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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체크]자사고 폐지 놓고 교육감 vs 의원 선출권력 기싸움

[윤석만의 에듀체크] 국회의원 교육감 누가 더 셀까?
지난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참석했다. [뉴스1]

지난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참석했다. [뉴스1]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지정 취소에서 비롯된 자사고 폐지 문제가 교육감과 국회의원 간의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둘 사이의 갈등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양측이 모두 선출직이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당선된 이상 중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에 외부의 눈치나 통제를 덜 받는다.
 
 처음 갈등이 촉발된 것은 지난 20일 전북교육청이 상산고에 대해 지정취소 결정을 내리면서다. 당시 전북교육청은 상산고가 기준점(80점)에서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아 자사고의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기준점이 70점인 다른 지역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포함한 전북 지역 국회의원들도 상산고의 편을 들었다. 지정취소 다음 날인 21일 정 전 의장은 “교육부 가이드라인은 70점인데 전북만 유일하게 80점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특정 학교를 탈락시키기 위한 임의적인 요소가 반영된 것은 아닌지, 원칙에서 벗어난 심의과정이 없었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전북이 지역구인 민주평화당의 정동영·조배숙·김종회·유성엽 의원도 22일 공동성명을 통해 “전북 교육청의 전횡과 횡포가 상산고의 자사고 강제 취소라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자사고 온도차 그래픽 1

자사고 온도차 그래픽 1

 
 그러자 김승환 전북 교육감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북교육청과 교육감을 오판하면 안 된다. 전북교육감의 힘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조언의 선을 넘어 개입하는 건 단호히 처리하겠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어떤 압력을 넣었는지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후 청와대와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결정에 ‘부동의’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김 교육감은 “(부동의 결정이 내려질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응수했다. 김 교육감은 특히 “만약에 (동의권) 행사를 안 한다면 (자사고 폐지를) 대통령 공약에서 뺐어야 한다”며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주장했다.  
 
 정치인들과 교육감들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진 것은 26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다. 이날 핵심 쟁점은 역시 상산고 지정취소 문제였다. 여당 의원들조차 김 교육감의 행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먼저 “왜 전북만 기준점수가 80점으로 높은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김 교육감은 “일반고를 먼저 평가했더니 70.9점이 나왔다, 상산고는 1기 자사고로 2기 자사고와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80점으로 기준을 정했다”고 답변했다. 1기 자사고는 김대중 정부 때 자립형사립고로 시작한 상산고와 민족사관고 등 6개 학교를 말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에 대해 같은 당 박경미 의원은 “기준점 적용이 합리적인지 모르겠다”며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고교 전체를 평가했더니 평균 70점에 표준편차가 5점이라거나 상위 50%의 기준점이 80점이라는 식의 근거가 있어야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조승래 의원도 “갑자기 기준을 높인 평가를 누가 신뢰하겠냐”며 “오히려 전북교육청의 불공정 논란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의 공격은 더욱 날카로웠다.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사고 문제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답변만 해)’인 것 같다. 자사고가 과연 적폐냐”며 “조폭 같은 교육행정이고 교육독재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 회의에 동석한 교육감들은 김 교육감의 편을 들면서 더욱 강경하게 자사고 폐지 정책의 실천을 촉구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교육청 간 평가의 다양성이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지금의 자사고 평가는) 근본적 해결책이 못 된다”며 “법령 정비 등 고교 서열화를 해결하기 위한 근원적 해결방안을 국회와 교육부가 진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역시 “입시위주 무한경쟁이 불러온 수월성 교육은 특권교육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5%를 위한 특권교육이 아닌 95%를 위한 보편적 미래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러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괄적으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자사고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감들은 교육위 회의 다음날인 27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반교육적이고 정치편향적인 일부 목소리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교육자치 실현을 위해 자사고 지정‧취소권한을 교육감에게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사고를 지정·취소하기 전에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은 교육자치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각 시도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이 최종적으로 지정·취소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정치권과 교육감들 간의 기싸움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교육 분야 정부기관장을 지낸 사립대 교수 A씨는 “선출직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며 “주민의 대표로 뽑혔으면 취임 후엔 자신과 생각이 달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따르는 게 민주주의의 원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감은 특히 교육을 자기 이념 실현의 도구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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