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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18화. 대홍수

전설에서 나와 현실 세상 뒤덮는 물의 재앙
 
바닷물이 범람하고 쏟아지는 비가 세상을 뒤덮는 광경은 다양한 신화와 전설에서 등장한다. 사진은 영화 '2012'의 한 장면.

바닷물이 범람하고 쏟아지는 비가 세상을 뒤덮는 광경은 다양한 신화와 전설에서 등장한다. 사진은 영화 '2012'의 한 장면.

매년 여름이 되면, 덥고 습한 날씨 속에 장마가 밀려옵니다. 매일 같이 비가 내리고, 이따금 찾아오는 태풍이 호우를 뿌리면 이러다 세상이 모두 물에 잠기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다행히도 세상이 모두 물에 잠기는 일은 없습니다. 일부 지역에 빗물이 쌓이거나 제방이 무너져 피해가 발생하긴 하지만, 지구상의 물을 모두 쏟아부어도 세상을 뒤덮을 정도는 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신화와 전설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신이 존재하는 세상에선 끝없이 쏟아지는 비가 세상을 뒤덮고 인류를 멸망시켜버릴 수 있으니까요. 바로 ‘대홍수 전설’입니다. 대홍수 전설이라면 보통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세상을 뒤덮고 인류를 벌하는 홍수 이야기는 매우 다양한 신화와 전설에서 등장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인 수메르에는 아트라하시스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데요. 옛날 수메르의 신들은 자신들을 대신해 일할 존재로서 인간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자 주신인 엔릴은 대홍수를 일으켜 인간들을 멸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을 만든 지혜의 신 엔키는 어떻게든 인간을 살리려는 마음에 한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고, 그는 집을 분해하여 배를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피난하여 살아남았죠. 이 사실을 안 엔릴은 분노했지만, 인간들이 없으면 자기들도 굶주릴 거라는 것을 알고 놔두기로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데우칼리온이란 사람이 등장합니다. 데우칼리온은 일찍이 인간에게 ‘신의 힘’인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의 아들이었는데, 역시 인간들을 벌하려던 제우스가 내린 대홍수에서 살아남습니다. 아버지인 프로메테우스가 이 사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이죠. 살아남은 데우칼리온은 아내와 함께 제우스에게 제물을 바쳤고, 제우스는 인간을 용서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을 되살려 달라’는 그들의 부탁을 듣고 한 가지 계시를 내려 줍니다.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머니의 뼈를 등 뒤로 던지라’는 말이었죠. 처음엔 불효라고 생각하여 고민했지만, 어머니가 바로 ‘대지의 여신’을 가리킨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대지의 뼈인 돌을 집어 뒤로 던지자 여기서 인간들이 태어나, 세상은 인간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인간이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수메르 신화나 성경의 이야기와는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을 주죠. 이처럼 대홍수 이야기는 세계 각지의 신화나 전설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홍수가 정말로 있었다고 믿 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방주가 멈추었다는 아라라트 산에서 방주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죠. 과학적으로 볼 때 세계를 뒤덮을 정도의 대홍수가 있었다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지만, 일부 사람들에게 대홍수는 판타지 세계를 넘어 진실의 역사라고 여겨져요. 학자들은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대홍수 전설이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고 믿고 있습니 다. 세계를 뒤덮을 정도는 아닐지라도 주변을 전부 잠기게 하기에 충분한 홍수나 쓰나미라면 이 같은 전설이나 신화의 대상이 되기엔 충분할 테니까요. 어떤 학자는 대홍수의 전설이 빙하기가 끝나고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일어난 결과라고도 합니다. 특히, 중동 인근에서는 빙하기 동안 육지였던 흑해가 한순간에 바다로 변해버렸는데, 영화 ‘2012’처럼 산 너머에서 바다가 쏟아져 내려오는 광경은 그야말로 세상의 끝처럼 보였을 겁니다. 물론 이 모든 것에 신의 뜻이 존재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겠죠.
 
대홍수처럼 물에 의한 재앙은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만큼, 판타지에서 활용하기도 좋습니다. ‘인간이 잘못하여 벌하고자 홍수를 내렸다’라는 내용, 세계를 뒤덮을 정도는 아닐 지라도 요정들이 물을 조종해서 악당의 마을을 쓸어버리는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죠. 하지만 모든 이야기 속에서 인간들은 홍수를 극복하고 살아남습니다. 신화나 전설만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도 마찬가지였죠. 고대 이집트에선 나일강이 정기적으로 범람하며 농지를 뒤덮었지만, 그 덕분에 땅은 비옥해졌죠. 나아가 농지를 다시 만들고자 기하학과 수학이 발달하고, 강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천문학이 발달하여 현재와 같은 달력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자연재해가 문명의 발전을 이끈 것이죠. 하지만, 홍수에서 살아남는 건 언제나 ‘준비한 사람’이었습니다. 심지어 수메르 신화에선 신들조차 훗날을 예측하지 못해 굶주렸을 정도니까요. ‘자연의 위협에 대비하라. 하지만 너무 겁먹지는 말라.’ 대홍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를 전해주는 게 아닐까요.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상 이변으로 폭우나 거대 태풍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대홍수의 전설이 재현되고 있죠. 신화나 판타지를 넘어 현실이 되는 대홍수. 그것이 역사를 넘어 전설이나 신화가 되기 위해선 우리가 이에 대비하고 맞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글=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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