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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시신 언제 나오려나" TV 앞 못 떠나는 고유정 전남편 부친

전처 고유정(36)에게 살해된 강모(36)씨 방. 영정 사진이 놓인 상 위에는 강씨가 생전에 쓰던 모자와 안경, 석사학위 논문,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 등이 올려져 있다. [사진 유족]

전처 고유정(36)에게 살해된 강모(36)씨 방. 영정 사진이 놓인 상 위에는 강씨가 생전에 쓰던 모자와 안경, 석사학위 논문,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 등이 올려져 있다. [사진 유족]

"아버지는 매일 방에 틀어박혀 TV 뉴스만 보십니다. 혹시나 형님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이 나올까 기다리시는 거죠."
 

살인 사건 후 한 달간 집 밖 안 나가
"트라우마 심각…부모, 정신과 치료"
영정 사진 앞 논문 등 유품 덩그러니
동생 "시신 수색 인력 줄어들까 걱정"

수화기 너머 남자 목소리엔 근심이 가득했다. 고유정(36)에게 살해된 전남편 강모(36)씨의 친동생(33)이다. 둘은 세 살 터울 형제였다.
 
강씨 동생은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버지(66)는 한 달간 집 밖에 안 나가셨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집안의 자랑'이던 큰아들의 갑작스러운 피살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아서다. 강씨 부모 모두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각하다고 한다. 강씨 동생은 "아버지가 나가신 건 지난주 제가 어머니와 함께 모시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딱 한 번 외출한 게 전부"라고 했다.  
 
강씨 방에는 강씨 영정 사진이 놓인 작은 상이 있다. 상에는 안경과 모자·렌즈통 등 강씨가 생전에 쓰던 유품이 있다. 아직 아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강씨 아버지가 날마다 갖다 놓았다. 유족은 이 방에 수시로 드나들며 향을 피우고 강씨와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고유정 전남편 강모씨 유품. [사진 유족]

고유정 전남편 강모씨 유품. [사진 유족]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 돌파 소식과 고유정의 신상 공개 결정을 다룬 기사가 상 위에 추가됐다. 강씨 동생은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불쌍한 우리 형님을 찾아주시고, 살인범 고유정의 사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려 지난 23일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 동의를 넘겼다. 
 
신용카드 크기의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도 영정 사진 앞에 있다. 강씨가 2016년 7월 공사장에서 일하며 딴 것이라고 한다. 강씨 동생은 "형님은 고유정에게 보낼 양육비가 모자라면 막일도 마다치 않았다"며 "이 이수증이 있으면 대형 건설사의 공사장에서 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학생 신분이었던 형은 늘 알바를 했다. 형이 (대학원) 등록금도 다 내고, 양육비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고 했다. 유족이 공개한 송금 내용에 따르면 강씨는 2017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25개월간 매달 40만원씩 고유정에게 모두 1000만원의 양육비를 보냈다.  
 
얼마 전 강씨 동생은 형이 박사 과정을 밟던 대학원 연구실에서 가져온 논문을 상 위에 올려놨다. 강씨가 2015년 7월에 쓴 석사학위 논문인데, 그의 친필이 있는 유일한 논문이라며 대학원 동료가 건넸다고 한다.  
 
강씨가 2015년 7월에 쓴 석사학위 논문. 강씨가 친필로 적은 글에는 대학원 지도교수에게 전하는 감사한 마음이 담겼다. [사진 유족]

강씨가 2015년 7월에 쓴 석사학위 논문. 강씨가 친필로 적은 글에는 대학원 지도교수에게 전하는 감사한 마음이 담겼다. [사진 유족]

강씨가 논문 안쪽 첫 장에 또박또박 적은 글에는 지도교수에게 전하는 감사의 마음이 담겼다. 내용은 이렇다. '제 학위 논문이 이렇게 나왔습니다. 교수님께서 여러 조언을 해주셨기에 잘 마무리가 되었던 거 같습니다. 항상 학생들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며 존경하고 있습니다. 박사 과정에 진학해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2015. 7. 제자 강○○ 드림.'
 
강씨는 대학원 스승으로부터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을 2~3개 이상 쓸 정도로 연구 성과가 탁월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박사 졸업장은 끝내 받지 못했다. 강씨가 숨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유족은 아직 장례를 못 치르고 있다. 고유정이 시신을 심하게 훼손해 바다와 육지, 쓰레기장 등에 나눠 버려서다.  
 
제주지검은 다음 달 1일 살인 및 사체유기·손괴·은닉 등의 혐의로 고유정을 기소할 예정이다.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아들(5)을 만나러 온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최소 3곳 이상 장소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고희범 제주시장이 강씨 집을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유족은 시신이 있을지 모르는 제주 지역 소각장 수색을 요청했고, 고 시장은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강씨 동생은 "여론이 잠잠해져 (형 시신을 찾는) 수색 인력이 줄어들까 두렵다"고 했다.
 
신상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이 카메라 앞에 선 모습. [뉴시스]

신상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이 카메라 앞에 선 모습. [뉴시스]

제주=김준희·최충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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