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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찾는 중국 산커 ‘쇼, 쇼, 쇼’…한국·일본인은 힐링

빅데이터로 본 관광 제주
성산일출봉을 찾은 관광객들. 멀리 제2공항 부지로 예정된 성산·수산리 지역이 보인다. [김홍준 기자]

성산일출봉을 찾은 관광객들. 멀리 제2공항 부지로 예정된 성산·수산리 지역이 보인다. [김홍준 기자]

“콰이 쇼우슈 씽리 바(快收拾行李吧, 빨리 짐 챙기세요).”
 

올 중국 관광객 86% 늘어 28만
입국하자마자 면세점 들러 쇼핑
중국 자본으로 만든 리조트 선호

대만·미국·베트남 관광객도 급증
화웨이 사태 등 중국 리스크 여전
동남아 고객 유치 등 다변화 필요

지난 20일 제주시 연동의 신라면세점 앞. 중국 관광객 서너 명이 트렁크에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을 눌러 담고 있었다. 제주 면세점 근처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다. 중국 대학생 양이지에(楊怡婕·21)는 “쇼핑이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들은 쇼핑백을 들고 근처 골목으로 사라졌다. 2011년 1만4000여 명의 관광단을 보낸 중국 기업 이름을 따 ‘바오젠(保健) 거리’로 불리는 이곳은 비공식 ‘차이나타운’이다. 곳곳에 중국어 상호를 단 가게들이 있다. 중국 관광객 몇 명은 한 가게에서 칭따오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 국내에서 발행하는 중국 신문을 놓은 가판대도 보인다.
 
애월의 한 맛집에서 낙조를 바라보며 힐링 중인 정세아(오른쪽)씨와 일본인 오시로 아이. [김홍준 기자]

애월의 한 맛집에서 낙조를 바라보며 힐링 중인 정세아(오른쪽)씨와 일본인 오시로 아이. [김홍준 기자]

지난 18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계곡을 찾은 한국 관광객들. 한국 관광객들은 자연경관 감상을 제주 관광의 1순위로 꼽는다. 김홍준 기자

지난 18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계곡을 찾은 한국 관광객들. 한국 관광객들은 자연경관 감상을 제주 관광의 1순위로 꼽는다. 김홍준 기자

같은 날 서귀포의 안덕계곡. 한국인 여성 두 명이 계곡에 들어섰다. 이들은 카메라를 어깨에 멘 채 계곡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이병화(61)씨는 “일부러 번잡한 곳을 피해 이곳에 왔다”며 “이 깊고 넓은 계곡에 3명뿐이니 힐링되고 좋지 않냐”고 말했다. 지난 17일 제주 애월에서 만난 정세아(30)씨는 일본인 친구 오시로 아이(大成愛·22)와 함께 해물라면을 먹으며 바다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제주서 힐링 되는 기분, 오키나와 저리가라”를 외쳤다.
 
중국인, 한라산보다 성산일출봉 선호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제주에 외국 관광객이 돌아왔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470만 명에 달한다. 내국인은 42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은 48만4611명으로 72% 늘었다. 국적별로는 중국 관광객이 27만719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만9413명)보다 86% 늘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갈등으로 인한 한한령(限韓令)이 풀리면서 중국~제주 직항 노선도 지난 1년 새 8개 추가되며 총 14개로 늘었다. 대만 관광객도 항공노선 확대, 크루즈 입항 등에 힘입어 163% 급증했다. 싱가포르 71%, 베트남 46% 등 동남아권도 증가했다. 미국은 149% 늘었다.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 국가에서 5만6000여 명이 제주를 찾아 지난해 방문객의 두 배를 훌쩍 넘겼다.
 
이 관광객들은 국가마다 성향이 다르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자연경관 감상(32.3%)을 제주 방문 목적의 제 1순위로 꼽는다. 2위는 박물관·테마공원 방문(14.3%), 3위는 해변활동(13.4%)이다. 식도락·트레킹이 뒤를 이었다. 중국 관광객은 쇼핑(97.2%), 식도락(95.5%), 자연경관 감상(87.8%) 순이다. 20여 년간 제주 관광업계에서 일한 이은주(51)씨는 “중국인들은 입국하자마자 쇼핑부터 한다”며 “면세점에는 중국인이 99%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상점과 음식점이 많은 중문단지, 성산일출봉에는 가도 매점 한두 곳인 한라산에는 잘 가지 않는다.  
 
[일러스트=이정권·이은영 gaga@joongang.co.kr]

[일러스트=이정권·이은영 gaga@joongang.co.kr]

이렇다보니 동선도 차이가 난다. 제주도가 2017년 8월부터 모든 시내·외 버스, 버스 환승장, 주요 관광지 등 수천 곳에 설치한 무료 공공 와이파이(Wi-Fi)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인 관광객의 이동 경로는 주로 버스를 이용하는 단체 관광이 많다 보니 단조로운 편이었다. 면세점이 대거 몰려있는 제주시~엘리시안 CC~중문관광단지 코스를 가장 많이 이용했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성읍민속마을, 싱계물 공원, 애월항 주변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관광객들은 패키지 중심의 유커(遊客)에서 개별적 자유여행인 산커(散客)로 변하고 있는 추세다.  
 
밤늦도록 쇼핑 중인 중국 관광객. 중국인들의 제주 관광 목적 1순위는 쇼핑이다. [김홍준 기자]

밤늦도록 쇼핑 중인 중국 관광객. 중국인들의 제주 관광 목적 1순위는 쇼핑이다. [김홍준 기자]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자리잡고 있는 신화(神話)월드. 이곳 이용객들은 한국인 반, 중국인 반이라고 한다. [김홍준 기자]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자리잡고 있는 신화(神話)월드. 이곳 이용객들은 한국인 반, 중국인 반이라고 한다. [김홍준 기자]

중국 관광객들은 주로 제주 시내와 서귀포 안덕의 숙소를 이용한다. 서귀포 안덕에는 2017년 하반기에 개장한 ‘신화(神話)월드’가 있다.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250만㎡ 거대 복합리조트다. 신화월드 관계자는 “이곳 투숙객은 한국인 반, 중국인 반”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노형동에는 역시 중국 자본으로 지어지는 지상 38층, 지하 6층 규모의 쌍둥이 빌딩 ‘드림타워’가 내년 5월 개장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올해 9월 완공하기로 했지만 공사비가 제대로 조달 안 돼 공기가 늦춰졌다고 한다. 신화월드도 자금 부족으로 올 초 착공하기로 한 2차 공사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알려졌다. 마라도 면적(29만8,000㎡)의 10배가 넘는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도 중국계 업체가 사업비 5조원을 들여 추진 중이다.
 
반면, 대부분 렌터카를 이용하는 내국인은 제주도 전 지역을 두루 찾아다녔다. 가장 빈번한 이동 경로는 제주시~산굼부리 분화구와 영화 ‘연풍연가’ 촬영지~성산 일출봉 및 섭지코지 코스와 신화 월드~중문 관광단지 코스였다. 표선 해수욕장, 하효쇠소깍 해수욕장, 용머리 해안 등도 많이 찾았고 한라산 성판악과 인근 섬인 마라도·가파도도 인기였다. 숙소는 제주 전역의 해안가를 따라 산재해 있다.
  
서구 관광객 여유 있는 일정으로 여행
 
중문관광단지 테디베어 뮤지엄에는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찾는다. [김홍준 기자]

중문관광단지 테디베어 뮤지엄에는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찾는다. [김홍준 기자]

일본 관광객의 성향은 한국인과 비슷하다. 패키지 관광객은 성산일출봉·성읍민속촌·만장굴 등을 주로 찾는 반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해수욕장·해안도로 등 사진 찍기 좋은 곳을 방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구 관광객은 여유 있는 일정으로 다양한 곳을 방문한다. 미국인 하짐 무크타르(21·대학생)는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나흘, 닷새를 보낸 뒤 제주에서 엿새를 지내기로 했다. 프랑스에서 온 엘리스(19)·수리반(25)·토마스(27)도 8일 동안 서울 투어를 하고 제주에서 다시 8일간 머무른다고 했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서구 관광객의 경우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등 제주만의 특색 있는 곳을 주로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제주 시내의 한 면세점에서 한 중국 관광객(왼쪽)이 물건을 구입한 뒤 정리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제주 시내의 한 면세점에서 한 중국 관광객(왼쪽)이 물건을 구입한 뒤 정리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중국 관광객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을 꺼리는 도민들도 많다. 서귀포 삼방산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성철(54)씨는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은 무질서·쓰레기·소음 등으로 내국인들이 불편하게 생각해 발길을 끊는 바람에 되레 매출이 줄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관광협회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환경부담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상인들은 중국 관광객의 증감이 체감 경기와 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제주 시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심병섭(57)씨는 “사드 때 영향받은 집은 중국인을 상대하는 가게뿐이고 우리 같은 대부분의 가게는 별 차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실재 내국인이 자주 들르는 동문시장의 경우 사드 전후 매출에 큰 변화가 없었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단 관광 시장의 양적인 회복이 먼저이긴 하지만 그 다음은 체류기간을 늘릴 수 있는 고품질의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박 3일간 쇼핑만 하는 식의 패키지 관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광객에 올인하는 구조로는 사드 사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화웨이 사태가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과거 한국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유커 비중이 40%를 넘은 적이 있었는데 리스크를 줄이려면 20%로 줄여야 한다”며 “제주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중국인 비중이 30%가 넘지 않도록 관광객 다변화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김홍준 기자, 차세현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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