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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비밀은 인신매매"…독일 사창가 황제의 최후

성매매가 합법인 독일에서는 종종 다음과 같은 광경이 눈에 띕니다.
 

[알쓸신세]
유럽 최대 성매매 업소 오너 '루들로프'
성공한 사업가 대접받으며 이름 날렸지만
성매매 여성 인신매매 교사 혐의 받아
긴 재판 끝에 지난 2월 징역 5년 선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시내버스 부착 광고에 성매매업소가 등장하고 동네 전광판에서는 헐벗은 성매매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70 유로(9만 2000원)만 내면 무제한으로 여성을 살 수 있는 이른바 ‘뷔페형 업소’도 성업했고요. 유럽 최대 규모의 기업형 성매매 업소 오너가 TV 토크쇼에 출연해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대접받는 일도 있었죠.
유럽 최대 성매매 업소 중 하나인 '파라다이스 스투트가르트'의 오너 위르겐 루들로프의 TV 인터뷰 장면. [사진 유튜브]

유럽 최대 성매매 업소 중 하나인 '파라다이스 스투트가르트'의 오너 위르겐 루들로프의 TV 인터뷰 장면. [사진 유튜브]

 
이번 [알쓸신세-고 보면모 있는 기한계뉴스]에서는 독일 ‘사창가 황제’로 불리는 위르겐 루들로프의 몰락과 유럽 성매매 시장의 그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파라다이스’의 이면
독일의 서남부 도시 슈투트가르트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성매매업소 중 한 곳인 ‘파라다이스’가 있습니다. 지상 5층 규모의 건물에는 스파와 수영장, 레스토랑 등 특급 호텔을 방불케 하는 부대시설과 함께 150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손님을 맞이합니다. 슈투트가르트뿐 아닌 프랑크푸르트, 자르브뤼켄 등 독일 곳곳에 퍼져있는 ‘파라다이스 제국’의 오너는 “독일 사창가의 황제”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진 65세의 독일 남성, 위르겐 루들로프입니다.
지난 2월 스투트가르트 지방 법원에서 열린 선고심에 입장하고 있는 위르겐 루들로프의 모습. [사진 유튜브]

지난 2월 스투트가르트 지방 법원에서 열린 선고심에 입장하고 있는 위르겐 루들로프의 모습. [사진 유튜브]

 
TV 토크쇼까지 출연하며 ‘셀럽’ 행세를 했던 그는 2년 전 수갑을 찬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며 유럽 전역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당시 독일 경찰은 그가 인신매매 교사 및 방조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죠. 당시 그의 업소엔 동유럽 출신 여성 다수가 일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포주에게 인신매매를 당해 강제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하거나 이런 상황을 부추겼다는 겁니다. 
 
성매매 합법화 그 이후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진 재판에선 업소 관계자들과 성매매 여성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한 중간 관리자는 “여성들에게 하루 벌이 목표치를 500유로(약 66만원)로 정하고 그만큼의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때렸다”며 “멍이 보이지 않도록 몸이 아닌 머리를 때렸고 성형수술과 문신을 강요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이 성매매를 합법화한 이유는 성매매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성매매 시장을 양성화하기 위해서였는데, 현실은 그와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죠. 
독일 쾰른에 위치한 기업형 성매매 업소 '파샤'의 모습. 유럽 최대 규모의 성매매 업소로, 12층 규모의 건물에서 약 100명의 성매매 여성이 하루 평균 1000명의 손님을 맞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독일에서는 개인간 성 거래는 물론, 이와 같은 기업형 성매매도 합법이다. [사진 파샤 페이스북 페이지]

독일 쾰른에 위치한 기업형 성매매 업소 '파샤'의 모습. 유럽 최대 규모의 성매매 업소로, 12층 규모의 건물에서 약 100명의 성매매 여성이 하루 평균 1000명의 손님을 맞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독일에서는 개인간 성 거래는 물론, 이와 같은 기업형 성매매도 합법이다. [사진 파샤 페이스북 페이지]

 
“사업의 결정적 성공 요인은 인신매매였다”
 
가디언은 또 “인신매매는 그의 사업 성공에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성매매와 인신매매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매매가 합법인 독일과 네덜란드 등 서유럽 국가에서는 합법화 시행 이후 성을 사려는 남성이 늘고,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들을 대규모로 채용하는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사업이 팽창하며 합법적인 방식으로 여성들을 충분히 모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이주자나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 여성을 인신매매해서 데려온다는 것이죠. 인신매매는 물리력을 행사해 의사에 반해 성매매를 시키는 행위뿐 아닌, 가족을 인질로 한 협박, 마약 중독 유도, 취업 사기 등 온갖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실제 루들로프와 같은 기업형 성매매 업소들은 인신매매를 동원하지 않고서는 여성을 공급하기 어려울 만큼 팽창했습니다. 독일 기업형 성매매 업소는 ‘최대규모’ ‘최저가’ 마케팅을 앞세워 성장했는데, 이런 영업 구조를 지탱하기 위해 여성을 대규모로 고용해 싼값에 여러 번 성매매시키는 '박리다매'식 경영이 필요했던 겁니다. 실제 BBC 등 외신은 지난 20년간 합법화 정책의 영향으로 독일 내 성 산업 종사자 숫자가 두 배 증가해 4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독일 경찰은 이 중 90%가 동유럽이나 아프리카의 빈국 출신이며 절반가량이 21세 이하의 여성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황제의 최후 
결국 루들로프는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를 교사 또는 방조한 혐의로 지난 2월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가디언은 “그의 사례는 ‘깨끗한 매춘 산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이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고 전했습니다. 독일 법원 역시 1년 넘게 지속된 루들로프에 대한 재판을 지난 2월 마무리하며 “이 정도 규모의 성매매 업소가 깨끗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상상하기 어렵다”며 “루들로프에 대한 실형 선고가 성 산업 관계자들에 대한 경고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는데요.
 
루들로프가 경영했던 성매매 업소 파라다이스 스투트가르트의 내부 모습. [사진 파라다이스스투트가르트 캡처]

루들로프가 경영했던 성매매 업소 파라다이스 스투트가르트의 내부 모습. [사진 파라다이스스투트가르트 캡처]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인신매매가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매매가 있는 곳에 필연적으로 인신매매가 뒤따른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적절한 규제와 처벌을 통해 인신매매를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 불법화 정책은 가장 취약한 집단을 오히려 공권력의 사각지대로 밀어낼 것이란 주장도 있죠. 인권 단체는 이에 맞서 취약 계층인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성 구매 남성만을 처벌하고 여성은 처벌하지 않는 북유럽 모델의 도입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독일 역시 루들로프가 체포된 2017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정책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성매매가 가능한 정액요금제와 임신한 여성의 성매매가 금지됐습니다. 성매매 여성이 인신매매 피해자이거나 강요된 성매매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성을 구매한다면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죠. 확실한 것은 성매매를 합법화한 국가 중에서도 가장 자유주의적인 접근을 취했던 독일이 부분적으로나마 실책을 인정했다는 사실입니다.
 
수정된 독일 모델이 성매매 여성 보호와 시장 양성화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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