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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자금 1000조…미국·베트남 부동산으로 ‘영토 확장’

은퇴 후 개인사업을 하는 A씨(62)는 지난달 중순과 이달 초 잇따라 미국 뉴욕 맨해튼을 다녀왔다. 우리나라의 주상복합아파트와 비슷한 콘도미니엄을 한 채 구입하기 위해서다. A씨가 찾는 물건은 전용면적 132㎡ 정도로 가격은 50억~60억원 선이다. 30억~40억원 정도는 직접 송금하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대출로 조달할 생각이다. A씨는 “투자할 곳을 찾다가 맨해튼의 콘도미니엄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생각보다 매물이 많지 않아 조만간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돕고 있는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요즘 A씨처럼 해외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며 “선호하는 지역은 대체로 미국과 베트남”이라고 전했다.
 

국내 시장 위축되자 해외 투자 급증
작년 7225억 … 5년 사이 3배 늘어
국내 보유세 올라 저가 매수도 안 해

‘공모펀드’ 통한 간접 투자도 급증
환차손·소유권 등 꼼꼼히 따져봐야

지난해 국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A씨처럼 해외 부동산을 직접 매입하는 ‘직접투자’뿐만 아니라 공모펀드로 해외 부동산시장에 뛰어드는 ‘간접투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개인+법인)가 해외 부동산 취득을 위해 송금한 금액은 6억2500만 달러(약 7225억원)였다. 5년 전인 2013년(1억8100만 달러)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1분기에만 1억1200만 달러(약 1294억원)가 송금됐다. 송금건수도 970건에 이른다. 추 의원은 “송금건수로는 베트남이, 송금액으로는 미국이 압도적”이라며 “송금액은 법인이 큰 편이지만, 개인의 직접투자가 크게 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가 전체적으로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송금건수는 베트남, 금액은 미국이 1위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직접투자뿐 아니라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도 활발하다.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나오는 족족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대신자산운용이 일본 도쿄에 있는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대신재팬하임부동산투자신탁제3호)는 800억원어치가 조기에 다 팔렸다. 앞서 나온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밀라노부동산펀드1호’, 현대자산운용의 ‘현대유퍼스트부동산25호’, 대신자산운용의 ‘대신재팬하임부동산3호’ 등도 마찬가지였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엔 해외 부동산펀드 대부분이 사모펀드(자산가 소수만 투자할 수 있는 펀드)였지만 최근 공모펀드가 늘면서 일반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부동산이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건 국내 부동산·금융시장이 위축되거나 불안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자금은 최근 급속히 불어 10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개월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은 4월 말 기준 1129조72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조원가량 증가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과거에는 어떤 이유로든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 자산가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경향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으로 이마저도 매력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환경이나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이민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이주자(대한민국 국적자 중 해외 이주를 목적으로 외교부에 신고한 사람)는 6257명으로 2017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가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이어지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데다 경제까지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계약금 송금 한도 규정 사라져
 
해외 부동산 투자 환경도 좋아졌다. 정부는 4월 행정규칙 개정을 통해 부동산 계약금 송금 한도 규정을 없앴다. 해외 부동산은 2008년 금액에 관계없이 살 수 있게 됐지만, 계약금 20만 달러(약 2억3100만원) 한도 규정이 남아 있어 고가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유동자금이 풍부한 데다 국내 부동산·금융시장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어 당분가 해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휩쓸린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직접투자든 간접투자든 해외 부동산은 현지 사정을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법적 다툼 등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처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접투자 땐 현지 부동산 거래 절차나 관행은 물론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 문제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현지의 한국인 브로커(중개자)나 이른바 기획부동산도 경계해야 한다. 한인끼리 이른바 ‘폭탄 돌리기’를 하거나, 권리(소유권) 관계가 불분명한 매물을 소개하는 기획부동산이 적지 않다. 펀드는 투자 대상 물건의 관리 계획이나 임대수요가 풍부한지 등을 살펴야 한다. 특히 부동산 펀드 중엔 운용 설정 종료 때까지 팔 수 없는 폐쇄형 상품이 많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하지 않으면 투자금이 묶여 낭패를 볼 수 있다. 안정적인 배당수익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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