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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결례에 화난 저우언라이 달래려, 닉슨 손 뻗었다

 
6월30일 군사분계선(MDL) 북측으로 넘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한 땅을 처음으로 밟은 미국 현직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AP=연합뉴스]

6월30일 군사분계선(MDL) 북측으로 넘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한 땅을 처음으로 밟은 미국 현직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AP=연합뉴스]

30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판문점 회담은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오전 올린 짤막한 트윗에서 비롯됐다. “김정은이 이걸 본다면, 나는 그와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나 악수하며 인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같은날 "만약 김 위원장이 (DMZ에) 온다면 우리는 악수하고 2분간 만나는 게 전부겠지만 그것도 괜찮다"고 기자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미디어정치 시대 정상들 '악수의 외교학'

 
단지 악수하고 인사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전례없는 즉흥성과 DMZ의 역사‧장소적 특수성 때문에 이는 단박에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미간 물밑에서 접촉이 이뤄진 상태에서 ‘연막작전’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30일 오후 판문점에 나타난 김정은 위원장은 “대통령님이 (트위터로) 만날 의향을 표시하신 것을 보고 나 역시 깜짝 놀랐다”며 ‘트윗 번개’라는데 맞장구쳤다. 군사분계선(MDL)에서 이뤄진 트럼프-김정은 간 "평화의 악수"(김정은 표현)는 정전선언 66년 만이자 한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현직 대통령의 북한 땅 방문으로 이어졌다.
 

닉슨 "저우언라이 향해 먼저 손 뻗기로 결심" 
 
고대에 악수는 상대방과 싸울 의사가 없을 때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른손을 내밀어 잡은 데서 비롯됐다. 사진과 TV가 등장한 이후 현대 국제정치사에서 각국 정상 간의 악수는 회담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주요 외교 제스처로 자리매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6월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역전쟁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화해의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1972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공항에 나온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백악관자료사진]

1972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공항에 나온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백악관자료사진]

 
맨 처음 미‧중 정치지도자 간의 악수가 주목받은 것은 1972년이다. 처음으로 공산국가 중국을 찾은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의 만남 때다. 닉슨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베이징으로 날아가면서 저우언라이에게 먼저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하겠다고 결심했다. 닉슨 회고록엔 이렇게 기록돼 있다. "당시 나는 비행기 트랙을 내려가 내 손을 뻗기로 결심했다. 그를 향해 가면서."
 
여기엔 각별한 이유가 있다. 1954년 미국과 중국, 소련은 ‘제네바협상’을 통해 베트남을 북위 17도선을 중심으로 남· 북으로 분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중국 대표가 저우언라이였고 미국 대표는 존 포스터 덜레스 국무장관이었다. 하루는 회의장에서 저우언라이와 덜레스가 만났는데 저우언라이가 손을 뻗어 악수를 준비했으나 덜레스가 고개를 흔들며 회의장을 나갔다고 한다. 무안해진 저우언라이 총리는 수년 뒤에도 여전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72년 닉슨의 방중을 물밑에서 준비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은 나중에 회고록 『백악관 시절』 에 이렇게 썼다.  
 
"이 역사적인 순간 베이징에 도착했다. 일은 사전에 주도면밀하게 계획됐다. 닉슨은 내가 방중 후 제출한 보고서를 보고나서 1954년 덜레스 국무장관이 저우언라이의 악수를 거절했음을 알았다. 저우언라이는 이 무례한 일에 대해 꽤 마음에 품고 있었다. 대통령은 당시 푸대접 행동을 바로잡겠다고 결정했다. 미국 다른 관리들이 TV 카메라의 주의를 분산시키지 못하게 지시했다. 로저스(당시 국무장관)와 나는 비행기 안에서 악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공항에 나온 저우언라이 총리에게 악수를 청하는 모습.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공항에 나온 저우언라이 총리에게 악수를 청하는 모습.

이렇듯 정상 간의 악수는 그 자체가 정교한 의전을 포함한다. 1989년 중국 덩샤오핑(鄧小平) 주석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간의 '악수 외교'가 이를 보여준다. 1950년대 말 이후 적대적 긴장관계였던 양국은 80년대 중반 고르바초프 정권이 중국과 관계 정상화에 나서면서 회복 트랙을 밟았다. 89년 5월 마침내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베이징을 첫 방문하게 됐다. 당시 베이징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천안문 광장 시위로 인해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을 때였다. 중국 측 의전 담당 공작원의 회고에 따르면 덩샤오핑 주석은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렸다.  
 
‘전세계가 중‧소 정상회담을 주목한다. 고르바초프 방중 의전 준비는 지나치게 과열할 필요 없다. 자연스럽게 하라.’ 그러면서 그는 "악수만 하고 포옹하지 않는다"라는 지침을 정했다. 이 지침은 소련 측에 전달됐고,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이 만났을 땐 열렬한 악수만 이어졌다. 악수 시간은 무려 35초에 이르렀다. 
 
오바마-카스트로 "가장 당혹스러운 악수" 
 
악수 자체는 BC 18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사법이다. 중세 서양에선 악수보단 키스라든가 허그(포옹) 등 다른 몸짓으로 환대를 표시하곤 했다. 대중 상대의 선거 유세에서 악수를 처음 사용한 정치인은 186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에이브러햄 링컨 후보에게 패한 민주당의 스티븐 더글러스 후보라고 전해진다. 특히 미디어 정치 시대 정상 간의 악수는 종종 시각적인 외교 이벤트로 활용돼 왔다.
 
트럼프는 정치 입문 전에는 "악수는 세균을 퍼뜨리는 야만적인 풍속"이라며 질색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된 뒤에는 상대를 압박하거나 환심을 사는 데 악수를 활용하곤 했다. 2017년 2월10일 백악관을 찾아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손을 끌어당겨 흔들며 19초 동안 놓아 주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자신이 아베 총리의 상사인 양 그의 손등을 여러 차례 두드리는 모습도 연출했다. 반면 그해 3월1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났을 때 의식적으로 악수를 피했다. “악수할까요?”라는 메르켈의 말을 못 들은 척 하는 모습을 두고 외신들은 일제히 미-독 관계의 냉랭한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썼다.
 
'악수로 기선제압'을 시도한 지도자가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다. 2016년 3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정상으로선 88년 만에 쿠바를 국빈 방문했을 때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악수하러 내민 오바마의 손을 높이 치켜 올렸다. "역사상 가장 당혹스러운 악수"로 명명된 이 만남은 결국 인권 문제와 금수조치 등 쟁점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2016년 3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정상으로선 88년 만에 쿠바를 국빈 방문했을 때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악수하러 내민 오바마의 손을 높이 치켜 올렸다. [중앙포토]

2016년 3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정상으로선 88년 만에 쿠바를 국빈 방문했을 때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악수하러 내민 오바마의 손을 높이 치켜 올렸다. [중앙포토]

오랫동안 굳은 악수를 나눈다고 외교 성과가 좋은 것도 아니다. 2015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과 싱가포르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66년 만에 정식 회담으로 만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최고 지도자는 취재진 앞에서 80초간 손을 꼭 잡았다. 하지만 이때 합의된 평화적 관계 발전 및 핫라인 설치 등은 아직 미완의 과제다. 트럼프-김정은의 DMZ 악수를 역사가 어떻게 기록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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