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라 크루거는 거대한 텍스트를 이용해 강렬한 시각 경험을 선사한다. 큰 전시실 내부를 흑백 텍스트로 채운 ‘무제(포에버)’. 남성우월주의,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01/36dff173-dc21-479c-8781-4f262e93fa74.jpg)
바버라 크루거는 거대한 텍스트를 이용해 강렬한 시각 경험을 선사한다. 큰 전시실 내부를 흑백 텍스트로 채운 ‘무제(포에버)’. 남성우월주의,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세계적 개념작가 대규모 개인전
소비욕·성권력 등 현대사회 비판
텍스트·이미지 잇댄 메시지 강렬
지난 40년 설치·영상 한자리 모아
한글로 만든 ‘제발웃어’도 선보여
![바버라 크루거는 거대한 텍스트를 이용해 강렬한 시각 경험을 선사한다. 큰 전시실 내부를 흑백 텍스트로 채운 한글 작품 ‘충분하면만족하라’(왼쪽부터). 남성우월주의,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01/b2444d90-a361-42a9-b76b-02e1b560ed96.jpg)
바버라 크루거는 거대한 텍스트를 이용해 강렬한 시각 경험을 선사한다. 큰 전시실 내부를 흑백 텍스트로 채운 한글 작품 ‘충분하면만족하라’(왼쪽부터). 남성우월주의,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무엇보다 관람객을 멈춰 서게 하는 것은 각각 6m, 4.6m에 달하는 거대한 글자가 발휘하는 압도감이다. 초대형 크기의 글자는 마치 관람객을 향해 천둥 같은 소리로 ‘명령’하는 것 같다. 김경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큐레이터는 “사실 이 문구는 어떤 입장에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해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텍스트와 이미지의 힘을 이용해 생각을 자극하고 질문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이 작가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높이 5.7m, 한 면의 길이가 거의 30m, 20m에 달하는 전시실 내부를 흑백의 텍스트로 가득 채운 작품도 이번 전시의 ‘장관’으로 꼽힌다. ‘YOU’라는 글자가 새겨진 거대한 볼록 이미지 속에 “지난 수 세기 동안 여성은 남성의 모습을 원래보다 두 배로 확대해 비춰주는 마력을 가진 거울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는 문장이 들어가 있다. 작가가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집 『자기만의 방』에서 인용한 글귀다.
1989년 미국이 낙태법 관련 시위로 들끓었을 때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Your body is a battle ground)’라는 문구를 새긴 포스터를 직접 만들어 도시 곳곳에 붙이고, ‘우리는 더 이상 다른 영웅이 필요하지 않다’는 문구로 남성우월주의를 비판해온 작가의 페미니즘적 관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 큐레이터는 “이 작품은 크루거가 문학 작품을 차용한 극히 드문 작업 중 하나”라며 “그의 작품은 사회구조, 권력, 욕망에 메커니즘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크루거의 신작 ‘무제’(2018). 성모자상을 배경으로 ‘최신 버전의 진실’이라는 텍스트를 배치하는 손이 보인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01/fee1fb16-ea9e-41ce-ab5c-a7f6673ab1b3.jpg)
크루거의 신작 ‘무제’(2018). 성모자상을 배경으로 ‘최신 버전의 진실’이라는 텍스트를 배치하는 손이 보인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당신은 제1의 공공의 적이다” “당신의 광기가 과학이 된다” “당신의 돈이 말한다” “당신의 평화는 나의 침묵이다” 등 전시장에서 만나는 많은 문구는 광고·잡지 등의 친근한 이미지를 활용해 날 선 언어로 시를 써온 작가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준다.
김경란 큐레이터는 “크루거는 지금 돌아가는 세계에 관해 관심이 굉장히 크다. 한국 유튜브의 ‘먹방’도, BTS(방탄소년단)의 활약도 알고 있다”며 “그는 현대의 가장 상업적이고 친근한 미디어 기법을 활용해 당대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9일까지.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