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라 크루거가 한글 작품 '충분하면만족하라'. 높이가 6m에 이른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6/30/b2444d90-a361-42a9-b76b-02e1b560ed96.jpg)
바버라 크루거가 한글 작품 '충분하면만족하라'. 높이가 6m에 이른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시선의 폭력성에 대하여
현대 미술 거장 바바라 크루거 아시아 최초 개인전
텍스트와 이미지, 건축 공간의 힘 보여주는 작품들
소비욕과 성 권력 날카로운 시어로 현대 사회 비판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크루거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바버라 크루거:포에버'를 위해 대형 전시실 3개, 아카이브룸 등 총 6개의 대규모 전시실을 기꺼이 열어젖혔다.
![바버라 크루거의 '무제(포에버)'. 대규모 전시실 내부를 흑백 텍스트로 채워 관람객들은 텍스트에 둘러싸인 공간을 거니는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된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6/30/90014e27-88bb-4c58-8098-acdb418aa232.jpg)
바버라 크루거의 '무제(포에버)'. 대규모 전시실 내부를 흑백 텍스트로 채워 관람객들은 텍스트에 둘러싸인 공간을 거니는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된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충분하면만족하라''제발웃어제발울어'
무엇보다 관람객을 멈춰 서게 하는 것은 각각 6m, 4.6m에 달하는 거대한 글자가 발휘하는 압도감이다. 초대형 크기의 글자는 마치 관람객을 향해 천둥 같은 소리로 '명령'하는 것 같다. 김경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큐레이터는 "사실 이 문구는 어떤 입장에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해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텍스트와 이미지의 힘을 이용해 생각을 자극하고 질문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이 작가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오랫동안 작업을 기고해 온 영국잡지 'Dazed and Confused'에 실린 1996년 작업. 자기도취에 빠진 듯한 모습의 모델의 흑백 얼굴 사진 위에 각 인물의 독백이 빨간상자 속에 들어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6/30/8426cd15-2534-400a-bbfc-449699abdaf7.jpg)
작가가 오랫동안 작업을 기고해 온 영국잡지 'Dazed and Confused'에 실린 1996년 작업. 자기도취에 빠진 듯한 모습의 모델의 흑백 얼굴 사진 위에 각 인물의 독백이 빨간상자 속에 들어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
1989년 미국이 낙태법 관련 시위로 들끓었을 때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Your body is a battle ground)'라는 문구를 새긴 포스터를 직접 만들어 도시 곳곳에 붙이고, '우리는 더 이상 다른 영웅이 필요하지 않다'는 문구로 남성우월주의를 비판해온 작가의 페미니즘적 관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 큐레이터는 "이 작품은 크루거가 문학 작품을 차용한 극히 드문 작업 중 하나"라며"그의 작품은 사회구조, 권력, 욕망에 메커니즘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럭셔리 패션을 통해 소비지상주의의 이면을 재치있게 비판한 작품. ' Face it '이란 글씨 가운데 옷의 안쪽이 젖힌 사진이 있다. 브랜드 상표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는 ’이 값비싼 옷은 당신을 부유하거나 아름답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등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6/30/6c867604-7cad-417c-bd86-7d4fb0452cec.jpg)
럭셔리 패션을 통해 소비지상주의의 이면을 재치있게 비판한 작품. ' Face it '이란 글씨 가운데 옷의 안쪽이 젖힌 사진이 있다. 브랜드 상표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는 ’이 값비싼 옷은 당신을 부유하거나 아름답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등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무엇이 미술인가?
"당신은 제1의 공공의 적이다" "당신의 광기가 과학이 된다" "당신의 돈이 말한다" "당신의 평화는 나의 침묵이다" 등 전시장에서 만나는 많은 문구는 광고·잡지 등의 친근한 이미지를 활용해 날 선 언어로 시를 써온 작가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준다.
김경란 큐레이터는 "크루거는 지금 돌아가는 세계에 관해 관심이 굉장히 크다. 한국 유튜브의 '먹방'도, BTS(방탄소년단)의 활약도 알고 있다"며 "그는 현대의 가장 상업적이고 친근한 미디어 기법을 활용해 당대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9일까지.
![바버라 크루거의 '무제'(2018).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성모자상을 배경으로 '최신 버전의 진실'이라는 텍스트를 배치하는 손을 보여준다. 붉은색 테두리엔 '싸우지 마시오' '신경 쓰지 마시오' '믿지 마시오' '사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6/30/fee1fb16-ea9e-41ce-ab5c-a7f6673ab1b3.jpg)
바버라 크루거의 '무제'(2018).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성모자상을 배경으로 '최신 버전의 진실'이라는 텍스트를 배치하는 손을 보여준다. 붉은색 테두리엔 '싸우지 마시오' '신경 쓰지 마시오' '믿지 마시오' '사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