대가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판문점 회동이 사전 준비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트럼프는 판문점 회동이 즉흥적이었다고 했지만 믿지 않는다”며 “지난주 워싱턴의 많은 사람이 노심초사했고 국무부는 관리들에 함구령을 내리는 등 무언가 꿍꿍이가 진행 중이었는데 그것이 우리가 생중계로 본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앞으로 재개될 실무 협상이 비핵화 진전의 성과를 낼지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이번 실무협상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준비뿐만 아니라 평화와 비핵화를 달성할 포괄적인 합의를 위한 협상의 시작”이라며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이미 성공적 진전을 위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 나갈 유일한 방안은 양측이 격차를 좁히기 위한 협상을 유연하게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7월의 실무 협상은 북·미 외교의 2차 라운드의 개막”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으며 김 위원장과 재개에 합의한 이상 북한이 실질적 협상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교수는 “이번 회동으로 하노이 실패 이후 북한과 관계를 재정립한 것은 가장 중요한 점”이라며 “트럼프가 공개석상에서 비건을 협상대표로 처음으로 직접 거명한 건 진지한 노력으로 보이지만 협상이 정체되면 실무급을 무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DMZ 회동이 대단한 일이라고 유난을 떨지만 짧은 만남이 비핵화의 많은 돌파구를 열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은 트위터로 DMZ 깜짝 회동을 성사시키며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이라는 싱가포르 합의 1항부터의 북한의 요구를 따르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태도 변화만 요구한 채 단 한 개의 핵탄두도 포기하지 않는 대신 지난해 이후 핵 보유고만 30% 늘였다”며 “입장을 바꿀 책임은 김정은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판문점 회동 성사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이번 회동 준비 과정에서 문 대통의 역할을 과대평가하진 않을 것”이라며 “판문점 회담은 짧은 3자 기념사진 촬영은 있었지만 남ㆍ북ㆍ미 3자 회담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남북 간 합의한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여전히 영향력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으로 협상을 정상궤도로 올리고 싶다면 남북 경협에 대한 제재 면제를 허용해 줌으로써 문 대통령이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켄 가우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자유의 집을 나서면서 ‘우리도 이제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다”며 “사실이라면 문 대통령이 협상이 순조롭게 유지되도록 다시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부여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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